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너처럼”…오빠 추천車 샀다가 당했다, ‘그놈’을 믿지 마세요 [최기성의 허브車]
나쁜 MINI와 ‘전쟁같은 사랑’
남성의 ‘전투적 호르몬’ 자극
MINI 전기차, 여자도 美친다
미니(MINI)는 예쁜 자동차의 대명사다. 통통 튀면서 섹시한 매력도 있다. 여자들이 MINI를 사랑하는 이유다.
타보고 난 뒤에는 “왜 샀을까” 후회하는 여성 운전자들이 있다. 예쁜 외모와 달리 공간도 좁고 승차감도 거칠기 때문이다. 예쁜 티를 팍팍 낸다.
남자들이 반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쁜 여자’에 푹 빠져드는 느낌 아니까.
뇌 과학과 경제학을 접목한 신경경제학에서도 수렵채집 시대를 거치며 남녀의 뇌 구조가 달라지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호르몬에도 차이가 생겨 선호하는 제품이 달라진다고 분석한다.
여성은 명품처럼 자신의 여성적인 매력을 치장해주거나 돌봄 본능을 자극할 수 있는 MINI같은 차종을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남성은 성적 매력과 공격성을 보여줄 차종을 선택할 때가 많다. ‘강한 남자’로 만들어줄 큰 차, 센 차를 ‘로망’으로 여긴다.
MINI는 국내에서도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입차 브랜드다. 국산차인 현대차 캐스퍼, 기아 레이 등도 여성이 선호하지만 MINI만큼은 아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올해 1~4월 성별 구매현황에 따르면 수입차 24개 브랜드 중 MINI만 유일하게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구입했다.
개인 구매자 남성은 905명, 여성은 1368명, 남성은 905명으로 나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MINI 구매자 중 여성은 4387명, 남성은 3222명으로 집계됐다. 비중은 각각 57.7%, 42.3%로 나왔다.
연령대별로 다시 분석해보면 30·40대 여성이 MINI를 가장 많이 구입했다. 40대 여성은 지난해 MINI 차종을 1543대 샀다. 30대 여성은 1479대를 구입하면서 2위를 기록했다.
40대 남성은 1410대, 30대 남성은 770대, 50대 남성은 739대, 50대 여성은 732대로 그 뒤를 이었다.
수입차 시장에서 30~50대보다 구매력이 떨어지는 20대 남녀는 5위권에 들지 못했다.
대신 2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차종에는 MINI가 2개 차종 포함됐다. MINI 해치백이 1위, MINI 컨트리맨이 5위를 기록했다.
심리학 실험뿐 아니라 통계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MINI를 더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남성이 MINI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들도 예쁜 차를 좋아해서일까.
물론 예쁜 차를 좋아하는 남성들도 있다. 다만,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MINI를 사는 남성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예쁘지만 거칠다는 반전 매력이 남성들에게 호소력이 있게 다가왔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MINI는 통통 튀는 매력과 작은 로켓 같은 고-카트(Go-Kart) 질주 성능을 갖췄다. 포르쉐 부럽지 않다. 테스토스테론으로 대표되는 전투적 남성호르몬을 솟구치게 만든다.
사냥 유전자 때문인지 불편이나 위험을 감수할 때 쾌감을 느끼는 남성들이 있다. MINI 마니아들도 쾌감과 재미를 위해 ‘프로 불편’을 즐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듯이 귀엽고 예쁘지만 독기를 품은 팜므 파탈(femme fatale) 매력을 지닌 ‘나쁜 여자’에게 끌리는 것도 비슷하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인격’이 남성들에게는 MINI에 미치는 반전 매력이 된다.
감내할 수준의 불편은 ‘나쁜 MINI’를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성취감과 함께 나쁜 여자와 ‘전쟁 같은 사랑’에 빠질 때 느낄 수 있는 ‘치명적 낭만’까지 선사한다.
작고 민첩하지만 불편하다는 단점을 없애기 위해 라인업도 강화한 것도 ‘남심(男心) 공략’에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MINI 5도어, MINI 클럽맨, MINI 컨트리맨 등 더 이상 미니(mini)라고 볼 수 없는 차종이 많아졌다.
차체도 실내공간도 좁은 MINI 해치백과 달리 패밀리카로도 쓸 수 있는 ‘작은 거인’이다. 세컨드카가 아니라 퍼스트카가 된다.
나잇살이 찌지 않고 오히려 볼 살이 빠지면서 얼굴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여기에 기존 MINI가 쌓아왔던 ‘젊음’ 이미지도 한몫하고 있다. 30~50대 남성은 MINI를 타는 순간 ‘젊은 오빠’가 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이들은 여자 친구나 아내가 MINI를 구입하면 더 반긴다. 운전을 대신해주면서 연인이나 아내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자상한 오빠·남편’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는 일상에 억눌려 있던 전투적 호르몬을 마음껏 내뿜을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고다.
“예쁘다, 너처럼”이라며 MINI를 은근히 권하는 오빠와 남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지니.
국내 출시 예정인 뉴올 일렉트릭 MINI 쿠퍼는 더 조용하고 정숙한 전기차로 거듭났다. 외모는 세련되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동안’이 됐다.
삼성 디스플레이와 협업해 자동차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원형 OLED 디스플레이, 티맵 기반의 한국형 내비게이션, 초음파 센서 12개와 서라운드뷰 카메라 4개 등으로 멋과 편(便)을 모두 챙겼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유럽 표준 국제시험 방식(WLTP) 기준으로 402km다. 유럽보다 엄격한 국내에서는 320km 정도 인증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3세대 미니 전기차는 159km를 주행했다. 2배 이상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셈이다.
고-카트 주행모드에는 ‘독기’를 모두 집어넣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영화 인터스텔라나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서 들었던 우주선 발진 굉음이 터져 나온다. 달리는 맛도 짜릿하다.
뉴올 일렉트릭 MINI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아내 김지원(홍해인 역)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은 남자 주인공 김수현(백현우 역)을 닮았다.
아내에게 다정다감하면서 아내를 지켜줄 때는 특별경호부대 출신답게 감춰뒀던 야성도 발산한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외유내강’이다. 남성도 여성도 MINI에 미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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