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의 차이 29㎝… 여심 눈높이 맞췄다
‘키 비교 영상’ 닷새만에 2000만뷰
드라마 종방했지만 여전히 관심사
‘늑대의 유혹’ ‘도깨비’ 때처럼 화제
“신체적 차이, 남녀가 끌리는 요소”
심리학자, 중요한 선택기준 꼽기도
‘키 차이 챌린지’. MZ세대가 즐겨 쓰는 SNS 플랫폼 틱톡 등에서 요즘 유행하는 놀이 중 하나다. 키 차이가 현격한 남녀가 등장한 후, 내려다보는 남성과 올려다보는 여성이 시선을 교환하는 식이다. 이는 tvN ‘선재 업고 튀어’ 인기의 여파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남녀의 키 차이를 새로운 관심사로 끌어올렸다.
‘선재 업고 튀어’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변우석과 김혜윤의 키는 각각 189㎝와 160㎝. 무려 29㎝ 차이다. 최근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나눈 김혜윤은 “키 차이 때문에 제가 카메라 아래로 사라지기 때문에 투 숏(two shot)을 찍을 때 단상 위에 올라가거나 까치발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여성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포인트가 됐다. 또 다른 의미의 ‘키다리 아저씨’인 셈이다.
키 큰 남자 배우와 신장 차이가 많이 나는 여성 배우를 내세워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둔 콘텐츠는 적잖다. 영화 ‘늑대의 유혹’(2004)이 대표적이다. 키가 큰 강동원(186㎝)이 이청아(166㎝)의 우산 속으로 뛰어들다 보니 그의 얼굴이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이 우산을 들어 올리며 강동원의 해사한 표정이 드러나는 장면을 슬로모션으로 보여주는 ‘늑대의 유혹’은 충무로 역사상 가장 빼어난 등장 신을 가진 작품으로 손꼽힌다.
드라마에서는 ‘꽃보다 남자’(2009)의 주인공을 연기한 이민호(187㎝)·구혜선(163㎝)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 바다를 배경으로 이민호가 허리를 깊게 숙여 구혜선에게 입을 맞추는 장면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일명 ‘까치발 키스’로 눈길을 끈 ‘인현왕후의 남자’(2012)의 지현우(187㎝)·유인나(165㎝), 키다리 아저씨 캐릭터의 교과서와 같았던 ‘도깨비’의 공유(184㎝)·김고은(167㎝) 등이 남녀 주인공의 키 차이가 시청자들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됐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과거에는 대중의 입소문에 의존해 이런 분위기가 형성됐다면, 최근에는 화제가 되는 포인트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선재 업고 튀어’ 제작진은 남녀 주인공의 키 차이를 부각한 영상을 틱톡에 공개했고, 닷새 만에 20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네티즌들도 챌린지에 동참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김혜윤 역시 “나와 변우석의 키 차이가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다”면서 “둘의 키뿐 아니라 손발의 크기 차이에서도 설렘을 느끼더라”고 말했다.
남녀의 키 차이를 단순히 ‘신체적 크기’의 다름만으로 볼 순 없다. 심리학적으로도 남녀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의 대가인 데이비드 버스 텍사스 오스틴대 교수는 저서 ‘욕망의 진화’에서 “여성은 거친 세상에서 자신과 아이를 보호해 줄 든든한 남성을 찾으려 하고, 남성은 부성확실성을 해치지 않으며 후손을 낳을 수 있는 여성을 선호한다”면서 남녀의 몸매와 신체적 차이가 서로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일종의 순정만화와 같은 이야기다. ‘내가 남몰래 사랑했던 남성도 알고 보니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설정은 빤하다. 하지만 밀고 당기기 없는 남녀가 우직하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밀고 나가는 정통적인 로맨스의 구도를 띠며 3040여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여기에 주인공 남녀의 신체적 차이는 ‘키다리 아저씨’로서 선재라는 인물에 대한 판타지를 극대화하는 요소가 된 셈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드라마 속 현실은 실제 현실보다 더 과장돼서 표현되는 경향이 있는데, ‘선재 업고 튀어’에서는 두 사람의 키 차이가 특히 더 두드러지며 애틋한 감정과 호감을 상승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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