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브레인' 안상훈 "석유 나오면 미래세대 위한 복지기금으로 써야"[인터뷰]
"자녀를 키울 때도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너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건 오래 걸려요. 그냥 놀라고 하는 건 쉬워요. 똑같은 거예요."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등 현금복지 정책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지금부터라도 '보수의 복지국가론은 이런 게 있고 이렇게 해왔는데 문재인 정부 때부터 현금 복지로 갑자기 돌아서서 표 계산만 하고 있다, 이걸 막아야 한다'는 걸 4년 동안 설득하고 다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절 윤석열 캠프에서 복지 공약의 기틀을 설계했으며, 이후 초대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을 맡아 복지정책은 물론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을 지휘했다. 현금복지보단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서비스 복지'를 추진해야 한단 게 그의 신념이고 윤석열정부 복지 비전의 근간이다.
4·10 총선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이를 입법으로 추진할 '미션'을 갖고 왔다. 그러나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로텐더홀 규탄대회가 일상인 현실이다.
그는 "연금·교육·노동개혁을 다 어깨에 짊어지고 왔는데, 이걸 우리 당 의원님들과 공부하고 야당 의원들 설득해 입법을 다 해야 하는데 국민들도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하지만 희망을 갖고 있다. 국운이 있으면 될 것이고 나는 우리 국민들을 믿는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시행령 갖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제 법을 바꿔야 하는데 국회가 (원 구성 갈등 때문에) 본회의장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대리석 바닥을 전전하고 있다"며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안 의원은 복지국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그는 "제가 서울대 교수 정년 보장이 10년 넘게 남았는데 사직을 했다. 기득권을 포기했다"며 "우리 대통령과 의기투합했던 사회개혁은 100% 해두셔서 제가 책임질 생각이다. 그래서 4년 비정규직으로 왔다"고 했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복지국가를 어떻게 설계할지, 경제와 어떻게 선순환을 이룰지 주로 연구해온 안 의원은 역대 대통령들의 자문 요청을 많이 받았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비전 2030'을 주도했고 박근혜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 등을 맡았다. 안 의원은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모두 복지국가엔 진심이었지만 정치상황과 그것을 밀어붙일 의지가 문제였다. 5년 담임제에서 대통령이 끝까지 밀어붙이기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안 의원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님이 보자고 해서 봤는데 이 양반은 다르더라"며 "당시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 계열 현금복지를 내세울 때다. 이게 오히려 성장을 깎아먹는단 경제학 연구 결과는 많지만 선거에서 말로 설명하긴 길고 어렵다. 그래서 '받고 떠블로 가자. 100만원 부르면 200만원 부르시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데 윤 총장님이 '안 교수님의 진짜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현금복지가 아닌 보건의료, 교육, 노동, 복지, 돌봄 등 서비스 복지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당시 총장은 "나는 정치인들에게 빚이 없기 때문에 개혁과제를 임기 내에 다 못해도 첫 발자국은 떼는 걸 하고 싶다"고 했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이) 그 때 약속을 꿋꿋이 지켜주셨다. 그 덕분에 지지율이 안 나오는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다"고 했다. 안 의원은 민간에서 고용과 복지를 창출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내용의 '사회서비스 진흥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안 의원은 최근 여당에서조차 현금 지원성 저출생 대책이 거론되는 데 대해 "효과가 없다는 게 학계에서 이미 증명됐다. 유연근로, 육아휴직에 들어갈 돈도 부족한데 현금 쓰면 이거 못 한다"며 "1억원 준다 치자. 대학 나온 여성이 일자리 잘리게 생겼는데 1억 주고 대출 탕감해준다고 애 낳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아이 초등학교 때까지 질 좋은 보육을 저렴하게 해주고 육아휴직 1년쯤 후 아이가 클 때까지 4시간 재택근무 등 유연근로를 할 수 있게 보장해주면 된다"고 밝혔다. '그런 시스템이 실제로 가능하겠나'란 기자의 질문에 안 의원은 "제가 하겠다. 제가 실현해서 영웅이 되겠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노동개혁도 저출생 문제를 풀면서 함께 풀어갈 수 있다"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기제가 보육과 육아휴직, 단축근로와 재택근로 등 근로시간 유연화인데 현재 분위기에선 기업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현재 국회가 반쪽으로 갈라진 데 대해 "국회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되는데 거꾸로 폭주하는 기관차가 되고 있다"며 "정부의 개혁 의지를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설득하는 게 부족했다. 탁현민이라도 영입해야 하나. 기자들도 정쟁 말고 이런 걸 더 적극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21대 국회 막판 연금개혁 '모수개혁'을 주장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선 "연금개혁 상설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드린다. 21대에만 진심이었던 게 아니라면 진정성 있게 받아달라"고 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에 관해선 "석유가 발견되면 현 세대가 쓰지 말고 미래세대를 위한 복지기금으로 쓰자고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지금 야당은 가스전 개발에 반대하고 있지만 석유가 나오고 혹시라도 야당이 집권하면 2200조원 임기 안에 다 쓸 거다. 그걸 막아야 한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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