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까지 읽는다" 두산로보, 진짜 사람 같은 'AI 협동로봇' 비결
김덕성 두산로보틱스 소프트웨어 혁신연구소 팀장 인터뷰
"스스로 진화하는 AI 로봇솔루션, 사용자 편의 극대화"
고객이 카메라 앞에 서자 로봇이 그의 표정을 분석한다. 사람의 얼굴 근육과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분류되는 감정은 총 7개. 중립·행복·슬픔·화남·두려움·불쾌함·놀람 등 분석된 감정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추천, 제조까지 거침없이 뚝딱이다.
이 로봇의 명칭은 '믹스마스터 무디', 이른바 '칵테일 로봇'이다. 두산로보틱스가 올해 CES에서 선보인 대표 모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적용된 협동로봇이자 혁신적 솔루션이란 점에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두산로보틱스의 기술 고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협동로봇*에 AI 등 융합기술을 적극 접목함으로써 '인간의 행동을 그대로 로봇이 대신 구현하는' 궁극의 목표를 이루고자 함이다.
'협동로봇'은 '산업용(제조용) 로봇'에 속하는 개념이지만 차이점도 명확하다. 제조용 로봇 대비 크기가 작아 배치에 유연, 작동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는 이점이 있다. 별도의 안전펜스가 필요하지 않아 사람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이에 제조업 뿐 아니라 서비스업에서도 활용된다.
글로벌 시장통계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매출은 2020년 4억7500만달러(약 6340억원)에서 2030년 80억달러(약 1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두산로보틱스는 2017년 4개의 모델을 첫 출시한 이후 현재 13개 모델을 확보, 전 세계 협동로봇 업체 중 가장 많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시장 점유율로는 국내 1위다.
두산로보틱스 기술 선도의 중심엔 소프트웨어 혁신연구소의 김덕성 팀장이 있다. 회사의 주요 협동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기획·개발하는 담당자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관련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의 협업도 그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AI 로봇'에 꽂힌 이유
연초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칵테일 로봇'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 조금 더 남았다. 개발자 관점에선 더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로봇이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믹스마스터 무디엔 사람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인식하기 위한 학습, 감정 인식의 정확성을 높이는 부분, 감정 상태에 따라 추천할 레시피를 만들면서도 맛을 보장해야 하는 부분 등 생성형 AI에 다양한 '프롬프트 엔진니어링' 기술이 적용됐다"고 강조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생성형 AI 솔루션을 안내해 원하는 결과를 생성하는 프로세스를 뜻한다.
인간 모방을 시도하는 '생성형 AI' 특성상 가장 중요한 것은 자세한 가이드 전달에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품질이면서도 관련성 높은 답을 얻기 위해 상세하고 다양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두산로보틱스가 AI 기반 협동로봇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팀장은 "협동로봇의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선 개발자가 직접 코딩을 통해 로봇이 수행하는 모든 움직임을 예측한 후 입력해야 하기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며 "하지만 AI를 활용할 경우엔 로봇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해당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타사 대비 더 높은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협동로봇의 특징이 사람과 함께 작업한다는 것에 있는 만큼 AI를 통해 보다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이는 기존 로봇이 개발자가 프로그래밍한 대로 단순 동작하는 것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AI를 적용한 로봇솔루션은 지속 학습을 통해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발전된 성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최종 사용자의 만족도도 극대화된다는 얘기다.
"가장 중요한 건 '안전성'…글로벌 테크 기업과 협업 진행 중"
두산로보틱스는 AI기반 GPT 협동로봇을 식음료 분야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학교 단체급식용 협동로봇 튀김 솔루션과 협동로봇 바리스타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타 분야 대비 공정제어가 복잡하지 않은 식음료 분야를 우선 타깃해 일반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협동로봇 활용처는 식음료 뿐 아니라 제조현장·물류창고 등 다양하다"며 "다만 제조현장의 경우 공정이 복잡하고 경우에 따라 위험한 작업물을 다루기 때문에 규제나 인증이 까다로운 편인데, 당사의 협동로봇이 업계 내 가장 높은 안전 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AI 기술에 대해선 아직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것처럼 두산로보틱스 역시 AI 로봇의 안전성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팀장은 "협동로봇이 사람과 함께 작업을 수행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성"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테스트와 검증을 거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선 수술보조 로봇과 전기차 충전 로봇 등 포트폴리오 확장에 점차 시동을 거는 추세다. 현재 글로벌 테크 업체들과 다양한 AI 기술을 협동로봇에 접목하기 위한 협업도 진행 중이다. 기밀유지 협약에 따라 당장 공개할 순 없지만, 향후 사업실증 또는 상용화 단계서 제반 정보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기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도 도입하고 있다. 김 팀장은 "당사 로봇솔루션의 핵심은 'motion platform company'로 이는 곧 '인간의 모든 행동을 로봇이 대신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모든 기술을 당사가 자체개발하는 것보다 해당 솔루션 및 모션에 전문성을 가진 전문 인력이나 개발자 참여를 유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정 전문성과 개발 효율성을 고려한 판단이다.
두산로보틱스가 지난해 10월 처음 선을 보인 '다트 스위트'도 이에 대한 일환이었다. 해당 플랫폼은 협동로봇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초보 개발자도 코딩 없이 미리 만들어진 기능을 조합해 앱을 개발할 수 있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도 최대 80%까지 단축된다. 두산로보틱스는 향후 다트 스위트에도 AI를 접목, 개발자 뿐 아니라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하는 혁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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