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세론’ 속 친윤 표심은…與 전대 ‘최고위원 대리전’ 예고 [이런정치]

찐윤 이철규 “어대한, 당원 모욕하는 말”
친윤 그룹 내 ‘한동훈 대세론’ 반감 여전
“비윤 당권주자와 전략적 연대 가능성”
최고위원 선거 영향력 전망…후보군 거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가 ‘비윤(비윤석열)계 각축전’으로 흐르고 있다. ‘한동훈 대세론’ 속 친윤(친윤석열계)과 거리를 둔 나경원·안철수·윤상현·김재섭 의원, 비윤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면서다. 총선 참패 이후 위축된 친윤계가 침묵하는 가운데, 당 내에서는 당권 대신 최고위원 선거를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도부에서 주도권을 쥘 최고위원 확보를 위해 대세론을 업은 친한계와 친윤계 간 ‘대리전’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다.

친윤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이철규 국민의힘은 의원은 17일 오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란 정치권 내 표현에 대해 “당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몰아가는 하나의 프레임이라 생각한다”며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했다. 최근 당권 도전 가능성이 커진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는 “우리와 함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 전 위원장의 주변을 에워싸고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갖게 되니까 (당원들이) 우려하시는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 의원의 발언은 대세로 떠오른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친윤계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총선 공동인재영입위원장으로 공천관리위원을 지낸 이 의원은 공천 과정 내내 한 전 위원장 측과 갈등을 빚었고, 비례대표 1차 명단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한 전 위원장을 공개 비판한 바 있다. 당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사들이 2차 명단에 포함되거나, 대통령실에 등용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간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대구·경북(TK)의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지역에서는 ‘당이 총선 때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총선을 지휘했던 수장이 돌아온다는 것 아니냐”라며 “당을 바꾸겠다고 여기저기 손을 대고, 사람을 자르면 이준석 지도부 때처럼 탈이 날 수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친윤계 차원에서 한 전 위원장의 대항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친윤계는 총선 패배에 따른 여소야대 정국, 대통령 국정지지도 하락 속에 구심점을 잃고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다만 친윤계는 압도적인 지역 내 당원 수를 내세워 최고위원 선거에 영향력을 끼칠 전망이다. 현행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이 비상 체제로 전환된다. 당권주자들은 총 9명으로 구성되는 지도부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외에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을 우군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 도입되는 ‘당원투표 80%-일반여론조사 20%’ 룰은 민심으로만 승리를 노리기 어려운 ‘당심 영향권’으로 평가된다.

친한계·친윤계 최고위원 후보로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원내외 인사 다수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친한계에서는 측근으로 알려진 장동혁·김형동·정성국 의원 외에 배현진·주진우 의원 등이 거론된다. 영입인재인 박상수 인천서갑 당협위원장은 16일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과 동지는 될 수 있어도 누구의 팬클럽이 될 수는 없다”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친윤계에서는 김정재·유상범·조정훈·김민전 의원 등이 최고위원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계가 당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최고위원 선거에서 다른 비윤 주자와 전략적 연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수도권 여성 중진이자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나경원 의원(5선·서울 동작을)을 주목하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해 친윤계 견제 속에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그 전까지 우리 당의 간판이었는데 한순간에 비윤으로 낙인 찍혀버린 것에 대해 부채감을 가진 당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영남 중심 지도부를 비판해 온 윤상현 의원(5선·인천 동미추홀을)도 최근 “친윤(친윤석열계) 타도는 반대다. 같이 가야만 하는 포용의 대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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