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5421개 社 2027년부터 인권·환경보호 실사 의무 이행해야”
5월 24일(이하 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이사회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공급망실사지침(CSDDD·이하 공급망실사지침)’이 최종 승인됐다. 4월 24일 EU 의회 본회의에서 승인된 지 한 달 만이다. 공급망실사지침은 6월에 EU 관보에 게재되고, 관보 게재 20일 후 발효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공급망실사지침이 발효된 이후 기업이 실사 의무를 이행하는 방법 등에 대한 상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공급망실사지침은 2020년 4월 EU 집행위원회가EU 역내 국가별 상이한 인권·환경보호 실사 제도를 통합하고, 이를 의무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기업 활동으로 인한 인권‧환경 관련 부정적 영향을 예방 및 해소하고 관련 정보를 공시하는 게 골자다. 실사 의무 대상인 공급망은 생산, 공급, 유통·운송·보관으로 규정하고 폐기(해체·재활용·퇴비화·매립 등) 부문은 제외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비정부기구(NGO)인 다국적기업연구센터(SOMO)에 따르면, 공급망실사지침에 따른 실사 의무 적용대상 기업 수는 전 세계 5421개 사(3월 말 기준)로 추정된다.
기업 규모별 적용 시기 차등…2027~2029년 시행
공급망실사지침은 발효를 기점으로 3년 후인 2027년부터 직원 수가 5000명을 초과하고 전 세계 순 매출액(총매출액에서 할인액과 반품 금액 공제) 15억유로(약 2조2563억원)를 초과하는 EU 역내 기업과 EU 역내 순 매출액이 15억유로를 초과하는 EU 역외 기업에 먼저 적용된다. 직원 수가 3000명을 초과하고 전 세계 순 매출액 9억유로(약1조3538억원)를 초과하는 EU 역내 기업과 EU 역내 순 매출액이 9억유로를 초과하는 EU 역외 기업은 2028년부터, 직원 수가 1000명이 넘고 전 세계 순 매출액이 4억5000만유로(약 6769억원)를 초과하는 EU 역내 기업과 EU 역내 순 매출액이 4억5000만유로를 초과하는 EU 역외 기업은 2029년부터 각각 실사 대상이 된다. EU 공급망실사지침은 EU 27개 회원국이 개별 입법할 때 과징금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담고 있다. 기업이 공급망 실사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의 상한선은 해당 기업 직전 연도 전 세계 순 매출액의 5%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EU 27개 회원국은 공급망실사지침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2년 안에 국내법 제정을 완료해야 한다.
비즈니스 직간접 파트너까지 실사 대상
EU 공급망실사지침 적용 대상 기업은 ①실사 정책 수립 등 실사 의무 내재화 ②부정적 영향 확인, 평가, 우선순위 지정 ③잠재하는 부정적 영향 예방·완화 및 실재하는 부정적 영향 제거·최소화 ④ 불만 접수 절차 구축 ⑤모니터링(감독) ⑥대중과 소통(공시 등) 의무를 부담한다. 문제는 공급망실사지침이 실사 적용 대상 기업뿐 아니라 공급망 내 직간접적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적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때 직접 및 간접적 비즈니스 파트너는 기업 공급망에서 업스트림(제품·서비스의 생산・추출・설계・소싱・원자재 공급 등) 및 다운스트림(유통・운송・보관)에 속하는 일부 업무를 수행하는 직접 계약 당사자와 간접 공급자도 의미한다.무역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실사 적용 대상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수출 기업이 공급망실사지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현지 기업과 거래가 끊기는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며 “매출액 규모가 큰 대기업만 영향권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K-ESG 가이드라인 등 활용해 선제 대응
”실사 의무는 EU 역내・외 모든 기업에 무차별하게 적용되고, 대기업은 물론 공급망 내 중소기업도 간접적 영향권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선제 대응하면 오히려 (한국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5월 9일 ‘EU 공급망실사지침 대응 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이날 오범택 한국생산성본부 ESG컨설팅센터장은 “기업의 경쟁 우위 요소로 기업 내부에 일원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급망 실사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우리 정부가 그동안 EU의 공급망실사지침 도입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준비해 온 K-ESG 가이드라인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산업부는 K-ESG 가이드라인을 기업 규모와 업종별로 지속 발전시키고, 관련 컨설팅도 올해 500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산업부는 “유럽발 공급망 실사의 기업 부담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EU 27개 회원국의 국내법 입안 시 긴밀히 협의를 추진하고, 향후 5년간 국내 기업의 실사 대응력 강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월간 ‘통상’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에서 ‘월간 통상’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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