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 최고령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 반년 만에 부활
“2030년 전에 발전기 완전히 꺼질 듯”
지구에서 발사된 지 47년이 지난 인류의 최장수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부활’했다. 관측 정보를 전송하는 동체 내부 기기가 지난해 11월 작동 정지됐는데, 반년간의 복구 작업 끝에 재가동된 것이다. 하지만 보이저 1호는 동체에 실린 발전기가 2030년 이전에 완전히 꺼질 것으로 보여 지구인과 ‘작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과학계는 전망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과학기술전문지 스페이스닷컴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우주 공간에서 관측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하는 기능을 이달 초 완전 정상화했다.
이는 지난 반년에 걸쳐 NASA가 벌인 복구 작업의 결과다. 보이저 1호는 지난해 11월 고장났다. 이때부터 이렇다 할 데이터가 들어 있지 않은 의미 없는 신호를 지구 관제소로 쏘기 시작했다. 원인 분석에 들어간 NASA는 지난 3월 보이저 1호 내부에 실린 ‘비행 데이터 시스템(FDS)’이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FDS는 보이저 1호에서 잡아낸 우주 관측 정보가 지구로 전송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기기다. 비유하자면 다양한 모양의 짐을 상자에 담거나 줄로 묶어 편하게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FDS 내부에 들어간 반도체 칩 하나가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 기능이 정지됐고, 이에 따라 지구에서 관측 데이터를 받아볼 수 없게 됐다.
즉시 원격 복구에 들어간 NASA는 보이저 1호의 전체 관측 기기 4개 가운데 2개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정상 데이터를 전송받았다. 보이저 1호 주변 우주의 플라스마와 자기장 관측 결과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추가 작업에 들어간 NASA는 “나머지 관측 기기 2개도 복구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우주 방사선과 전기 입자 관측 결과를 수신하게 됐다.
보이저 1호는 현재 지구에서 240억㎞ 떨어진 우주를 날고 있다. 지구와 태양 거리의 162배에 이르는 먼 우주다. 지구에서 전파를 쏘면 보이저 1호에 닿기까지 무려 22시간30분이 걸린다. 보이저 1호는 가장 오랜 기간 작동하면서 동시에 가장 먼 우주를 비행 중인 우주 탐사선이다.
그러나 보이저 1호의 수명이 완전히 다할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보이저 1호에는 방사성물질에서 나오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RTG)’가 실렸는데, 이 장비가 곧 작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사성물질에서 나오는 열이 식으면서 전기를 만들지 못하게 되면 보이저 1호에 탑재된 모든 기기는 움직임을 멈춘다. 작동이 정지된 보이저 1호는 비행 속도를 유지하면서 영원히 우주를 떠돌게 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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