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판다' 저축은행, 부실채권 '공동매각' 하는 이유

강지수 2024. 6. 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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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수' 끝난 은행, NPL 쏟아내자
규모 작은 저축은행 NPL, 통로 열려도 '외면'
'티끌 모아' 공동매각 나서는 저축은행 업계

저축은행 업계가 최근 부동산PF 부실과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쌓이고 있는 부실채권(NPL) 해소를 위해 공동매각에 나서고 있다. 비교적 매각 규모가 작아 낙찰률이나 가격 협상력 등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특성 상 각 저축은행의 NPL을 모아서 한꺼번에 매각하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향후 이같은 공동매각이 추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공동매각 등으로 NPL을 시장에 매각하는 절차가 정례화될 경우 향후 저축은행 NPL '큰 장'이 열릴 때에도 각 저축은들이 시장에 NPL을 매각할 수 있는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 작년부터 NPL 쏟아지자…저축은행 NPL '외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달 저축은행 18곳의 1360억원 규모 개인사업자 및 개인사업자 부실채권에 대한 공동매각 본입찰을 진행했다.

저축은행들이 NPL을 공동으로 매각한 건 지난해 12월 저축은행중앙회가 1200억원대 저축은행 개인무담보 공동매각에 나선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우리금융F&I만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우리·키움·하나F&I 등 NPL 투자 전문회사들이 모두 입찰에 참여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저축은행중앙회를 중심으로 NPL 공동매각에 나서고 있는 건 저축은행 업계 연체율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권의 1분기 말 연체율은 8.80%로 지난해 말 6.55% 대비 2.25%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NPL은 사실상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개인 무담보 NPL에 이어 개인사업자대출 NPL에 대한 매각 통로가 확대됐지만 입찰 때마다 1000억원대 NPL을 쏟아내는 은행권에 비교하면 규모가 현저히 작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입찰 시마다 많게는 2000억원 규모의 NPL을 내놓는 반면, 저축은행은 많아도 100억~200억원 규모"라며 "매입이나 관리 절차 등을 고려하면 볼륨이 크면 클수록 낙찰이나 '딜'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NPL 투자 전문회사들도 저축은행 NPL을 취급할 필요성이 있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등으로 은행권의 건전성이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은행권 NPL 매입 실적이 줄어 수익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권은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하자 지난해 4분기부터 NPL 매각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4분기에만 2조원 규모의 NPL을 매각했다. NPL 투자 전문회사들 입장에서는 은행권 NPL만 처리하기에도 여력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저축은행 NPL이 외면을 받았던 데는 '손이 많이 가는' 채권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규모가 작아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은데 담보부 NPL이 대부분인 은행권과 달리 무담보 NPL이 대부분이라 가격을 책정하기가 어렵고, 리스크 관리도 어렵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관련 행정 절차 등에 익숙하지 않아 시장을 통해 NPL을 매각하기가 쉽지 않았다. 매 분기마다 NPL을 모아 정례적으로 매각을 진행해 왔던 은행권과 달리 저축은행은 대부회사에 비정기적으로 NPL을 매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티끌 모아' 공동매각 나서는 저축은행 업계

건전성 제고가 시급한 저축은행 업계는 공동으로 NPL을 매각하는 방법을 통해 부실채권 털어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저축은행 업권의 1분기 말 연체율은 8.80%로 지난해 말 6.55% 대비 2.25%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각 저축은행들의 NPL을 모아서 공동 절차로 매각하는 방식을 통해 가격 협상력 등 '딜 파워'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개별 저축은행들의 NPL 매각 규모가 은행에 비해 크지 않기 때문에 공동으로 NPL을 매각해 가격 협상력 및 낙찰률 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또 지금까지 진행한 두 차례의 공동매각 외에도 추가적인 공동 매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시장에 NPL을 매각하는 경우가 쌓이다 보면 매각 절차 등에서의 불편이 해소돼 보다 정례적으로 NPL 매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보다 저축은행 NPL의 매각·매수 수요가 높아진 데다 매각 통로도 넓어졌다"라며 "2금융권 NPL 매각에 '큰 장'이 설 것이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와 캐피탈업계 또한 저축은행중앙회의 공동매각 절차를 벤치마킹해 NPL 공동매각 진행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를 위해 각 금융사에 NPL 공동매각을 위한 수요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매각 규모나 대상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건전성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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