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주검 업고 걷는다, 전쟁을 뚫으며…연극 ‘연안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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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과 '듄: 파트2'의 감독 드니 빌뇌브는 연극 '화염'을 보고 충격을 받아 판권을 사들인 뒤 5년 동안 매달려 영화 '그을린 사랑'(2011)을 만든다.
'화염' '숲' '하늘'로 이어진 전쟁 4부작 가운데 '화염'과 '숲'은 국내에서 공연됐고, '연안지대'는 초연이다.
김정 연출은 "작품 전체에 흐르는 물의 이미지를 홀로그램 필름에 투과해 구현했다"며 "'화염'이 전쟁 이후의 평화와 치유를 다뤘다면 '연안지대'는 전쟁 속에 떠도는 삶을 다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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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까지 에스씨어터-국내 초연
영화 ‘듄’과 ‘듄: 파트2’의 감독 드니 빌뇌브는 연극 ‘화염’을 보고 충격을 받아 판권을 사들인 뒤 5년 동안 매달려 영화 ‘그을린 사랑’(2011)을 만든다. 이 참혹한 이야기는 레바논 태생 캐나다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56)가 쓴 전쟁 4부작 가운데 2부다. 이 시리즈의 문을 연 작품 ‘연안지대’를 서울시립극단이 연극으로 만들었다.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
‘연안지대’는 아버지의 주검을 들고 사막을 떠나 해안에 이르는 주인공의 여정을 판타지를 곁들여 우화적으로 풀어낸다. 내전으로 10살 때 고국을 떠나야 했던 무아와드의 체험이 곳곳에 어른거린다. ‘화염’ ‘숲’ ‘하늘’로 이어진 전쟁 4부작 가운데 ‘화염’과 ‘숲’은 국내에서 공연됐고, ‘연안지대’는 초연이다. 지난해 그리스 비극을 재해석한 5시간짜리 대작 ‘이 불안한 집’을 무대에 올린 김정이 연출을 맡았다.
작품엔 전쟁이 할퀸 상처로 가족을 잃고 고통받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마시, 실수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른들을 혐오하는 아메, 남자친구를 잃고 목이 터져라 노래부르는 시몬, 부모의 죽음을 목도한 뒤 ‘히히 하하’ 웃어대는 사베, 전화번호부에 적힌 이름을 외우고 적는 조세핀 등등. 사람도, 가족도, 세상도 무너져내린 곳에서 그들은 걷고 또 걷는다. 김정 연출은 “전쟁은 벌어지는 현상과 과정보다 그로 인해 어떤 것들이 파괴됐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그것을 알리기 위해 전쟁으로 파괴되기 이전의 아름다웠던 것들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작가의 후속 작품 ‘화염’과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화염’이 불이라면 ‘연안지대’는 물이다. 물과 바다를 상징하는 몽환적 이미지가 넘실대는데, 일렁이는 물결을 반짝이는 홀로그램과 시트지로 표현했다. 김정 연출은 “작품 전체에 흐르는 물의 이미지를 홀로그램 필름에 투과해 구현했다”며 “‘화염'이 전쟁 이후의 평화와 치유를 다뤘다면 ‘연안지대’는 전쟁 속에 떠도는 삶을 다룬다”고 했다.
김정 연출은 클래식 음악을 사용해 연극의 극적 의미를 살리는 데 능하다. 지난해 국립극단 연극 ‘이 불안한 집’에서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삽입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번엔 투명하면서도 주술적으로 반복되는 드뷔시의 ‘몽상’(L.86)이 끝없이 흐른다. 김정 연출은 “몇 년 전 이 희곡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드뷔시의 ‘몽상’을 전체 테마 음악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대사는 한 편의 시처럼 흐른다. “너희가 떠날 시간이야/ 길을 향해 나아가/ 지칠 때까지 걸어가/ 날이 밝기 전에 떠나/ 그리고 도로 끝에서, 도시 끝에서, 나라 끝에서, 기쁨 끝에서, 시간 끝에서/ 화를 내고 분노를 토해내/ 사랑과 고통 바로 너머에 기쁨과 눈물, 상실과 외침, 연안지대와 거대한 바다가 있지/ 모든 걸 앗아가고 나를 다른 곳으로 이끄는/ 나를 이끌고, 이끌고, 또 이끌고/ 나를 이끄는 거대한 바다가….”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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