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극 스낵무비 도전…관람료는 단돈 1000원”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대체 불가한 배우 손석구가 혁신적인 시도에 흔쾌히 동참했다. 그가 현대자동차와 공동 제작하고 출연한 영화 《밤낚시》는 어두운 밤에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휴머니즘 스릴러다.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한 시도를 보여주고자 '자동차의 시선'을 담아 촬영한 새로운 시도의 영화다. 현대차가 함께 제작에 참여한 만큼 자동차에 탑재된 고정 카메라들로만 촬영됐다.
러닝타임 12분59초의 영화로 CGV에서 6월14일부터 2주간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만 상영한다. 영화도 숏폼처럼 빠르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취지로 관람료 또한 단돈 1000원인 '스낵무비'를 시도했다. 손석구는 《밤낚시》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것은 물론 극 중 원맨 연기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밤낚시》는 제28회 캐나다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국제단편경쟁섹션 경쟁작으로 선정되며 영화적 가치를 입증받았다. 올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독보적이고 독창적이다"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손석구는 영화 《범죄도시2》 《연애 빠진 로맨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드라마 《멜로가 체질》 《나의 해방일지》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국내에 일명 '구씨앓이'와 '추앙 신드롬' 등을 불러일으키며 2022년 올해의 브랜드 대상 남자배우 부문을 수상하는 등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극 중 신원 미상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는, 계속되는 무전 소리에 따라 밤낚시를 시작한다. 영화 내내 홀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이니만큼 손석구 배우 특유의 날 선 눈빛 연기와 카리스마가 더욱 돋보인다. 손석구의 탁월한 액션 연기는 자동차에 탑재된 7개 카메라의 시선에 담겨 생동감 넘치게 전달되며 관객들을 단숨에 몰입시킨다. 영화 내내 펼쳐지는 손석구의 흡인력 넘치는 연기는 관객들에게 또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입증한다.
영화 《밤낚시》는 2013년 한국인 최초로 제66회 칸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문병곤 감독이 11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손석구와는 오랜 친구 관계이기도 하다. 문병곤 감독은 극 중 역동적인 손석구 배우의 연기를 두고 "촬영 전에 참치 낚시를 떠올렸다"고 언급하며, 당시 와이어액션 연기와 스턴트맨 그리고 신원 미상의 목표물 간 완벽한 합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연출 비하인드와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배우 손석구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1인극의 주인공이자 제작자로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손석구를 만났다.
《밤낚시》는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다.
"자동차의 시선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게 어떻게 접목될까'에 대해 사실 촬영 당일까지도 잘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순수한 창작의 재미, 특히 오랫동안 시간을 같이 보내왔던 친구이자 연출자인 문병곤 감독과 호흡을 맞추면서 또 다른 뭔가가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앞으로도 이번 영화처럼 더 재미있는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연배우이면서 공동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제작을 담당한다는 건 저의 미천한 경험으로는 감당도 안 되고 먼 훗날의 얘기라 생각했다. 그런데 운이 좋았던 것 같고, 숏폼이라 가능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기획했던 현대자동차에서 믿고 맡겨주셨다. 배우로서가 아닌 모든 과정에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자유만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다 했는데 흔쾌히 동의해 주셨고 지원해 주셨다. 그래서 가능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나.
"제작자마다 성향이 다르다. '나는 어떤 제작자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영화의 실무적인 것보다는 배우로서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크리에이터 부분에 주력했다. 제작자로서의 제 경험은 너무나도 미천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사운드 믹싱, 편집, 홍보 등 모든 일에 아이디어를 냈다. 그중에서 가장 즐거운 작업이 사운드 믹싱이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 많이 참여했다."
《밤낚시》는 자동차의 시선을 담아 찍게 된 최초의 영화다. 자동차에 고정된 카메라로만 촬영됐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카메라가 고정된 경우에는 피사체가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언가가 일어나야 하니까. 그래서 감독님은 장르를 액션으로 가져가신 것 같다. 사실 촬영이 굉장히 생소했다. 일반적인 촬영장에서는 촬영분이 바로 모니터로 전송돼 보면서 의견을 나눌 수 있는데, 이번에는 제 눈에 보이는 화면이 없었다. 사실 배우가 연기할 때 카메라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 연기할 때 자기 얼굴 앞으로 오면 올수록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도 그렇기에 심적으로는 편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고됐다."
결과적으로 어떤 경험이었나.
"제약이 클수록 더 큰 자유가 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극복했을 때 전례 없던 새로운 것이 오는데 그게 이번 프로젝트였다. 원래 카메라는 영화에서 굉장히 능동적인 개체인데, 이게 고정된 상태에서 스토리를 전달하는 건 엄청난 제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제약이 없었다면 오히려 이렇게 참신한 스토리와 캐릭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연출자로 문병곤 감독을 직접 추천했다고 들었다.
"처음에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제작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 영화가 담는 독특한 시선만큼이나 사물이나 상황을 독특하게 바라보는 연출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문병곤 감독이 생각났다."
연출자가 아닌 배우로서 《밤낚시》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캐릭터가 이국적으로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긴 건 한국인 같아도, 미국 남부에 있는 카우보이 같기도 하고, 지금 막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베테랑 군인 같아 보이게끔 여러 의견을 모았고 시도해 봤다."
아까 언급한 바와 같이 짧은 영화지만 액션 강도가 만만치 않다.
"편집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닌 몸소 소화해야만 해서 육체적으로 고됐다. 우스갯소리로 제가 예전에 출연한 《범죄도시2》라는 영화에서 (마)동석이 형한테 맞을 때보다 《밤낚시》 3일 촬영 기간이 더 강도가 높았다. 감독님도 엄청 미안해하더라. '다음부터는 네 몸에 멍 안 들게 해줄게'라고 하더라."
혼자 극을 이끌어간다.
"사실 상황에 따라서 배우 1명이 1분을 끌어나가는 것도 힘들다. 그래서 부담스러운 작품이기도 했는데 《밤낚시》의 설정이 납득이 되는 스토리라서 어렵지 않았다. 연출을 맡은 문병곤 감독은 밤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편이다. 그걸 기다리면서 영감을 좇는 것이 외롭기도 하면서 즐겁기도 하고 또 그게 《밤낚시》 스토리와 동일하다는 말을 하더라. 나도 그 부분이 공감이 가서 흥미로웠다."
《밤낚시》란 손석구에게 어떤 영화인가.
"창작자들에게는 즐거운 시도였다. 아티스트와 기업의 콜라보인데 서로의 니즈가 너무 잘 맞아서 아름다운 콜라보였다고 생각한다. 결과보다 과정이 굉장히 즐거웠다. 보시는 분들에게는 재밌는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 너무 짧아서 아쉬운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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