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지역맞춤형 태양광 분산발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2024. 6. 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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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시그널을 잘못 준 탓이라고 봅니다.'

이제 지자체들은 지난 5월 16일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이하 전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략은 효율적 우수입지 발굴, 질서있는 개발 및 전략적 보급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부처와 지자체 협력으로 전문성 있는 발전 공기업이 분석과 설계, 전략적 보급을 추진하면 정부 주도 재생에너지 보급의 지역특화 모범사례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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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달성 못한 이유가 뭘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그널'을 잘못 준 탓이라고 봅니다.'

어려움은 많지만 관계부처 과장님의 질문엔 이렇게 답 할 수밖에 없다. 정책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해 왔음에도 지나친 '반성문'이 본질을 가려왔기 때문이다. 치열히 노력해도 쉽지 않은 목표인데 의지가 있더라도 전달 못했으니 어쩌면 뻔한 결말이다. 지자체 에너지 관련 회의에 갈 때면, 재생에너지를 중심에 두고 고민하면서 체계적 보급에 최대한 힘써야 한다고 늘 말해왔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확대에 노력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지향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사용이 많은 도심지역에선 더욱 태양광 발전을 강조하는데 그럴 때마다 매번 돌아온 대답은 이거다. '중앙정부 도움 없이 지자체가 어떻게 해요.'

이제 지자체들은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이하 '전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로 연평균 6기가와트(GW) 내외 보급, 공급망 구축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 시장제도 정비를 통한 확산기반 구축'이 기본방향이다. 태양광·풍력 발전이 '전략'의 중심에 있는 건 당연하다. 주요국들의 보급확대로 발전단가가 하락하고, 기술지배력 확대와 산업육성을 위해 각국이 강력한 정책 추진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유럽연합(EU) 재생에너지 발전비중(38%)이 화석연료(37%)를 추월한 이래 세계 에너지 전환은 비가역적이다. 2022년 EU는 태양광·풍력만으로도 22.3%의 전력을 생산해 화석연료 발전 비중 20%를 능가했다. 세계는 2019년부터 원전보다 더 많은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 중이며, 2021년에는 세계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이 10.2%로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력의 30.3%를 재생에너지가 공급했다. 단연 폭발적으로 성장한 태양광·풍력 발전 덕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 세계 전체 에너지 공급량에서 태양광이 26%, 풍력 16%, 원자력 12%, 수력이 5%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 2050년 주 전력원은 태양광·풍력이다. 이들을 중심에 두고 고민하지 않으면 위협받는 건 현재의 제조업만이 아니다. 미래 신산업을 위해서도 바른 대책이 나올 수 없다. 공급망 약화 및 안보 문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및 산업육성을 위한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한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제도개선을 통해 자발적 시장 등 생태계 조성도 추진한다. 에너지는 정책이 주도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세계 재생에너지 보급은 가속돼 '23년 신규 발전설비 투자 중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가 80% 이상이다. 신규용량 중 태양광이 75%를 차지한다. 2015년 세계 전력의 1.1%, 3.5%를 감당했던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2023년 현재 각각 5.5%, 7.8%를 감당한다.

정부는 지난달 말 공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2030년 태양광·풍력 설비용량 목표를 72기가와트로 제시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를 반영한 것이다. 2022년 현재 설비용량은 23기가와트다. 유례없는 속도로 연간 6기가와트 보급을 추진해야 한다. '전략'은 효율적 우수입지 발굴, 질서있는 개발 및 전략적 보급을 명시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적절한 입지와 상황은 다르다.

일례로 과학도시 대전은 전력소모가 크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대형연구시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산업유치를 원하지만 에너지 자립도는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하위다. 그런데, 연구개발특구를 비롯한 대전시 내 부지를 살펴보면 태양광 발전을 위한 입지가 꽤 존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분석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보유한 중이온가속기연구소 '라온'에만 16메가와트(MW) 이상의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가 가능하다. 남는 전기가 생길 땐 인근 대형연구시설로 보내도록 설계·설치하면 한전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대전시에는 과기정통부뿐 아니라 지자체 및 출연연 소유의 입지도 적지 않다. 정부부처와 지자체 협력으로 전문성 있는 발전 공기업이 분석·설계·보급을 추진하면 정부 주도 재생에너지 확산의 지역특화 모범사례를 만들 수 있다. 지역 온실가스감축뿐 아니라 에너지 자립에 기여하고 연계 산업까지 활성화할 수 있는 좋은 그림이다. 임대·발전수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만들어 지자체의 주요연구·산업에 지원하면 더 좋은 그림이 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시그널'을 보냈다. 지자체의 적극적 동참과 협력이 시급하다.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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