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샛별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만든다!
[골프한국] 오래 전 몽골을 여행한 적이 있다. 몽골 북쪽의 사막지대에 인접한 마을의 게르에 하룻밤 묵으면서 밤하늘에 취한 기억이 생생하다. 별들이 보석처럼 촘촘히 박힌 밤하늘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밤새 별구경을 한 다음 날 일행들이 털어놓은 '몽골 밤하늘 체험 소감'은 모두 시의 한 구절이 될 만했다.
"내 치마에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내 가슴에 보석들이 알알이 맺혀진 듯했다." "아침에 일어나 남편에게 내 눈을 자세히 보라고 했다. 내 눈에 들어와 있는 보석을 보라고." "몽골의 밤하늘은 유성과 혜성들이 경연장이었다."
내 눈에는 수시로 긴 꼬리를 끌고 나타나 하늘을 가르는 유성이나 먼 데서 나타나 빛을 내다 사라지는 혜성이 사막 밤하늘의 주인공으로 보였다. 사막의 밤하늘을 캔버스 삼아 예측불허의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사막의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 같았다.
KLPGA 데뷔 5년 차 노승희(23)가 샛별로 빛을 발했다. 16일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CC 남-동코스(파72)에서 막을 내린 DB그룹 제38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노승희가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KLPGA 정규투어 통산 120번째 출전에서 거둔 귀한 우승이다. 그것도 1라운드 공동 선두에 이어 2~4라운드 단독 1위를 지킨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수지(27)가 1타 차까지 추격했지만 흔들림 없이 자신의 경기를 펼쳐 4타 차 여유 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데뷔 5년 차의 묵은 별이 메이저 경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KLPGA의 샛별로 부상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방신실(19)이 KLPGA의 신성으로 등장해 2승을 거둔 뒤 나타난 샛별이다.
호쾌한 장타로 골프 팬들의 시선을 모은 방신실이 올 시즌 들어 지난해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가운데 노승희의 등장은 KLPGA에 또 다른 '메기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추어 시절 강자의 반열에 올랐던 노승희는 2019년 프로로 전향해 KLPGA 2부 드림투어에서 1승을 거둔 뒤 2020년 정규투어로 데뷔했으나 유해란, 현세린, 황정미, 정윤지 등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중위권을 맴돌다 지난해 9월 제12회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단독 2위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등 8번 톱10에 들었다.
올 시즌 들어 참가한 12개 대회 모두 컷 통과는 물론 4차례나 톱5에 들면서 소문 없이 강자의 반열에 합류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거둠으로써 방신실과 함께 KLPGA의 샛별로 등극했다.
2024시즌 드라이브 비거리는 67위(평균 233.72m)에 머물고 있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2위(83.59%), 그린 적중률 6위(76.29%), 평균타수 3위(70.24타)로 안정적인 샷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방신실이 비거리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경험 부족과 2% 부족한 자신감으로 찾아온 우승 기회를 움켜쥐지 못하는 데 비해 노승희는 의외의 두둑한 배짱과 기복이 없는 플레이로 조용하게 KLPGA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오랫동안 우승 소식이 없는 LPGA투어에서도 노승희와 같은 '묵은 샛별'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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