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기술 독립… 연비로 입증했다[자동차]

이근홍 기자 2024. 6.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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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무대서 ‘최고의 하이브리드’로 손꼽힌 현대차그룹
1995년 첫 콘셉트카 선보인 뒤
쏘나타·K5에 독자 시스템 장착
경쟁 상대 캠리보다 압도적 연비
美 경제가치 뛰어난 차 시상식서
투싼·아반떼 하이브리드 ‘1위’
LF 쏘나타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시스템

최근 전 세계에서 하이브리드차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꾸준히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쌓아온 현대자동차그룹의 선제적 대응이 재조명되고 있다. 친환경·전동화 전환기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 기술 자립을 이뤄내며 하이브리드차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제외) 판매량은 69만6830대로 전년(51만1781대) 대비 36.16% 증가했다. 2009년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 포르테를 통해 하이브리드차 양산에 나선 현대차그룹은 지난해까지 누적 288만8308대를 판매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차의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2009년 0.1%에 불과했던 전체 차량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지난해 9.4%까지 치솟았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가 합쳐진 차량으로, 구조상으로는 내연기관차지만 전기차보다 더 복잡한 기술 메커니즘이 적용된다. 환경 보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던 1997년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온실가스배출량 감축을 골자로 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자동차 제조사는 10년 안에 이를 만족하는 차량을 개발해야만 했다.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차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1990년대였다. 1995년 열린 제1회 서울모터쇼에서 프로 엑센트를 기반으로 제작한 첫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FGV-1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양산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2000년에는 베르나 하이브리드·카운티 하이브리드를 개발했고, 2004년에는 클릭 하이브리드를 정부기관 공급용으로 50대 한정 생산했다. 세 모델 모두 완전한 의미의 양산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기술적 한계를 확인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하이브리드차 대량 양산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만큼 판매 수익을 통한 개발비 회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랜 고민 끝에 이미 양산된 ‘LPi 엔진(액화 상태의 LPG를 공기와 혼합해 연소실에 공급하는 액상 분사 방식의 LPG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로 방향을 잡고, 2009년 7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LPi 하이브리드로 대량 양산의 가능성을 확인한 현대차그룹은 최종 목적지였던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향해 연구를 이어갔다. 개발 방향은 타 제조사와의 차별성을 갖추면서도 현대차그룹의 파워트레인을 활용할 수 있는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이었고, 2011년 5월 세계 최초로 이 시스템을 탑재한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를 세상에 내놨다. 해당 모델은 경쟁 대상이었던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공인연비 ℓ당 19.7㎞)보다 우수한 21.0㎞의 연비를 자랑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연구·개발(R&D)의 시작을 함께한 김용석 현대차그룹 전동화시험2실 상무는 “독자 기술로 완성한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그룹이 ‘패스트 팔로’에서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얻은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말했다. 하재원 현대차그룹 전동화구동설계팀 파트장도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지금 도로 위를 누비는 수많은 가솔린·디젤 엔진 자동차가 하이브리드차로 대체된다면 이 역시 배기가스 저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차는 이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앞서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와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미국 뉴스 매거진 US 뉴스 & 월드 리포트의 ‘2022 경제적 가치가 가장 뛰어난 자동차 시상식’에서 ‘최고의 하이브리드·전기 SUV 및 최고의 하이브리드·전기차’에 각각 선정됐다. 또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 에드먼즈가 주관하는 ‘톱 레이티드 어워드 2024’에서 ‘최고의 SUV’로 뽑혔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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