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밥인생 30년차 언니들 “‘한 방’ 없지만 ‘계속하는 힘’으로 달려”

신재우 기자 2024. 6. 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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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에서 안정적으로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5명의 대표는 이 한마디에 뭉쳤다.

서울에서 작지만 탄탄한 출판사를 운영하던 '가지'의 박희선 대표, '목수책방'의 전은정 대표, '메멘토'의 박숙희 대표, '에디토리얼'의 최지영 대표, '혜화1117'의 이현화 대표가 지난해 산책 모임에서 출발해 하나의 공동 브랜드 '출판하는 언니들'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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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하는 언니들’ 박희선·전은정·박숙희·최지영·이현화
70년대생 1인출판사 대표 5인
공동 브랜드 만들어 프로젝트
자전적 이야기 담은 소책자와
각자 회사책 엮은‘블라인드북’
26일 서울국제도서전서 소개
왼쪽부터 ‘에디토리얼’의 최지영 대표, ‘메멘토’의 박숙희 대표, ‘혜화1117’의 이현화 대표, ‘목수책방’의 전은정 대표, ‘가지’의 박희선 대표가 공동 브랜드 ‘출판하는 언니들’로 의기투합했다. 그래픽=하안송 기자, 혜화1117 제공

“우리 같이 재미있는 일을 시작해보자!”

출판계에서 안정적으로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5명의 대표는 이 한마디에 뭉쳤다. 서울에서 작지만 탄탄한 출판사를 운영하던 ‘가지’의 박희선 대표, ‘목수책방’의 전은정 대표, ‘메멘토’의 박숙희 대표, ‘에디토리얼’의 최지영 대표, ‘혜화1117’의 이현화 대표가 지난해 산책 모임에서 출발해 하나의 공동 브랜드 ‘출판하는 언니들’을 만든 것이다.

197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에 출판계에 입문했다. 2010년대에 출판사를 창업하고 어느덧 모두 30년을 책에 빠져 사는 5명은 말 그대로 ‘출판하는 언니들’이다. 최근 전화로 만난 이현화 대표는 “출판업계는 ‘여초’로 여겨질 만큼 여성 종사자 비중이 높지만, 생존율은 다른 업종과 별반 차이가 없다. 30년 전후의 경력을 쌓아온 여성 출판인은 많지 않다”며 “그렇게 버텨온 출판인들이 모여 서로에게 격려와 힘이 되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함께 시작해보니 누구는 교정을 잘 보고, 누구는 일정을 잘 정리하고, 누구는 행동 대장이고 서로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5개 출판사의 대표들은 각자의 강점으로 팀에 ‘시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그렇게 나온 첫 결과물은 각자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소책자 ‘언니들의 계속하는 힘’이다. 출판사를 차리고 도합 216권의 책을 펴낸 ‘언니’들의 마음가짐을 엿보일 수 있는 글들이다. 이를테면 박희선 대표는 사무실이 아닌 서울 곳곳의 카페에서 일하고 구상하는 방식을 ‘왓츠인마이백’이라는 제목의 글로 표현하고 박숙희 대표는 안정적인 출판사 운영을 위한 ‘루틴’을, 이현화 대표는 출판계를 떠날 고민을 하던 중 1인 출판사를 열게 된 결정적 계기를 ‘원앤드온리’를 통해 풀어내는 식이다.

이들은 말한다. “규모가 엄청나지는 않지만 옹색하고 힘들지만은 않다”고. “소박하지만 즐겁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실제로 이들이 꾸려가는 출판사는 작지만 강한 매력이 있다. ‘가지’는 ‘동네에서 만난 새’ ‘꽃을 기다리다’ 등 생태와 여행,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책을 꾸준히 내고 있고 ‘메멘토’는 ‘글쓰기의 최전선’ ‘한국 철학사’ 등 17년간 철학, 역사, 고전 저서를 만들어오고 있다. ‘목수책방’은 ‘피트 아우돌프 3부작’과 ‘산책의 언어’ 등 식물, 유기농, 자연 주제의 책을, ‘에디토리얼’은 ‘과학기술의 일상사’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 등 과학과 인문학, 과학소설(SF)까지 아우른다. ‘혜화1117’은 ‘옛 그림으로 본 5부작’을 필두로 ‘외국어 전파담’ 등 인문교양과 문화예술 분야를 오가는 책을 선보인다.

“목표 매출액이 있어요. 듣고 웃지는 마시고요. 각 출판사당 500만 원!” 이 대표는 ‘출판하는 언니들’이 첫선을 보이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각 출판사가 500만 원을 매출액으로 잡았다”며 잔뜩 부끄러워했다. 오는 26일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들은 공동 부스를 운영하면서 소책자와 함께 다섯 출판사의 책으로 만든 ‘블라인드 북’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다음은? 이 대표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여러 기획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출판계 베테랑답게 이들에겐 다 계획이 있을 것이다. “빌딩은 못 세웠지만,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가야죠.”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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