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가스 전면 제재는 못하는 EU…"LNG 재수출만 금지"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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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도 제재 대상에 올린다. 석탄, 원유 등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에 대한 금수 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EU 외교관들에 따르면 러시아산 LNG에 대한 제재 조치는 EU의 14차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담겨 오는 21일 합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제재안은 EU 회원국들이 천연가스 자체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까지 나아가진 않았다.
대신 수입된 액화천연가스(LNG)가 유럽 땅을 경유해 아시아 등 제3국 시장에 재수출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가 가스의 제3국 수출을 위해 유럽연합 내 항구 시설과 금융,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럽연합 회원국의 러시아 가스 사업 신규 참여도 금지된다.
그러나 가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유럽이 여전히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직접 구매자라는 점에서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LNG 생산국이다. 2023년 연간 수출량은 3260만 t에 이른다. 데이터 분석 회사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 중 EU 항구를 통해 아시아로 재수출된 물량은 190만 t(약 5%)에 불과했다.
EU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곧바로 중단할 계획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워낙 높았던 데다 헝가리 등 일부 회원국들이 여전히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노르웨이, 미국, 카타르 등 LNG 수입처를 다변화해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LNG 수출은 매년 11월부터 6월까지 EU 항구에 의존한다. 겨울철 북극해의 얼음이 너무 두꺼운 탓에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텍의 북극 야말 LNG 터미널에 쇄빙선이 접근하기가 어려워서다. 이 기간 동안 화물은 특수 쇄빙선으로 EU 허브로 운송되며, 이곳에서 일반 가스 운반선으로 '선박 간 이전(STS)'을 통해 중국, 대만, 인도, 터키 등 제3국으로 수출된다.
노바텍은 겨울철 유럽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셸, 토탈에너지, 군보르 등과 유럽에 연간 1700만 t 이상의 LNG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러시아의 재수출은 주로 벨기에 제브뤼헤, 프랑스 몽투아르 LNG 터미널에서 이루어진다. 벨기에 가스 운송업체 플럭시스는 제브뤼헤에서 야말 LNG와 20년 계약을 맺고 있다.
프랑스 에너지 회사 엔지는 몽투아르에서 STS 운영을 위한 23년 계약을 노바텍과 체결했다. 현재 이 계약은 토탈에너지가 엔지의 LNG 포트폴리오를 인수하면서 토탈에너지 소유가 됐다. 데이터 인텔리전스 회사 ICIS의 로버트 송거 분석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제브뤼헤와 몽투아르에서 31척의 선박이 STS를 수행했다.
평균 LNG 화물 크기인 약 7만 t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는 약 200만 t 물량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러시아의 LNG 총 수출량 1800만 t의 약 11%가 EU 항구를 통해 아시아 등지에 수출된 셈이다. 이 비율은 지난해 약 5%에서 올해 1~5월에 10%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번 제재로 러시아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고 물류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케이플러의 선임 LNG 분석가 찰스 코스테루스는 "러시아 LNG는 여전히 무르만스크나 칼리닌그라드의 러시아 해역 내에서 또는 지중해의 다른 위치에서 쉽게 재수출될 수 있다"며 "이는 러시아가 이미 원유 및 정제 제품에 대해 취하고 있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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