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깝다 아까워'…7년 멈춘 제주개발사업 현장을 가다
JDC, 중국 뤼디그룹 자산인수해 '심폐소생'
'유령도시' 된 휴양단지도 재활성화 '안간힘'
'짓다 만 건축물, 빈 병실, 사람이 살지 않는 주거 단지….'
지난 13~14일 방문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사업 현장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각종 난관에 부딪혀 수년째 사업이 중단되면서 방치된 건물들은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JDC는 이 같은 '정체 사업'을 과감히 드러냈다. 사업 활성화의 필요성을 스스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새출발' 의지를 밝혔다. 멈췄던 헬스케어타운,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사업 현장에서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미리 엿보고 왔다.
멈췄던 '제주 헬스케어타운', 산소호흡기 댄다
지난 1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서자 제주를 담은 공기가 더 진하게 느껴졌다. 유경흥 JDC 의료사업처장은 "헬스케어타운은 통칭 '건강 고도'인 해발고도 300~400m에 위치해 활성화산소가 높다"며 "입지 자체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탁 트인 시야에는 푸르른 녹지와 바다가 들어왔다. 마치 산림욕장처럼 쾌적한 환경이 몸과 마음에 건강을 불어넣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곳곳에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지 오래 된 건물들이 감상을 깼다. 벌써 7년째 사업이 중단된 탓이다.
JDC는 △영어교육도시 △첨단과학기술단지 △헬스케어타운 △휴양형 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등 5개의 계속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중 영어교육도시와 신화역사공원을 빼고는 사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영철 JDC 이사장은 부끄러울 법한 사업 중단 현장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그는 "JDC가 사실상 최초로 국가 사업을 국제화시키는 미션을 맡았는데 정체된 이유와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한다"며 "실패가 굉장히 많은 경험이 됐고, 작은 공기업이 외자 유치를 해서 성공에 도전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양영철 JDC 이사장 "제주 심폐소생…정부지원 절실"(6월17일)
제주헬스케어타운은 정체 사업 중에서도 '아픈 손가락'이다. 이 사업은 의료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서귀포시 동흥·토평동 일대 약 155만㎡(47만평, 총 사업비 1조5966억원)에 '체류형 복합의료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 핵심 사업이다.
휴양 리조트와 각종 이벤트 장소가 있는 '웰니스 파크', 전문 병원을 거점으로 은퇴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메디컬 파크',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R&D(연구개발) 파크' 등 3가지 사업 개념을 혼합한 관광 단지다. 해외 환자 유치에도 목적이 있다.
2006년부터 추진된 헬스케어타운은 애초 2024년까지 의료와 연구시설, 숙박시설, 문화시설 등을 완공할 계획이었다. 중국 뤼디(綠地·녹지)그룹이 1단계 숙박시설 등을 완공해 운영 중이지만 2단계 조성 사업 공사는 2017년부터 중단한 상태다.
당시 전국적으로 유원지에 대한 효용성 문제가 있었다. 유원지로 지정된 용지에 분양형 숙박시설을 짓는 게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 기업의 자금난도 생겼다.
특히 2단계 사업 부지 내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은 다 지어놓고 방치 중이었다. 병원에 들어가 보니 일반 병동부터 VIP 병실까지 병원 운영을 위한 준비는 대부분 끝마쳐 있었으나 뿌옇게 먼지가 쌓여 있었다. 의료 공공성 문제 등의 반발로 건립이 최종 무산된 상태다.
JDC는 뤼디그룹 자산을 인수해 다시 헬스케어타운 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유경흥 JDC 의료사업처장은 "2023년에 뤼디그룹 측에 정상화 방안을 요청했는데, 뤼디에선 가시화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워 JDC에 재인수 방안을 요청했고 지난해 12월 녹지와 JDC 양수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양영철 이사장은 "뤼디 측에 우호적인 자세로 매각을 제안하고 있다"며 "일부 토지 및 건물을 매입 매각하면 JDC와 녹지가 공동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비용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콘도와 호텔 등을 재건축하는데 5000억~6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JDC는 지난달 '제주헬스케어타운 녹지 사업장 인수실사 용역' 공고를 내고, 한국부동산원에 미준공 건물에 대한 시가 추정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타 지자체 사례 조사 등을 통해 유원지 부지를 산업단지 또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용도변경하는 방식도 검토한다.
녹지국제병원은 외국의료기관이 아닌 국내 의료법을 적용받는 비영리병원으로 개설을 준비 중이다. 아울러 종합 병원이면서도 암, 당뇨, 성형 등 전문 병원 개설도 추진한다. 12월 개원 목표다.
양 이사장은 중국 외에 미국 자본과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텍사스 메디컬센터를 다녀왔는데 한국계 미국인 의사가 2만명이 이르고, 전체 미국 교포 270만명 중 65세 이상이 100만명"이라며 "실버타운 수요가 많아 다국적 실버타운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예래주거단지, 유령도시에서 '알짜 휴양지'로
같은 날 방문한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는 더했다. 짓다 만 건축물들이 즐비했다. 단지 앞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어 그야말로 '알짜 입지'였지만 발길이 뚝 끊겨 '유령 도시'나 다름없었다.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은 서귀포 예래동 일대 66만㎡(22만평)에 호텔, 콘도, 상업시설, 공연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휴양·레저 기능이 통합된 세계적 수준의 휴양 단지를 조성하는 게 목적이었으나 인허가 문제로 2015년부터 9년째 사업이 표류 중이다.
김재일 JDC 관광사업처 휴양단지팀장은 "7대 선도 프로젝트로 추진된 사업으로 당시 초고층(50층)으로 지을 계획이어서 주목도가 높았다"며 "이 정도 높이면 바람 영향을 어떻게 받는지 보려고 헬기까지 띄워 실험할 정도로 제주 내에서 혁명적 건축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숙박시설 용지 비율(56.2%)이 문제가 됐다. 숙박시설은 국민이용시설인데 분양을 해버리면 주택처럼 사용(단독 소유) 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2015년부터 사업이 중단되고 관련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19년 사업 인허가 자체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1~9단계로 개발하려던 사업은 1단계 건축물 사업에서 멈췄다. 현재 짓다 만 건축물의 공정률이 65% 수준이다. JDC가 2020년 12월 전체 건축물 총 151개동에 대해 건축물 구조 진단 용역을 추진한 결과 뼈대는 이상 없지만 샷시, 인테리어 등은 다시 해야 한다.
토지 소유권도 불완전한 상태다. JDC는 완전한 소유권 이전을 확정짓기 위해 '추가 보상'에 나선 상태다. 양영철 이사장은 "땅을 두 번 사는 방식으로 7개월 만에 50% 넘게 보상했다"며 "우리나라 역사상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JDC에 따르면 6월 기준 보상률은 50.4%로 연말까지 70% 확보를 목표로 협의 중이다. 보상률이 80% 정도 되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7월부터는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유원지가 아닌 도시개발방식으로 바꿔 자유로운 시설 유치 장점이 있다.
제2첨단과학기술단지 2단지 개발도 나선다. 제주시 아라동 일대 109만㎡(33만평, 사업비 2478억원)에 조성한 1단지에 이어 워평동 일대 76만㎡(23만평, 사업비 3921억원)에 조성한다. IT(정보기술), BT(생명과학기술), CT(문화기술), ET(환경공학기술), R&D 관련기업 및 연구기관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달 2단지 부지 조성 삽을 떴다. 2014년 기본계획이 수립됐으나 환경 및 재해영향평가 등 인허가를 받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10년 만에 착공하게 됐다. 2028년까지 부지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양 이사장은 "JDC는 국제자유도시 조성 사업에 약 7조6000억원의 투자를 실현하며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왔지만 그러나 일부 사업이 중단되는 등 어려운 현안도 존재한다"며 "JDC가 그간 쌓아온 역량과 노하루를 토대로 제주지역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낌없이 지원하고 사업 추진과정의 미흡한 점은 끊임없이 쇄신해 나가겠다"고 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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