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노동부의 현장조사 거부한 노조에 과태료 부과는 부당”

박태우 기자 2024. 6. 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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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 회계장부 비치 등 노조 사무실 현장조사를 거부한 노조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기호 민주노총법률원장(변호사)는 "노동부가 노조를 불법집단으로 매도할 목적으로 노조법의 개정 연혁과 취지도 무시한 채 '보여주기식' 현장조사를 시도했다가 법원으로부터 부당하다는 결정을 받은 것"이라며 "노동부는 노조 자주성 침해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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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자주성 직접적 침해·훼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23년 10월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회계 공시 시스템 개통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 회계장부 비치 등 노조 사무실 현장조사를 거부한 노조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법원은 노동부가 ‘노사법치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운 현장조사가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의 자주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9단독 서영효 판사는 노동부가 민주노총·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전국교수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에게 부과했던 과태료에 대한 이의제기 사건에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2022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공직, 기업 부패와 더불어 ‘노조 부패’를 ‘3대 부패’로 언급하자, 노동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자율점검’ 기간을 운영했다. 노조에 회계장부를 포함한 운영 관련 서류의 비치·보존에 대한 자율점검을 실시한 뒤 결과를 노동부에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민주노총과 노조들은 노동부가 요구한 서류를 제출했지만, 노동부는 지난해 2월 서류미비를 이유로 시정요구서를 발송했다. 노조들이 이에 응하지 않자 노동부는 노조 사무실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도했고, 노조들이 이를 거부하자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의 행정청의 ‘사무소에 대한 검사’ 거부·방해·기피 벌칙 규정을 활용해 노조들에 과태료를 지난해 4월 부과했다. 노조들은 과태료 부과에 이의제기해 지난해 7월부터 법원에서 과태료 재판이 열리게 됐다.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현장조사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과태료 부과도 부당하다고 봤다. 결정문을 보면 서 판사는 “옛 노조법이 행정관청의 노조 사무실에의 출입 및 직접조사·검사(현장조사) 권한을 인정했던 것에 반해, 현행 노조법은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노조가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할 의무만 부담하고, 사무실 현장조사는 더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근거해 이를 허용하면 노조법의 개정 연혁, 현행 노조법의 근본취지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의 자주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노총 사건 결정문에서, 서 판사는 노동부의 주장처럼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노조사무실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더라도 민주노총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서 판사는 “행정관청이 일반적·포괄적 감독권을 발동해 노조를 조사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하거나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돼야 한다”며 “민주노총은 서류 등의 작성·비치·보존의무를 어느 정도 성실히 이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많고,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른 검사권을 발동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정기호 민주노총법률원장(변호사)는 “노동부가 노조를 불법집단으로 매도할 목적으로 노조법의 개정 연혁과 취지도 무시한 채 ‘보여주기식’ 현장조사를 시도했다가 법원으로부터 부당하다는 결정을 받은 것”이라며 “노동부는 노조 자주성 침해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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