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 대통령 격노가 무슨 죄냐고?

전혜원 기자 2024. 6. 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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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관련 이른바 ‘VIP 격노설’에 침묵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통화 내역이 드러나자 참모들을 통해 격노를 사실상 인정했다. 문제는 법리 논쟁 이전에 집권 세력의 정치적 책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을 찾았다.ⓒ연합뉴스

지난해 7월 수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해병대 채 아무개 일병(순직 뒤 상병으로 추서 진급)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을 때만 해도, 이 사건이 1년 가까이 지난 2024년 여름까지 정국을 뒤흔들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채 상병 사건은 임기 2년을 막 넘긴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채 상병은 해병대 1사단 포7대대 소속으로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중 수색에 투입되었다가 실종된 뒤 이튿날인 7월20일 사망했다. 구명조끼와 로프 등 안전장비는 지급받지 못했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런 내용을 담은 수사보고서를 지난해 7월30일 오후 4시30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해 결재를 받았다. 이튿날인 7월31일 오후 2시 언론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약 2시간 전인 오전 11시57분 이종섭 장관 지시로 이 브리핑은 돌연 취소된다. 박정훈 대령은 이후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는 취지의 말을 반복해 들었다고 한다. 박정훈 대령의 군검찰 진술에 따르면, 해병대 사령관은 박정훈 대령에게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브리핑 취소 당일인 지난해 7월31일 오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받고 격노하면서 바로 국방부 장관을 연결하라고 하고,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해병대 사령관에게 들었다고 박정훈 대령 측은 주장했다. 이른바 ‘VIP 격노설’이다.

‘VIP 격노설’의 전달자로 지목된 해병대 사령관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격노’ 자체를 부인해왔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문자나 전화나 받은 것 전혀 없습니다(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지난해 8월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대통령 격노라든지 혐의자 제외하라고 외압을 했다든지 이것은 전부 사실이 아니고요(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지난해 9월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아예 대통령에게 채 상병 수사가 보고되지도 않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국방부 장관이든 군사비서관이든 (국가안보)실장님이든 국방부의 누군가든 그 어떤 누군가도 대통령께 이 사안을 보고한 건 없는 거지요?”라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예, 제가 알기로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 사실 윤석열 대통령님은 그냥 아예 몰랐던 거잖아요, 지금 이 논리대로라면?”이라는 추가 질문에는 “그러셨을 겁니다”라고도 답했다(지난해 8월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이 8월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그러나 이후 드러난 사실들은 ‘격노 부인’ 주장들과 배치된다. 첫째,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채 상병 사건 수사 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하기 3분 전인 지난해 7월31일 오전 11시54분, ‘02-80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이 통화 내역으로 확인됐다. 둘째, 해병대 사령관 말고도 대통령의 격노를 들었다는 또 다른 해병대 간부나 여권 인사 등이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박정훈 대령의 전언 외에 ‘VIP 격노설’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지난 5월 하순 집중적으로 밝혀졌다.

대통령은 그럴 권한이 없다

이즈음 정부·여당의 기류가 묘하게 바뀐다. 5월26일 여당인 국민의힘 성일종 사무총장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법률가이자 군 통수권자니까 비교적 법률적 측면에서 접근하신 거 같아요.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서 왜 과실치사냐? 거기 작전 수행하러 갔던 사람들이 무슨 문제가 있냐? 이렇게 지적을 한 거고… 국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에 충분히 격노할 수도 있는 거예요. … (대통령이) 격노한 게 죄입니까?”

5월31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에 새로운 설명을 내놓았다. “대통령이 ‘수사권 없는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를 많이 만들었다’ ‘군부대 사망사고를 경찰이 수사하도록 개정된 군사법원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구체적으로 ‘야단’을 쳤다”라는 것이다. 혐의자 특정 과정에서 대통령의 관여가 있었다고 사실상 인정한 듯한 내용이다.

여기서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개정된 군사법원법’이란 이런 뜻이다.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2022년 군사법원법이 개정됨에 따라 ‘입대 전 범죄’ ‘군 내 성폭력’ 그리고 채 상병 사망과 같은 ‘군 사망사건 중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 등 3대 범죄에 대해서는 재판권이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법원에 있다. 이 경우 정상적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 결과를 민간 경찰에 보내면(이첩하면), 경찰이 정식 수사해 누구에게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의견을 붙여 검찰로 보낸다. 기소 여부는 검찰이 결정한다. 여느 사건이 그렇듯, 검찰이 유죄를 주장해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 즉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는 엄밀히 말해 경찰 수사 전 단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경찰 수사 전 단계에서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본 것에 대해, 대통령이 ‘혐의자를 많이 만든 것은 문제다’라며 혐의 대상을 변경하라는 지시를 내릴 수 있는가?

〈시사IN〉이 접촉한 복수의 법조인 설명을 종합하면, 대통령은 그럴 권한이 없다. 우선 ‘군 통수권자’라고 해서 군 전반에 대해 아무 명령이나 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장교 임명 등 모든 개별 행위마다 근거 법령이 존재한다. 법적으로 해병대 수사단 소속 군사경찰들의 직무를 지휘·감독할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국방부 장관에게 있다.

대통령에게 혐의 대상자 변경을 지시할 권한이 없다면, 설령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했더라도 직권남용죄를 묻기는 쉽지 않다. 판례상 직권남용죄는 직무상 권한이 있고 이를 남용했을 때에야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26일 사법농단 사건 1심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행위 자체는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애초에 대법원장이 개별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31일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보고받고 대통령이 내린 지시와 관련해 대통령 단독으로는 직권남용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그러나 수사 지휘권이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지난해 7월30일 임성근 사단장 포함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해병대 수사단 수사보고서를 결재했으면서도 이튿날인 7월31일 이를 뒤집고 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실무자가 혐의 대상자를 짚어서 보고를 올렸을 때는 장관 자신도 그게 맞는다고 생각해서 결재해놓고선, 다른 어떤 합리적인 근거 없이 대통령 격노만 듣고서 혐의 대상자에서 임성근 사단장 등을 빼도록 결론을 바꾸게 했다면, 직권남용으로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섭 전 장관 측은 사건을 경찰에 넘기는 것(이첩)을 보류하라고만 했을 뿐 혐의나 혐의자를 빼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으며, 이 역시 장관 판단으로 결정했다고 반박한다.

해병대 수사단장을 맡았던 박정훈 대령(왼쪽)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오른쪽).ⓒ시사IN 박미소 ⓒ연합뉴스

박정훈 대령은 지난해 8월2일 오전 10시30분경 임성근 사단장 등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대상자 8명을 특정한 서류를 예정대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법에 따라 “경찰에 빨리 이첩하는 것만이 정직한 해병대를 지키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바로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사용하던 자신의 휴대전화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건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두 사람은 오후 12시7분부터 12시11분까지 약 4분 동안, 오후 12시43분부터 12시56분까지 약 13분 동안, 오후 12시57분부터 12시58분까지 1분간 통화했다. 박정훈 대령은 이날 오후 12시45분께 해병대 사령관에게서 “현 시간부로 보직해임이다. 앞으로 많이 힘들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군검찰에 진술했다. 같은 날 군검찰은 경북경찰청에서 조사기록 일체를 되찾아갔다. 또한 박정훈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박정훈 대령은 ‘항명’과 ‘상관(국방부 장관)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10월6일 불구속 기소돼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이종섭 전 장관 측은 지난해 8월2일 대통령에게서 걸려온 세 차례 통화가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 지시나 인사 조치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11시45분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이종섭 당시 장관에게 전화를 건 사실 등을 고려하면, 항명죄 수사를 대통령이 지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의 판사는 “만약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가 부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지시한 게 맞는다면, 이는 이종섭 장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직권남용이 될 여지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려면 앞서 박정훈 대령이 거부한 지시가 위법하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결국 이종섭 장관이 혐의 대상자에서 임성근 사단장 등을 삭제하도록 한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따져야 한다. 물론 이 모든 해석이 옳다고 해도 실제로 범죄요건을 구성하기엔 매우 까다로운 사건이다.”

직권남용 법리는 난해하기로 손에 꼽는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임성근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당초 해병대 수사단의 판단이 무리한 것이었다고 향후 수사와 재판 끝에 결론 날 수도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임성근 전 사단장은 경북경찰청이 수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1대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고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재표결에서 결국 부결된 채 상병 특검법을, 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했다.

법적인 결론과 별개로, 윤석열 대통령이 권한에도 없는 혐의 대상자 변경을 지시한 순간 정치적 책임은 이미 발생했다. 시민 윤석열은 임성근 사단장 등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 윤석열은 법에 의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통치해선 안 된다.

그것을 격노라고 부르든 야단이라고 부르든 간에, 사건은 실제로 대통령이 했다고 알려진 발언(“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대로 흘러갔다. 지난해 8월1일 국방부 장관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혐의자에서 제외할 대상은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이었음을 추정케 하는 내용이다.

〈시사IN〉 취재 결과,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이관받은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해 8월14일까지만 해도 기존 혐의 대상자 8명 중 현장 통제 간부 2명에 대해서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해서는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아야 한다”, “가슴 장화를 신어라” 등 “구체적 수색 방법을 거론하는 바람에 결국 고 채 아무개 상병이 장화를 신고 수중 실종자 수색을 하게끔 함으로써 안전한 수색 활동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라고 혐의 대상자로 판단했다(임성근 전 사단장 측은 당시 작전통제권이 1사단장에게 없었고, 해병대 수사단에서 특정한 혐의는 사실이 아닌 데다 사망사건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오해받을 행동 하지 않았어야”

하지만 일주일 뒤인 지난해 8월21일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건 재검토 결과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관계자’에서 현장 통제 간부 2명을 제외한 데 더해, 임성근 사단장과 7여단장을 포함한 4명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적어 경찰에 넘겼다. 허리 아래 입수를 직접 지시하거나 이를 이행한 포11대대장과 포7대대장만 범죄 혐의를 적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6월1일 서울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이것은 수사 외압이 아닌가? 국민의힘은 해병대 수사단이 행한 절차가 ‘수사’가 아닌 ‘조사’이며,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인 만큼 수사 외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수사권이 없는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를 특정해 넘기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고도 말한다.

앞서 짚었듯 ‘군 사망사건 중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 정식 수사권이 민간 경찰에게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대리한 군검찰 출신 김정환 변호사는 “수사와 조사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개정 군사법원법에서 군 경찰이 어디까지 수사해서 민간 경찰에 넘겨야 하는지 모호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대통령실이나 국방부가 수사 결과 이첩 과정에서)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 애초에 사단장이든 누구든 민간 경찰이 수사하게 해서 혐의가 인정되면 형을 받고 아니면 무혐의 받고 끝날 일이었는데, 불필요하게 의혹을 키워 신뢰를 무너뜨린 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5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을 찾아 “지나간 건 다 잊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말 제기된 ‘VIP 격노설’에 대해 무려 9개월 동안 ‘묵비권’을 행사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에야 익명의 참모들을 내세워 자신이 ‘야단’을 쳤으며 그 지시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다시 “공식 창구 이외의 관계자 발언은 ‘잡음’ 수준에 불과하다” “상당한 추측이 들어간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해 8월2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건 세 차례 통화에서 채 상병 관련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박정훈 대령을 변호하는 김정민 변호사는 “이러다 나중에 또 사실이 드러나면 ‘채 상병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지, 박정훈 대령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다고는 하지 않았다’고 할지도 모른다. 보고조차 된 적 없다더니 이제 와서 대통령이 야단 친 게 뭐가 문제냐고 하는 사람들 말을 어떻게 믿겠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9일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질문을 받고 “돌아가신 분의 시신을 수습하는 그런 일인데,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이런 인명사고가 나게 하느냐… 질책성 당부를 한 바 있다”라고 동문서답을 했다.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즉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발언한 게 사실인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직권남용 수사’라는 칼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휘두른 끝에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검사 출신 대통령은, 법정에 선 시민의 묵비권과 유권자에게 판단 근거를 제공해야 할 정치세력의 의무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박정훈 대령은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고, 머리가 하얗게 센 해병대 예비역들은 거리로 나와 군가를 부른다. 채 상병 순직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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