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가해자 "잘 나온 사진 써 줘"…폭로 유튜버에 어이없는 요구

2004년 경찰에 체포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20여년 전 경남 밀양시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가해자가 자신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에게 '이왕이면 잘 나온 사진을 써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밀양 집단 성폭행 가해자의 신상을 폭로한 유튜버 A씨는 지난 15일 공개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가해자에게 받은 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A씨는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며 협박이나 연락을 받은 적은 없었냐'는 질문에 "협박 수준의 연락을 받은 건 없었다. 다만 가해자 한명에게 사진이 이상하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왕이면 잘 나온 사진을 써달라'고 들리지 않나. 진짜 어처구니없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어릴 때부터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 이 사건 전엔 '거제 전 여친 폭행 사망' 사건을 다뤘는데, 구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밀양 사건도 관심 있게 지켜보며 자료를 모아놓고 있었는데 제보가 들어와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사건과 무관한 사람을 저격했다며 "검증 소홀로 인한 내 잘못이다. 다시 한번 피해자분께 사과드린다. 피해자의 선처로 합의했고, 양측 변호사가 조율해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밀양 집단성폭행 가해자 신상을 폭로한 유튜버 A씨 채널. /사진=유튜브 채널 캡처

'영상을 올린 이유도 결국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그걸 부정할 순 없을 것 같다"면서도 "막상 사건을 파헤치면서 감정 이입이 되기도 했다. '진짜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게 처음 내 생각이었다"고 했다.

A씨는 "이번 신상 공개 영상을 만들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다면 이 가해자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라며 "피해자 말씀처럼 이번 사건이 반짝 이슈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발생했다. 고등학교 남학생 44명이 1년간 여중생 한명을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해 협박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일부를 기소했고 나머지는 소년부에 송치하거나 풀어줬다. 기소된 10명도 이듬해 소년부로 송치됐지만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는 데 그쳤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밀양 집단 성폭행 가해자들에 대한 폭로전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돼 사이버 테러당하는 등 피해가 잇따라 논란이 됐다.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하나였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5일 "유튜브 '00000'이 2004년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족)의 동의를 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피해자 가족 측과 직접 메일로 대화 나눴고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주장한 유튜브 OOOOO는(은) 이와 관련해 현재 영상 일부를 삭제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