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로 충분"… 유료방송, 가입자수 감소에 휘청
"OTT가 유료방송 대체 전망"
IPTV, 케이블TV 같은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유료방송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OTT가 방송시장 전반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뒤늦게 OTT의 영향력 등 점검에 나섰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발행한 ‘유료방송 가입자의 미디어 소비와 OTT’ 보고서에서 “유료방송 가입률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유료방송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OTT 서비스 이용’이 가장 높다는 점은 OTT가 유료방송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만 13세 이상 가구원 7055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유료방송을 이용하지 않는 응답자 중 36.8%가 그 이유로 ‘OTT 서비스를 이용해서’를 꼽았다. 불과 4년 전인 2019년 조사에서 ‘지상파방송으로 충분하므로’(24.9%)가 기타(27.0%)에 이어 가장 높게 나타났던 것과 대조적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료방송 요금, 그리고 인터넷-이동통신 등과의 결합상품 이용 때문에 유료방송 해지(코드커팅)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 이미 OTT로 충분하다는 인식은 퍼지고 있다.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하반기 시행한 조사에선 국내 19세 이상 유료방송 이용자 3명 중 1명이 코드커팅 의사를 나타냈다. 코드커팅을 고려하는 이유(복수응답)는 △TV를 보는 일이 줄어서(31%) △TV에 볼 만한 것이 별로 없어서(30%) △OTT로 충분해서(27%) △요금이 부담돼서(26%) 등의 순이었다.
실제 유료방송 가입률은 최근 5년간 줄곧 정체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5년 하반기부터 반기별 유료방송 가입자 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데, 가입자 증가율은 점점 둔화하다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가입자 수 감소를 기록했다. IPTV 가입자 수는 증가한 반면, 종합유선방송(케이블·SO)과 위성방송 가입자 수가 지속 감소한 탓이다. 이에 따라 IPTV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57.63%까지 높아졌고, SO와 위성방송은 각각 34.54%, 7.83%로 줄었다.
성장세 꺾인 재송신매출, “지상파 가치 과다 평가” 지적도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건 단순히 해당 사업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상파방송은 유료방송에 실시간으로 채널을 재송신하는 대가로 재송신료를 받는데 이는 가입자당 과금(CPS) 방식으로 책정된다. 지상파 재송신료는 2012년 월 280으로 시작해 IPTV의 경우 500~600원 선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가입자 증가 등에 힘입어 지상파의 재송신매출은 2012년 594억원에서 2022년 4090억원으로 7배 가까이 상승했다. 2022년 기준 지상파 매출에서 재송신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로, 협찬매출과 비슷한 규모다. 그런데 가입자가 줄면 재송신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지상파의 재송신매출 증가율은 2020~2021년 2.0%에서 2021~2022년 0.3%로 성장세가 둔화했다.
가입자 수가 줄더라도 가입자당 과금을 높이면 매출 감소를 막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지상파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지난 3월 ‘2023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화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지상파의 “필수재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 등 관련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지상파방송 3사의 협상력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유료방송 업계에선 지상파 재송신료가 그 가치에 비해 과다하게 책정돼 있다는 볼멘소리가 크다.
지난달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지속가능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 방안’ 세미나에서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국내 유료방송시장이 가입자 수 정체와 코드커팅 현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의 콘텐츠 영향력은 2013년 대비 크게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가 받는 재송신료 매출액은 오히려 3배 이상 상승하는 불균형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시청률과 광고매출 등의 요인으로 지상파 콘텐츠 가치를 산출한 결과 2013년 대비 52.69% 하락했다며 콘텐츠 대가 산정 방식 개편을 주장했다.
방통위, 뒤늦게 “OTT 등 신유형 서비스 영향 분석”
이처럼 OTT가 몰고 온 파고에 방송시장 전반이 휘청이고 있는데, 방통위는 이제야 OTT가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14일 회의를 열어 ‘2024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기본계획을 확정하며 “지상파 등 전통적 방송시장과 OTT 등 신유형 서비스에 대한 영향 분석을 통해 방송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한 종합적 경쟁상황 평가체계 및 정책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도 경쟁상황평가에서 방통위는 ‘방송시장 관련 주요 이슈’로 OTT의 영향을 언급했는데, 이번엔 아예 OTT와 방송 사업자간 경쟁상황을 중점 분석·평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OTT를 포함하는 시장 획정 방안을 검토하고 OTT에 대한 영향 분석 결과는 방송정책에 시의성 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8~9월경에 OTT 단독 리포트 형태로 발간·공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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