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해풍 막는 'CB 공포', HMM에 무슨 일이…[시크한 분석]
희망봉 우회로 상승한 운임비
SCFI 올 초 대비 67.9% 상승
팬데믹 시절 특수 기대하지만
부진한 HMM의 주가 움직임
주가 발목 잡은 CB 전환 물량
글로벌 해운운임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홍해-수에즈운하 사태와 물동량 증가세의 영향이 운임비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시장의 관심이 해운업체 HMM으로 쏠리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팬데믹 특수를 누린 HMM의 실적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문제는 시장의 호재에도 HMM 주가는 이렇다 할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일까.
팬데믹 시절의 특수를 다시 누릴 수 있을까. 국내 대표 선사 HMM을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HMM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해운운임비가 꿈틀거리고 있어서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초 1896.65포인트에서 지난 7일 3184.87포인트로 67.9% 상승했다. 발틱운임지수(BDI)도 같은 기간 1146포인트에서 1881포인트로 64.1% 치솟았다.
해운운임지수를 끌어올린 요인은 지난해 11월부터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수에즈운하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선사들이 홍해-수에즈운하 항로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하면서 운임비가 늘어났다.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6500㎞(7~8일)를 더 항해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내수시장이 살아나면서 수입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운임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운운임비 상승은 HMM엔 호재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운임비와 HMM의 실적은 '정(+)의 관계'여서다. 실제로 팬데믹 특수를 누렸던 2021년과 2022년 HMM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5조3372억원, 10조1171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1년 당기순이익 1240억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당기순이익이 2021년엔 43배, 2022년엔 81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시장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 양재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 이후 SCFI 운임비의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희망봉 우회로 운송시간이 길어진 탓에 성수기 주문이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홍해-수에즈 운하가 정상화하더라도 선사들이 항로를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며 "희망봉 우회로 운임비 인상 명분이 생긴 데다 주문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주가다. 우호적인 시장 환경에도 HMM의 주가는 이렇다 할 상승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초 2만6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11일 1만7990원으로 12.6% 하락했다. 지난 4월 1만400원까지 주저앉았던 주가가 지난 7일 1만9000원대까지 상승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HMM의 주가 상승세를 막고 있는 것은 2023년 매각 불발 이슈와 영구전환사채(CB)의 추가 상장 논란이다. 특히 대규모 CB 주식전환물량이 남아있어 투자자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해 매각에 실패한 HMM은 채권단(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의 관리를 받고 있다. 문제는 두 채권단이 보유한 HMM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2000만주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전환을 준비 중인 CB 물량도 적지 않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도 195회(5월), 196회(10월), 197회(2025년 3월)의 CB 전환 물량이 남아있다"며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CB의 중도상환청구권을 모두 행사해 주식으로 전환하면 올해 하반기 중 1억7200만주, 내년에는 1억4400만주 등 총 3억1600만주의 주식이 추가 상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1일 기준 HMM의 발행주식 수가 7억903만9496주라는 걸 감안하면 절반에 달하는 44% 수준의 주식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거다. 주식 수 증가는 주가엔 악재다.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우호적인 시장 환경에도 옆으로 기고 있는 HMM의 주가는 2021~2022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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