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돌아와 1분 만에 골 넣은 주민규 "코리안 케인 별명 영광!"

(울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코리안 케인' 별명이요? 굉장한 영광이죠!"

6월 A매치 기간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단연 만 34세 '늦깎이 태극전사' 주민규(울산)였다.

싱가포르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5차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폭발하고, 도움도 3개나 올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이날 주민규에게는 '코리안 케인'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장난스럽게 '코(리안)-케인'이라고 부르는 팬들도 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이자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골잡이로, 오랜 기간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기도 해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해리 케인에 빗댄 별명이다.

손으로 땅을 찌르는 듯한 주민규의 골 세리머니도 케인의 그것과 똑같았다.

16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 FC서울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17라운드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주민규는 새 별명을 붙여준 팬들에게 매우 고마워했다.

주민규는 "케인은 굉장히 좋아하는 선수 중에 하나고, 그의 플레이도 굉장히 좋아한다"면서 "케인과 비슷하다고 봐주셔서 너무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 더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케인 세리머니'를 하면서 점프할 때 체공시간은 케인보다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한 기자가 농담하자 주민규는 "아 그건 좀 힘들어요"라며 익살 섞인 반응을 보여 취재진을 웃게 했다.

주민규는 케인은 물론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등 유럽의 특급 스트라이커들 영상은 꼭 챙겨보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정교함을 더해가는 주민규의 슈팅력은 이날 서울전에서도 빛났다.

상대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고 전반 1분 만에 오른발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골대 왼쪽 가장자리로 시원하게 슈팅을 꽂아 넣었다.

주민규는 "대표팀에 있다 온 만큼, 이제 소속팀을 위해 골을 많이 넣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1분 만에 골을 넣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른 시간 터진 주민규의 골에 전반 42분 서울의 자책골이 더해져 울산은 2-0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후반전 서울에 흐름을 내주더니 결국 일류첸코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허무한 무승부에 실망한 홍명보 울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자기관리 부족'을 꽤 격앙된 목소리로 질타하기도 했다.

주민규는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면서 "2주간의 (A매치) 휴식 기간에 선수들이 몸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부분을 감독님이 캐치하신 것 같다. 경각심을 갖고 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입지가 굳건해지는 주민규가 2년 뒤 북중미 월드컵에서 활약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때면 36세다. 축구선수로 '칠순'을 넘겼다고 봐야 할 나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이어간다면 주민규가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것도 꿈만은 아닐 터다.

주민규는 "일단은 월드컵 생각은 안 하고 있다"며 멋쩍게 웃으면서 "2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팀에서 많은 골을 넣고, 몸 관리를 잘한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볼 일"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보여준 자기 경기력에 대해 '50%'라고 냉정한 평가를 한 주민규는 "앞으로 소집될 때마다 10%씩 높여가겠다. 70%, 80%…, 이렇게 계속 보여드릴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며 눈을 반짝였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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