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밀레니얼의 ‘조용한 휴가’ [뉴노멀-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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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은 일에 대한 개념과 일하는 방식을 180도 바꿔놓은 거대한 사건이었다.
한주에 2~3일은 출근하고, 나머지 근무일은 원격으로 일하는 방식이다.
조용한 휴가를 떠난 이들은 회사의 메시징 플랫폼(슬랙 또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스)에서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마우스를 움직여주거나, 근무 시간이 아닌 시간에 메시지를 예약 전송하면서 초과 근무를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보편화한 원격 및 하이브리드 근무는 '블레저 트렌드'의 부활을 가져왔고, 일하는 방식, 휴가 트렌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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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 더밀크 서던플래닛장
팬데믹은 일에 대한 개념과 일하는 방식을 180도 바꿔놓은 거대한 사건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원격 근무가 가능하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많은 미국 기업이 엔데믹 이후 오피스 출근을 재개했다. 존 도너호 나이키 최고경영자는 “재택근무가 혁신 속도가 느려진 원인”이라며 출근 정책을 재개하기로 했다. 화상회의만으론 파괴적인 혁신 상품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기업의 바람과는 달리, 원격 근무를 고수하려는 직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찾은 절충안이 하이브리드 근무다. 한주에 2~3일은 출근하고, 나머지 근무일은 원격으로 일하는 방식이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조용한 휴가’가 그것이다. 이는 휴가를 신청하지 않고, 휴양지 등에서 소극적으로 업무를 보는 방식이다. 조용한 휴가를 떠난 이들은 회사의 메시징 플랫폼(슬랙 또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스)에서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마우스를 움직여주거나, 근무 시간이 아닌 시간에 메시지를 예약 전송하면서 초과 근무를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런 성향은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회사 해리스폴이 지난 4월 직장인 11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 중 37%가 ‘상사에게 알리지 않고 쉬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엑스(X)세대(1965~1980년생), 제트(Z)세대(1997~2012년생)는 각각 24%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시엔비시(CNBC)는 기업의 중추 역할을 맡은 밀레니얼 세대가 마감일을 맞추고 생산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휴가를 신청하면 게으르게 평가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그리고 인공지능(AI) 기술로 인한 산업 격변 속에서 해고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런 편법을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설문 결과 미국 근로자 78%가 주어진 유급 휴가(PTO)를 모두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엔데믹 이후 등장한 또 다른 ‘일의 변화’는 해외 비즈니스 출장이 다시 활발해진 것이다. 해외 출장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발표된 미국 항공사들의 1분기 매출이 이를 반영한다. 델타와 유나이티드 항공, 두 항공사의 기업 매출은 각각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출장이 늘어난 것은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대면 미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가치 있는 투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형의 회의가 늘어난 것도 출장을 자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팀 미팅을 위한 출장이다. 팬데믹 기간 중 다른 도시로 이주한 직원들이 상사를 만나거나 팀 미팅을 위한 소규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지로 떠나고 있다. 업무를 위한 출장만 떠나는 것은 아니었다. 하이브리드나 원격 근무 방식이 도입되면서 비즈니스 미팅과 레저 여행을 결합한 ‘블레저 트렌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블레저는 비즈니스와 레저를 결합한 용어로, 출장 목적으로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를 방문했다가 휴가나 휴일을 활용해 레저 여행을 즐기는 방식이다.
미국의 리서치 회사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블레저 여행 시장 규모는 2022년 3153억달러에서 2032년엔 731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팬데믹으로 인해 보편화한 원격 및 하이브리드 근무는 ‘블레저 트렌드’의 부활을 가져왔고, 일하는 방식, 휴가 트렌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근로자들의 삶과 기업 운영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성 에이아이의 등장과 같은 기술의 발전은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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