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안전’ 시트도 과학이다

권재현 기자 2024. 6. 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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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는 집’ 향해…진화하는 자동차 시트
현대트랜시스가 개발 중인 미래 모빌리티 맞춤형 시트 개념도. 현대트랜시스 제공
현대트랜시스 연구소
인체·디자인·재료공학 등
각종 첨단기술 도입
편안함 극대화·사고 대비
생체 신호 측정 기술 적용
미래 모빌리티 주력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거대한 스마트 기기를 넘어 ‘이동하는 집’이라고까지 말한다. 대화면 디스플레이, 최첨단 오디오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반의 커넥티드 기술, 갈수록 고도화되는 자율주행 성능 등을 고려하면 자동차업계의 이런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더한다.

하지만 자동차가 정말 집보다 아늑한 공간이 되려면 화려한 첨단 기술도 좋지만 무엇보다 차를 탔을 때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 부품 생산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가 2004년부터 승차감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트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지금은 국내 최고 시트 제조사를 넘어 포비아(Forvia, 프랑스), 리어(Lear, 미국), 애디언트(Adient, 미국), 도요타방직 (Toyota Boshoku, 일본) 등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로 올라섰다. 제네시스 G90·G80, 그랜저, K9 등 최고급 세단은 물론 EV9, 아이오닉6, 코나EV, 리비안의 픽업트럭(R1T)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R1S), 루시드 에어 등 다양한 전기차 모델에 시트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11조6939억원)의 37.3%가 시트 부문(4조3624억원)에서 나왔다.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인체 모형에 각종 센서를 부착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제공

특히 기아의 대형 SUV인 EV9에 납품 중인 2열 릴렉션 시트는 현대트랜시스의 시트 기술력을 한데 모은 제품이다. 원터치 릴랙스 모드, 각도 조절 레그레스트·암레스트, 윙아웃 헤드레스트 등 개인 맞춤형 기능으로 최적의 운전 자세를 잡아주고 편안함을 극대화해 장거리 운전 시 피로감을 덜어준다.

경기 동탄에 있는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는 시트 부품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개발, 설계, 시험검증 등 전체 공정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시트를 중심으로 자동차가 앞으로 만들어갈 세상을 미리 설계하는 미래의 산실이다. 국내 최대 규모(대지 4만5705㎡, 연면적 2만7031㎡)의 자동차 시트 전문 연구소로, 2007년 7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으로 시작해 지금은 약 500명이 근무 중이다. 이들이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최첨단 설비와 차별화된 디자인을 적용한 최고 품질의 시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트에선 안락함 못지않게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충격 흡수 기능이 중요하다. 특히 안전띠와 연결된 시트 부품은 차량 충돌 시 성인 남성의 최소 수십 배에 달하는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가 정말 ‘이동하는 집’이 되려면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체와 수시로 접촉하며 마찰하는 부품이라는 점에서 내구성 역시 필수다. ‘로봇 승강내구 시험실’에서 사람의 하체를 닮은 산업용 로봇이 몇초 간격으로 시트에 사람이 타고 내리는 동작을 2만번씩 되풀이하는 까닭이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시트 제작은 인체공학, 디자인공학, 재료공학, 전자·제어·메커니즘 공학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의 결정판”이라며 “수만개가 넘는 자동차 부품 중 엔진이나 배터리 다음으로 시트가 비싼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시트연구센터가 최근 중점을 두는 분야는 자율주행차와 목적기반차량(PBV), 도심항공교통(UAM) 등에 최적화된 시트 선행 연구다. 시트의 무게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첨단 소재를 적용하고, 차량 내부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시트의 방향을 자유롭게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최초로 새로운 UAM 캐빈 콘셉트인 ‘HTAM-Flip(Hyundai Transys Air Mobility-Flip)’을 ‘2023 크리스털 캐빈 어워드(Crystal Cabin Awards)’를 통해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UAM 캐빈 콘셉트는 최대 승객 4명 기준의 실내 공간을 가변적으로 구성했다. 평소에는 단체 승객을 위해 개방형으로 4인석을 운영하되, 필요하면 프라이버시 스크린으로 분할해 독립 공간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내년 출시 예정인 기아 최초의 PBV인 PV5에는 사용자의 공간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트 등받이를 앞뒤로 펼칠 수 있는 기능인 ‘플립 기능’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에 맞춰 시트에 소프트웨어 기술도 적용하고 있다. 탑승객의 호흡이나 맥박을 확인하는 ‘생체 신호 측정 기술’, 체형을 인식하는 ‘체압 분포 모니터링 기술’ 등을 넣어 미래 모빌리티 시트의 진화를 이끌어간다는 구상이다.

서승우 현대트랜시스 시트본부장(상무)은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서 차량 내 실내공간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기술 흐름에 맞게 시트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시트 품질 경쟁력을 더 높여 미래 자동차 세상의 실현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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