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문단의 이방인… 11년 만의 첫 시집, 지난날 깊이 고백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군생활을 할 때 첫사랑에게 보낼 편지 한 통을 한 달 동안 고쳐 썼어요. 답장에는 '글을 참 잘 쓰는구나, 글쓰기를 배워봐'라고 적혀 있었죠."
오랜 침묵을 깨고 오 시인이 등단 11년 만에 첫 시집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문학동네)를 펴냈다.
인터뷰를 마치며 오 시인은 "여전히 청탁을 받아 마감 기한을 지키며 시를 쌓아나갈 자신은 없다"면서 이번 시집이 그의 마지막 시집이 될 수도 있다는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등단 후에도 글 대신 식당 차려
“마감 지키며 시 쓸 자신 없어
이번 시집이 마지막 될 수도”

“군생활을 할 때 첫사랑에게 보낼 편지 한 통을 한 달 동안 고쳐 썼어요. 답장에는 ‘글을 참 잘 쓰는구나, 글쓰기를 배워봐’라고 적혀 있었죠.”
일찍이 원래 들어갔던 대학을 자퇴했던 오병량 시인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전역 후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다. 스물여섯, 늦깎이 새내기였다. 시에 재능이 있다는 말에 대학원까지 진학했지만 “생활이 안정돼야 좋은 글을 오래 쓸 수 있다는 마음이 커져만 갔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2013년에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하고도 돌아선 그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 문단에서 사라졌다.
오랜 침묵을 깨고 오 시인이 등단 11년 만에 첫 시집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문학동네)를 펴냈다. 여전히 자신을 ‘이방인’으로 명명하고 시인보다 연남동에서 작은 한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으로 소개되는 것이 더 익숙하다는 오 시인을 지난 12일 만났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 만 편지를 세탁기에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수록된 시 ‘편지의 공원’ 중에서)
등단 이듬해 문학동네의 100호 기념 티저 시집 표제작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그의 시는 이번 작품에도 수록돼 눈길을 끈다. 오 시인은 시 쓰기에 대해 “자기 고백”이라고 말했다. 지나간 모든 일과 사람들을 혼자 남아 되돌아보며 “사람에게도 감정에게도 그리고 지난날 저지른 실수에게도 깊이 고백하며 과거를 보듬는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그의 모든 시간이 시집 면면에 가득 배어 있다. ‘다만, 다만의 말로 쓴’의 화자는 ‘차가운 면에 입김을 불어 넣는 너의 얼굴을 생각했다/ 이것은 다만, 생각의 얼굴들’이라며 지나간 인연을 불러 세운다.
또 다른 ‘호랑이 꽃’에서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매번 져주던 사람의 이름이 지독히 기억나지 않던 밤/ 그렇게 살지 말라는 전화와/ 어떻게 지내냐는 문자를 받았다’고 적는다. 사람과 시간에 대한 후회와 추억, 사랑이 담겨 있다.
시집의 맨 앞에 실린 ‘봄눈’에서 시에 대한 시인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지나간 시간을 쓰다듬는 ‘빗’을 든 ‘나’는 ‘며칠을 밤새 중얼거리다 울고 말았을 것’이라고 시를 쓰던 밤을 회상한다. 또 그 시간에 관해서 설명하는 ‘어떻게 빈 종이만 쓰다듬는 중일까, 책상이 다 뜨거워지도록’ 부분에서는 그의 시를 읽은 뒤 하나의 단어로 정리될 수 없는 감정들이 꿈틀거리는 이유가 그가 들인 노력과 고뇌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오 시인은 “여전히 청탁을 받아 마감 기한을 지키며 시를 쌓아나갈 자신은 없다”면서 이번 시집이 그의 마지막 시집이 될 수도 있다는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시집을 펼쳐 드는 순간, 시에 대한 시인의 단단한 진심이 꺾일 리 없음은 명확해 보였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계명대에서 감동받은 노소영, 모교 서울대에서 실망한 이유는?
- 성교육 중 ‘노출신 영화’ 튼 중학교 교사…“성관계 후 야릇” 발언도
- 조합장에 성과급 10억?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주민 불만 폭발
- 이승기, “결혼 전 일, 가족은 지켜달라”…‘장인 주가 조작 혐의’에 호소
- 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 이재명…한동훈에 11%p 앞서
- 지진 몰고 다니는 스위프트…英 지질조사국 “지구가 움직였다”
- ‘내 사진 이상해’...‘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폭로 유튜버에 연락
- 진중권 “민주당, 차라리 헌법 84조 문구 ‘야당대표’로 바꿔라”, ‘이재명 방탄’ 법안 비판
- “숨겨진 친동생 있다”… 이상민, 출생의 비밀 충격
- “‘나혼산’ 나온 박세리 대전 집, 경매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