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병의 고장, 마포구 상권이 오래가는 이유" 도보마포 신현오 인터뷰 [마포구의 비밀④]
"골목 따라 발달한 마포 상권, '발레파킹' 문화 없는 게 특징"
[커버스토리 : 마포구의 비밀④]
"마포구는 '홍대병'의 고장이다. 부정적인 의미로 시작했지만 사실 이 단어에는 동네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식, 취향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있다."
마포구에 ‘진심’인 사람이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6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로컬큐레이터 신현오 씨다.
인스타그램 계정 ‘도보마포’를 운영하는 그는 마포구 주민과 상인 100여 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맛집이나 카페, 편집숍, 생활정보 등 마포구 로컬 콘텐츠를 전했다. 개설 2년 만에 급성장한 그의 계정은 마포구 주민이나 합정, 상수, 망원, 공덕 등 마포구를 찾는 사람들의 필수 채널이다.
마포구에서 나고 자라 동네에 대한 애정만으로 마포구 상권의 가장 큰 플랫폼이 됐다. 9년 차 마케터로서의 감각과 인사이트도 채널이 성장하는 데 한몫했다.
지난 6월 12일 상수역 도덕과규범 카페에서 그를 만나 마포구 상권의 특징과 변화를 물었다. 그는 ‘홍대병’에 비유해 마포구 상권을 설명했다.
홍대병은 ‘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한 브랜드나 사람이 유명해지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단어로 시작했다. 주류보다는 비주류, 대중성보다는 개성, 양산형보다는 맞춤형을 지향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마포구에 발레파킹 문화가 없는 이유
-마포구 상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골목, 단골, 홍대병입니다. 세 가지 단어가 유기적으로 이어집니다. 망원동, 상수동, 합정동, 성산동 등 주택가나 사람의 발길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골목과 그 사이에 생긴 작지만 특색 있는 가게들이 만드는 골목상권의 시초가 마포구입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을 걸으면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죠. 그래서 걸어서 만날 수 있는 마포구만의 매력을 전하고 있습니다. 또 이 동네는 주민들이 저마다의 단골가게가 있고 그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가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포구 상권에만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발레파킹(대리 주차) 문화입니다. 골목상권 위주로 발달하다 보니 주차장이나 발레 문화가 없어요. 불편하지만 불편하기 때문에 오는 특별함과 재미가 있는 곳이에요.”
-마포 상권은 상수, 합정, 망원, 공덕, 용강동 등 넓게 번져 있습니다. 이 상권마다의 특징이 뚜렷할 것 같습니다.
“마포구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30년 넘게 마포구에 거주면서 망원동, 합정동, 연남동, 도화동 등 핫한 상권마다 최소 2년 이상 살아봤습니다. 동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무형의 동네별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적이 있어요.
먼저 오피스지구인 공덕은 ‘시티팝’을 위주로 선곡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여의도, 마포, 공덕 넥타이부대들이 퇴근 후 먹자골목에서 술을 먹고 껍데기를 구워먹는 풍경들을 한국 시티팝으로 풀어냈죠. 마포구에서 유일하게 법카를 쓸 만한 공간이 있는 상권이 바로 마포역과 공덕역 인근 상권입니다.
연남동은 마포구에서는 강남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나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 예를 들어 도넛이나 탕후루가 유행하면 연남동에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생겨납니다. 외국인이나 외부인도 많이 와서 대중적인 유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외지인 트래픽도 많은 곳이죠. 그래서 플레이리스트도 대중적인 팝을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망원동은 다른 마포구 상권보다 교통이 불편하고 ‘비주류’ 감성이 가장 강한 곳입니다. 두세 명이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며 작은 가게에서 소소하게 즐기는 문화죠. 망원의 인디감성을 담아 인디음악으로 선곡했습니다.”
음악·미술 죽은 범홍대상권, 패션이 채웠다
-신촌이나 홍대 상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제가 학창시절을 보낸 10-20년 전만 해도 이대-신촌-홍대상권이 정말 핫했습니다. 패션과 트렌드의 중심은 이대-신촌 상권이었고 문화예술 공연은 홍대 상권이었죠. 다만 여러 이유로 상권의 모습과 역할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대학가로 유명한 신촌 상권은 주변 대학생, 외부인,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고 있고, 음악과 미술의 중심지였던 홍대 상권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그나마 남아있던 공연장과 미술학원이 대거 문을 닫았습니다.
대신 하이츠스토어, 산산기어, 디스이즈네버댓, 예쓰아이씨, 아비에무아 등 국내 패션 브랜드의 오피스나 안테나 매장이 홍대와 합정 사이 잔다리로에 생겨났습니다. 패션의 중심지로 급부상한 성수 상권이 굵고 짧게 팝업 형태로 존재한다면, 홍대는 여전히 상권이 가진 '특별함'이 유효한 동네입니다.
-요즘 마포구에서 가장 주목하는 상권은 어디인가요.
“성산동입니다. 망원과 연남이라는 핫플레이스 사이에 있지만 조용하고 편안한 주거문화가 형성된 곳입니다. 성산2동은 성산시영으로 대표되는 아파트 단지가, 성산 1동은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빌라가 밀집한 상권이라 주민들을 위한 작은 가게가 곳곳에 있는 상권입니다. 상업화가 끝났거나 시작된 다른 동네와 달리 여전히 마포구의 매력을 가장 잘 담고 있습니다.”
-마포구 상권에서 뜨고 지는 가게들의 변화를 봐 오셨는데요. 마포구 상권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뭘까요.
“동네마다의 색깔이 디테일하게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마포구에서 뭔가 하려면 무조건 동네 주민을 잡아야 합니다. 상수나 범홍대 상권은 피크를 찍고 잠잠해졌습니다.
규모가 큰 회식 장소가 아닌 이상 마포구 상권에서는 매장이 작아질수록 브랜딩은 더 날카롭고 또렷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같은 느낌이 성수에도 있다면 굳이 상수에 올 이유가 없으니깐요.”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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