“엄마! 특별한 취미를 갖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여자야구 현주소(28)]
[스포츠서울 | 화성=황혜정 기자] “엄마! 제가 특별한 취미를 가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딸은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야구’라는 특별한 취미를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해줬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런 딸이 대견하기도 하면서, 고생길이 훤해 마음이 미어진다.
야구는 특별하고 희귀한 스포츠가 아니다. KBO리그는 지난 15일 345경기 만에 500만 관중을 돌파했다. 10개 구단 체제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관중몰이에 나섰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인 것이다.
그러나 ‘여성’에게 야구는 특별한 취미다. 전국에 야구를 직접 하는 여성은 약 1000명. 여성 사회인야구팀은 49개에 불과하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지난 4월 발간한 ‘2023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야구 ‘고관여팬’(관심 있는 프로리그의 지난 시즌 우승팀과 응원 구단의 선수를 모두 알고 있으며, 유니폼도 보유한 응답자)의 63.8%는 여성이다.
프로야구 관람층은 여성이 더 많은데, 직접 야구를 하는 성별 분포는 남성이 압도적이다. 남자 사회인 야구인 수는 65만여명이다. 그만큼 야구를 직접하는 여성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런데 프로팀은 물론 여자야구 선수를 위한 실업팀도 전혀 없는 환경 속에서 ‘야구를 하는 게 너무 즐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땡볕에서 공을 치고 던지고 받는 소녀들이 있다.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이 지난해 창설한 ‘천안시 주니어 여자야구단’ 소속 유격수 오채은(중2)도 그 중 한명이다. 연맹은 중학교 이후로 여학생이 엘리트 야구팀에서 뛸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하고자 천안시 야구소프트볼협회와 손을 잡고 여자 주니어 야구단을 만들었다.
오채은은 이 야구팀에서 지난 4월부터 훈련하고 있다. 오채은은 매주 주말 아침마다 서울에서부터 천안으로 향한다. 오채은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야구하다가 또래 언니 동생들과 함께 야구하고 싶다”며 천안행을 택했다.
사실 다른 운동도 해봤다. 그런데 야구만큼 재밌는 게 없다더라. 오채은은 “학교에서 피구를 해봤다. 그런데 야구만큼 매력적이고 재밌는 게 없다. 치고 잡고 달리는게 너무 좋다. 그래서 다시 야구공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여자야구 선수로 살아가기 쉽지 않는 현실이다. 오채은의 어머니는 “진학의 길도 막혀있고, 진로도 불투명하지만 아이가 야구가 좋다는데 어쩌겠나. 좋아하는 거 시키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그러더라. ‘엄마, 특별한 취미를 갖게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이 말을 마친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혔다.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오채은 역시 고민이 많다.“특별한 취미를 갖게 허락해준 엄마에게 고마워요. 그런데 미안하기도 해요. 운동하는 저를 따라다니느라 먼 거리를 이동하셔야 해요. 그래서 더더욱 성공하고 싶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야구로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이 돼요.”
15살 소녀는 벌써부터 미래를 걱정한다. 오 양의 어머니는 “여자야구 선수도 야구로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 아이가 불투명한 장래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오채은의 목표는 롤모델인 한국 여자야구 간판 ‘김라경’처럼 여자야구 국가대표가 되어 국위선양을 하는 것이다. 오채은은 “멋진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문제는 그 뒤다. 오채은은 “야구 관련된 직업을 선택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돈을 벌 수 있는 야구 관련 직업을 택하려고는 한다”고 했다.
적은 수지만 여전히 야구를 하는 소녀들이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리틀야구연맹에 등록된 여자 선수는 총 15명. 여기에 한국여자야구연맹 산하 ‘천안시 주니어 여자야구단’ 소속 선수까지 합하면 20여명나 된다. 좋아서 시작한 야구. 그런데 도무지 다음 길이 보이지 않는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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