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 걸리는 로켓 엔진 제작, 인도는 3일 만에 ‘찍어냈다’
100% 3D프린팅 엔진 로켓 발사…세계 첫 성공
재료·인건비 덜 들고 기간 단축…비용 절감 효과
인도 우주개발의 특징은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높이는 가성비 전략이다. 지난해 8월 세계 처음으로 달 남극에 착륙한 인도의 무인 탐사선 찬드라얀 3호는 개발 비용이 7500만달러(약 1천억원)였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을 한 번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9월 발사한 인도 최초의 태양 관측 위성 프로그램에 들어간 돈도 40억루피(640억원)에 불과하다.
20세기 중반 가난한 신생 독립국 시절에 우주 개발을 시작한 것이 가성비 전략을 추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지만, 방대한 숙련 기술 인력과 저렴한 인건비, 재료비 등의 여건이 이를 가능하게 해줬다. 인도에서는 실제 시제품을 만들어 시험해보는 시행착오 방식 대신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으로 이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 우주산업에 3D 프린팅 기술이 가성비 전략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3D 프린팅이란 개별 부품을 조립하지 않고 재료를 층층이 쌓아 한꺼번에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재료와 인건비를 줄이고 제작 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어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2017년에 설립된 인도의 신생기업 아그니쿨 코스모스가 3D프린팅을 이용해 단일 부품으로 만든 엔진을 갖춘 로켓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일부가 아닌 전체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통째로 제작한 엔진을 탑재한 로켓이 발사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주 이상 걸리던 것을 3일만에 끝내
아그니쿨은 지난달 30일 동부 해안 스리하리코타섬의 사티시다완우주센터에서 3D프린팅 엔진 1개가 탑재된 높이 6m의 1단 시험발사체를 발사했다. 로켓은 고도 8km까지 상승한 뒤 이륙 2분 후 바다로 떨어졌다. 2022년 이후 5번째 시도만의 성공이었다. 발사는 이 회사가 만든 인도 최초의 민간 이동식 발사대 다누쉬에서 진행됐다.
이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로켓 엔진은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의 지원 아래 100% 자체 개발했다고 밝혔다. 스리낫 라비찬드란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엔진을 단일 부품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연료가 들어가고 나오는 것과 그 사이의 모든 것, 점화장치가 한 번에 3D 프린팅됐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기술매체 ‘아이트러플이 스펙트럼’에 따르면 엔진 제작에 걸린 시간은 72시간(3일)이다. 회사는 “기존 제작 공정을 사용해 비슷한 크기의 로켓 엔진을 제작할 경우 보통 10~12주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엔진 제작에 사용한 금속 3D 프린터는 독일 기업 에오스(EOS) 것을 사용했다. 엔진 소재로는 니켈과 크롬 합금인 인코넬을 사용했다. 인코넬은 열에 강하고 하중을 잘 견디는 것이 특징이다.
엔진 제작을 끝낸 뒤 연료 배관, 압력 및 온도 센서 등 로켓의 나머지 부분을 조립하고 엔진과 결합하는 데는 2주일이 걸렸다. 회사 쪽은 이는 앞으로 소형 위성 발사업체들이 신속하게 로켓을 주문제작해 발사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그니쿨은 상용화 단계에선 아그니반이라는 이름의 2단 로켓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높이 18m에 총 8개의 엔진이 탑재될 아그니반은 고도 700km까지 300kg의 탑재물을 올려놓을 수 있다.
스리낫 라비찬드란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앞으로 1단 추진체에서 1개 엔진을 7개 엔진 클러스터로 바꾸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이맘때 아그니반의 첫번째 궤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4개 부품을 하나로…인도우주연구기구도 시험연소 성공
최근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도 3D 프린팅 로켓 엔진 시험연소에 성공했다.
연구기구는 엔진 부품 수가 14개에서 1개로 줄었고 소재를 절감했을 뿐 아니라 제작 시간도 60% 단축했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의 가성비 전략은 2020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우주산업 전 부문을 민간 기업에 개방하는 뉴스페이스 정책을 도입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후 창업 붐이 일면서 현재 140개가 넘는 우주 기업들이 생겨났다.
인도 정부는 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에 힘입어 2030년까지 세계 우주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의 5배인 1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네번째 달 착륙 국가로 발돋움해 우주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한 인도는 2025년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을 시도할 계획이다. 3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유인 우주선 가가니안이 고도 400㎞ 상공의 저궤도를 3일간 비행하다 돌아오는 여정이다. 성공할 경우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네번째 유인 우주선 국가가 된다.
인도는 또 2035년 우주정거장 건설, 2040년 유인 달 착륙, 2050년 달 기지 건설이라는 장기 청사진을 그려 놓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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