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한' 한동훈 대항마 나올까…속도내는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
7월 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권 주자들 간 경쟁 구도가 틀을 잡아가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다른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원내 중진 의원들은 '원외 당대표 한계론'·'총선참패 책임론' 등을 들며 한 전 위원장 견제에 나선 모양새다. 4·10 총선 서울 동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승리한 30대 김재섭 의원과 비윤(비윤석열)계 대표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등도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은 오는 23~24일로 가닥이 잡혔다. 당 안팎에선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대세론을 등에 업은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이 이번 주 중 이뤄질 것이란 관측들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한 전 위원장이 자신의 측근인 친한(친한동훈)계 의원과 영입 인재 등 원내외 인사를 모아 이미 캠프를 꾸린 뒤 최고위원으로 나설 러닝메이트를 구하는 중이라는 말도 돈다. 당내에선 친한계로 장동혁, 김형동, 박정하, 김예지, 한지아 의원 등 비대위에서 호흡을 맞춘 의원들이 꼽힌다. 그밖에 김경율 회계사, 구자룡 변호사 등은 원외 친한계로 최고위원 도전 가능성이 있다. 실제 21대 국회에 이어 두 번 연속 비례대표로 배지를 단 김예지 의원은 최고위원 도전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인사들은 당대표 후보 등록을 앞두고 한 전 위원장 출마 포석 깔기에도 나서고 있다. '한동훈 1호 영입인재'인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기자들을 만나 "(한 전 위원장 출마 선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때"라며 "이제 곧 한동훈의 시간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의 공식 출마 선언이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다른 당권주자들의 출마 채비 시계추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원내 중진 의원들은 '원외 당대표 한계론'·'총선 참패 책임론' 등을 거론하며 한 전 위원장 견제에 나서고 있다.
서울 동작을에서 5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 의원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지금 이 시점에 우리 당에 어떤 리더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외 당대표를 모셔보기도 했는데 어쨌든 싸움의 전장, 정치의 전장이 국회 중심이다 보니 원외(인사)의 경우 그런 부분에 있어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실상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수도권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도 "이 시점에 원외 대표가 필요하냐. 앞으로 1년간은 국회 내에서 싸움이 이뤄질 것이고 주 전장은 국회 안"이라고 말하며 나 의원 주장에 힘을 실었다. 윤 의원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에겐 벌을 주고 험지에서 승리한 분에게 상을 주는 게 상식"이라며 한 전 위원장을 향해 "(당대표 출마를 할거면) 뭐 하러 사퇴했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나 의원과 윤 의원 외에도 안철수 의원과 원외 비윤계 대표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당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되며 당 쇄신을 이끌 적임자로 거론돼온 김재섭 의원의 출마 여부가 전당대회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당이 어려운 상황이고 그 가운데 제 역할을 계속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이 자신을 내세우는 것 아니냔 물음엔 "친윤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망쳐놓은 사람들을 개혁하는 것이 제 소임이지, 친윤계 지원을 받거나 이럴 생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편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앞두고 당내 최대 계파인 친윤계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원투표 80%·일반 여론조사 20%로 당대표 경선룰이 정해진 만큼 현역 의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윤계의 조직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4·10 총선 참패 이후 구심점이 사라진 친윤계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싣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16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친윤계가 지금 누구를 만난다는 건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해당 후보에게) 마이너스"라고 했다.
'어대한' 기류를 꺾기 부족한 친윤계가 최고위원 선거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친윤 인사를 최대한 많이 당선시켜 한 전 위원장과 힘의 균형을 이룰 것이란 분석이다. 현행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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