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 눈과 마음도 배불러지는 백종원의 '백패커2'
아이즈 ize 이현주(칼럼니스트)
극한의 출장 요리단이 돌아왔다. tvN '백패커' 시즌2가 시작된 것. 주말이 다 간 것 같은 일요일 저녁의 아쉬움을 달래줄 예능 프로그램이 아쉬웠기에 즐겨봤던 '백패커' 시즌2 방영 소식을 누구보다 반긴 나다.
예고편부터 남다른 스케일을 엿볼 수 있었던 '백패커2'는 1회부터 이른바 '초특급 주방 블록버스터'의 실체를 드러냈다. 일단 막강한 장비가 눈길을 끌었다. 백팩이 아닌 1.2톤의 대형 가방 '백패카(car)' 덕에 장소 불문 거침없는 출장이 가능해졌다. 이수근, 허경환, 고경표 등 신규 멤버들이 투입되어 재미 또한 보강됐다.
마침 매드맥스 시리즈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를 본 뒤라, 1회에 등장한 '머드맥스'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바싹 마른 사막과 달리 우리의 개펄은 긁기만 하면 바지락을 내어주는 고마운 자연이기에, 그리고 고된 일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심히 해내며 평생을 바다와 함께해 온 어민들의 모습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대하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2회에는 공군 군악의장대대를 찾아 군대 부식으로 이색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3회에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의 어마어마한 규모와 파리 올림픽을 앞둔 선수들의 노력을 담아냈다. 모두 일반인들이 쉽게 가볼 수 없는 곳들이자,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출장 요리단의 고군분투가 의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이어 '백패커2' 4회는 앞의 회차보다 다소 규모가 작은 출장 요리를 선보였다. 강원도 평창군에 자리한 계촌초등학교 별빛오케스트라를 찾아간 것. 해발 고도 700미터, 산촌에 자리한 이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모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연 이곳 44명의 초등학생들이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음식 선택에 대한 사람들의 경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늘 먹던 익숙한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음식에 더 끌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두 사람이 같이 식사하게 되면 메뉴 선택이 쉽지 않다. 각자의 이유는 물론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괜한 모험심으로 새로운 음식에 도전했다 실패하느니 익숙한 선택을 게 낫다는 쪽과, 세상에 음식은 수없이 많고 미처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늘 같은 것만 먹느냐는 쪽. 물론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자인 나는 다양한 음식을 접해 보는 쪽을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무슨 일이든 많이 경험할수록 일상은 풍요로워지고 그 기억이 어떤 형태로는 감각과 감정을 일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음식에 대해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 하고 모든 음식을 일단 한 번은 먹어보자는 주의다. 일단 한번 경험해 보고 아니면 이후부터는 안 먹으면 그만이므로.
요즘 음식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트렌드가 되었다. 특정 음식이 유행하면 그 음식을 먹어보지 않으면 어쩐지 유행에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 젊은 세대가 즐기는 음식이라면 더 먹어보고 싶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하물며 나 같은 중년이 그럴진대, 초등학생이라면 어떨까.
계촌초등학교 앞에는 흔한 분식집 하나가 없다고 한다. 아이들은 TV나 인터넷, 다양한 매체에서 본, 또래들이 먹는 음식이 얼마나 먹고 싶을까. 마라탕과 탕후루가 먹고 싶다는 아이들의 요구에 출장 요리단은 기꺼이 최선을 다해 그 음식을 만들어냈고, 아이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이번에도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았다.
최근에 20대 딸이 '망고사고'라는 이름의 디저트를 먹는 것을 보며, '사고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세상에, 그 이름만 들어선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 음식이다. 출장 요리단의 디저트를 주로 담당하는 안보현이 계촌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사고펄이 들어간 음식을 만들어 주고자 했을 때, 나도 그쯤은 알지 하며 내심 뿌듯했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샤바렝은 "새로운 요리의 발견이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 인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새로운 요리'는 그만큼이나 위대한 것이었나 보다. '백패커2'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음식을 맛보게 해 행복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새롭지 않아도, 먹을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새롭게 느껴지는 메뉴의 재발견을 보는 것은 덤이다. '네가 웃으면 나도 좋다'고, 연인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도 그래서 내가 '백패커'를 좋아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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