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섐보, 두번째 US오픈 제패…매킬로이 2년 연속 준우승 ‘눈물’(종합)

주미희 2024. 6. 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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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골프 시즌 세번째 메이저 제124회 US오픈 제패
18번홀 55야드 거리에서 환상 벙커 샷
10년 만의 메이저 우승 노린 매킬로이, 퍼트에 ‘눈물’
김주형·안병훈 세계랭킹 26·27위로 파리행 확정
브라이슨 디섐보가 17일 열린 메이저 대회 제124회 US오픈을 제패한 뒤 우승 트로피를 꼭 껴안고 있다.(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리브(LIV) 골프에서 활동하는 브라이슨 디섐보(31·미국)가 생애 두 번째 US오픈(총상금 2150만달러)을 제패했다.

디섐보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빌리지 오브 파인허스트의 파인허스트 리조트&컨트리클럽 2번코스(파70)에서 열린 제124회 US오픈(총상금 215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6언더파 284타를 기록한 디섐보는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1타 차로 따돌리고 US오픈 정상에 올랐다.

2020년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따냈던 디섐보는 4년 만에 US오픈 패권을 탈환하며 자신의 두 번째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PGA 투어 통산 9승째, 우승 상금으로 430만달러(약 59억7000만원)를 받았다.

디섐보는 4년 전 몸무게를 110kg까지 불린 ‘헐크’였던 상태로 US오픈을 제패했다. 당시 ‘지옥의 코스’라고 불리며 극악의 난도를 자랑한 윙드풋에서 ‘나홀로 언더파’를 기록하며 정상에 올랐다. 고열량, 고단백 식사와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해 체중을 크게 늘렸고 350야드 안팎의 드라이브 샷을 날린 끝에 윙드풋을 정복했다. 이번에는 정상 체중으로 돌아와 날씬해진 모습으로 US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디섐보는 올해 유독 메이저 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공동 6위를 기록했고, 지난달 PGA 챔피언십에서는 1타 차 준우승에 올랐다.

18홀 위기 상황에서 두 번째 샷하는 디섐보(사진=AFPBBNews)
디섐보는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그러나 13번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해 이 홀까지 4언더파를 친 매킬로이에 추월을 허용했다.

경기가 막판으로 향하자 매킬로이도 디섐보도 실수를 연발하며 우승 향방을 알 수 없게 됐다. 매킬로이는 15번홀(파3)에서 7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그린 뒤로 크게 넘어가 보기를 적어냈다. 뒷 조에서 경기하던 디섐보는 공동 선두가 된 상황에서 15번홀(파3)에서 1.3m의 짧은 파 퍼트를 놓치고 말았다.

이번에는 다시 1타 차 선두가 된 매킬로이가 연속해서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면서 디섐보에게 기회가 왔다. 매킬로이는 16번홀(파4)에서 80cm 파 퍼트가 홀 왼쪽을 돌고 나오는 바람에 보기를 기록했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70cm 파 퍼트가 빗나가는 바람에 1타 차 2위로 경기를 마쳤다.

디섐보는 파만 해도 우승할 수 있는 상황. 18번홀(파4)에서 디섐보의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휜 훅샷이 나면서 코스 내 황무지에 빠졌다. 두 번째 샷을 하려니 바로 뒤에 나무가 버티고 있어 제대로 스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라이(공이 놓인 자리)가 좋지 않았다. 디섐보는 웨지를 잡고 백스윙을 4분의 1만 하는 펀치 샷을 구사했는데 공이 그린 앞 벙커에 빠져 위기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디섐보는 55야드 거리에서 한 벙커 샷을 핀 1m 거리에 붙인 뒤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자신의 두 번째 US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디섐보는 하늘을 향해 포효했고 두 팔을 휘두르며 펄쩍펄쩍 뛰는 등 온몸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18번홀 그린 근처에 모인 수천 명의 팬이 “USA(미국)! USA!”를 외치며 디섐보의 우승을 축하했다.

디섐보는 시상식에서 “아직도 18번홀 파 세이브가 믿기지 않는다. 아마도 제 인생 최고의 샷일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LIV 골프 선수로는 지난해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브룩스 켑카(미국)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디섐보는 PGA 투어 8승을 기록한 뒤 2022년 LIV 골프로 이적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내고 아쉬워하는 로리 매킬로이(사진=AFPBBNews)
2014년이 마지막 메이저 우승으로 10년 만에 메이저 우승을 노린 매킬로이는 2년 연속 US오픈 준우승(5언더파 275타)에 그치며 눈물을 삼켰다. 경기 막판 연속으로 짧은 파 퍼트를 놓친 게 천추의 한이 됐다.

패트릭 캔틀레이(미국)는 토니 피나우(미국)와 공동 3위(4언더파 276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파리올림픽 미국 대표로 뽑히지는 못한다. 미국은 세계랭킹 15위 이내 9명이나 들어 있어 순위가 가장 높은 네 명만 올림픽 티켓을 획득한다.

이날 경기 직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캔틀레이는 8위에 올라 미국 선수 중 5번째 순위를 기록했다. 1위 스코티 셰플러, 3위 잰더 쇼플리, 5위 윈덤 클라크, 7위 콜린 모리카와가 미국 대표로 선발될 전망이다. AP통신은 “캔틀레이가 준우승만 기록했어도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주형(22)이 공동 26위(6오버파 286타), 김시우(29)가 공동 32위(7오버파 287타), 김성현(26)이 공동 56위(12오버파 292타)를 기록했다.

김주형과 안병훈은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각각 26위, 27위를 기록해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르고 파리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파리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김주형(사진=AFPBBNews)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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