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유류분(遺留分) 제도에 관하여

2024. 6.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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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에이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유류분 제도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의 생전처분 또는 유언에 의한 재산 처분의 자유를 제한하여 법정상속인 중 일정한 범위의 근친자에게 법률상 유보된 상속재산의 일정 비율을 말하는데, 민법 제1112조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을 법정상속분의 1/2로, 피상속인의 직계존속과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법정상속분의 1/3로 각 규정하고 있다.

유류분은 상속재산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빠짐 없이 등장하는 쟁점인데,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패륜 행위를 하고 수십 년 동안 인연을 끊고 살았던 자식에게도 유류분이 인정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지난 십 수 년 동안 위헌(違憲)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유류분 제도는 1997년 개정 민법에서 최초로 도입된 이래 2010년과 2013년에 위헌법률심판이 있었고, 헌법재판소는 이때에는 모두 합헌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사회 변화에 뒤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위헌법률심판청구가 계속되었고,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25일 기존 입장을 바꾸었다. 이하에서는 [전원재판부 2020헌가4, 2024. 4. 25.] 결정의 요지를 살펴본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에 상당하는 부분을 유류분으로 산정하여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고, 가족의 연대가 종국적으로 단절되는 것을 저지하는 기능을 가지는바,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학대 등 패륜 행위를 한 상속인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하고,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고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헌법에 위반되며,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까지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 역시도 불합리하고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직계비속·배우자·직계존속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1호 내지 3호에 대해서는 2025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을 인정하고 그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고,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4호에 대해서는 단순위헌 결정을 하여 즉시 효력을 잃게 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기여상속인의 기여분을 유류분에 준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민법 제1118조 일부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필자도 유류분반환청구 사건들을 여러 번 진행하였는데, 그때마다 유류분 제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와 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권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는 점, 상속권 확보에 의한 생활 보장의 필요성이 큰 점(아버지가 노년에 바람이 나서 가족들을 내팽개치고 내연녀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준 경우를 가정해 보자.), 남아를 선호하고 장자를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어 유류분 제도의 현실적인 필요성이 큰 점(부모가 장남에게만 재산을 모두 물려주고, 나머지 자식들에게는 재산을 한 푼도 물려주지 않은 경우를 가정해 보자.), 유류분 제도를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유류분 제도의 개정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인 점 등에서 유류분 제도가 유지되어야 할 필요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박재현 에이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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