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인내심'이 수익률 가른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주식 시장에서는 누가 가장 돈을 많이 벌까? (객관식이다.)
첫째,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미공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 둘째, 경제학을 전공해 거시경제 흐름과 경제 원리에 통달한 사람. 셋째, 개별 기업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로 현장 정보에 능한 전문가.
정답을 공개하기 전에 과거 들었던 한 가지 농담을 소개한다. 바다 건너 일국의 왕의 아들로 태어난 미남 왕자가 총 3명의 신부 후보에게 숙제를 냈다. 그는 "1000만원을 줄테니 한 달 동안 1000만원을 가장 현명하게 사용하고 그 내용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첫 번째 후보가 말했다. "저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신부가 되기 위해 1000만원으로 예쁜 옷과, 구두, 화장품을 샀습니다."
두 번째 후보가 말했다. "저는 당신이 준 소중한 1000만원을 단 한푼도 쓰지 않고 모두 은행에 저축했습니다."
세 번째 후보가 말했다. "저는 당신이 준 1000만원으로 양초를 사고, 이를 다시 팔아서 2000만원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왕자는 누구와 결혼했을까?
왕자는 세 명의 후보 중 가장 가슴이 큰 여성과 결혼했다.
주식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람을 찾는 문제도 이 농담과 비슷한 결말이지 않을까 싶다. 주식 시장에서 가장 큰 돈을 버는 사람은 미공개 정보를 가진 사람도, 경제 지식이 해박한 사람도, 기업 분석을 잘하는 사람도 아닌 '가슴이 큰(인내심이 큰)' 사람인 경우가 많다.
허구의 예를 들어 한 삼성전자의 임원이 6개월 뒤에 엔비디아와 수천억원대 계약 체결 내부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추후 금융당국의 수사 범위를 벗어난 먼 친척 A에게 해당 정보를 전달했다.
하지만 해당 정보를 들은 A씨는 그 정보를 알고도 큰 돈을 벌지 못했다. A씨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1년을 버텼으나 해당 호재가 뉴스에 나왔음에도 삼성전자의 주식은 오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A씨의 와이프인 B씨의 친구 C씨는 해당 정보로 수억원을 벌었다. 어느날 동네 카페에서 B씨에게 지나가듯 들은 정보로 C씨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샀고, 2년 뒤 삼성전자의 주식이 3배로 오른 것이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1화('솔로지옥'보다 무서운 '개미지옥')에서 썼던 것처럼 필자의 첫 주식 매수 종목은 2차 전지 배터리 양극재 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이었다.
믿을만한 지인의 추천으로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무지성 매수를 시전했다. 2019년 8월에 매수해서 약 반 년 뒤인 2020년 2월에 팔았다. 수익률은 80%, 수익금은 490만원에 달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필자에게 해당 종목을 추천해준 지인의 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낮았다는 것이다. 해당 지인은 이 종목에 단기 호재가 있다는 정보를 필자보다 먼저 알았고, 당초 계획했던 10~20%대 수익을 아주 짧은 기간에 거두고 이 종목을 매도했다. 서두에 언급한 미공개 정보나 좋은 정보가 있다고 해도 언제 파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실제 사례였던 셈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에코프로비엠으로 1000%가 넘는 수익률을 본 지인도 있다. 해당 지인이 에코프로비엠을 매수한 것은 필자의 추천 혹은 넛지(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선택을 이끄는 개입) 덕분이었다. 투자의 정석이라면 '선공부 후매수'가 돼야 하지만 필자는 여느 개미들과 마찬가지로 '선매수 후공부'를 시전했다. 에코프로비엠도 매수 후 스터디를 통해 해당 종목의 업종, 수익성, 유망성 등에 대해 알게됐다. 그 이후 공기업에 다니는 지인과 만나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보통 주식에서 크게 오르는 종목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종목이다.
예를 들어 '삐삐'에서 '휴대폰' 시대가 열릴 때 '휴대폰'의 보급률(침투율)에 따라 주식이 크게 오르는 구간이 있다. 보통 침투율이 20% 구간까지는 관련 종목의 주식이 급격하게 오르고 50% 부근에서는 주식의 성장세가 둔화된다. 주식 가격은 미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전기차 침투율은 1%도 되지 않던 상황이었다. 공기업에 다니던 지인은 2020년 필자가 한 이 말을 듣고 에코프로비엠을 매수했고 현재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수익률이 2000% 이상을 찍기도 했고, 현재는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1000% 이상 수익을 거두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새 산업이 성장할 때 어떤 기업이 5년 뒤에 살아 남을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5년 뒤에도 살아 남을 종목을 선택하고, 해당 종목을 꾸준히 보유할 수 있는 인내심이야 말로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풀리고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을 전후해 유튜브에서도 주식 채널은 만들기만 하면 대부분 빠르게 성장해 구독자를 모았다. 많은 채널에서 우리나라 가치투자 1세대로 불렸던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나와 자신의 투자 철학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존리 전 대표는 모바일 변혁의 시기에 큰 돈을 벌었다. 삐삐에서 개인 휴대폰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SK텔레콤에 투자해 큰 자산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주식은 파는 게 아니라 모으는 것"이라며 '아묻따' 장기투자, 혹은 가치투자를 설파했다. 존리 전 대표 외에도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등도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핵심은 성장성이 있는 좋은 기업을 가격이 쌀 때 사서 오랫동안 보유하면 언젠가는 시장에서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후적인 결과론 이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가치투자 1세대의 '가치투자론'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이었다. 사업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자산 대비 기업의 시가총액이 저평가된 종목을 샀어도 여전히 오르지 않는 주식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도 기업의 내재 가치 이하로 평가된 종목이 유독 국내 주식 시장에 많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측면이 크다.
필자 역시 당시 가치투자를 잠깐 '찍먹'해 봤지만 한국 주식 시장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2년도 되지 않아 포기했다. 당시 가치투자를 위해 샀던 종목들로는 우리나라 금융주(은행주)와 대한제분 등이 있었다.
가치투자의 지표가 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란 개념이 있다. 기업의 시가총액을 기업의 순자산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집으로 비유를 하자면 기업의 시가총액은 현재 부동산에서 거래되는 시세, 순자산총액은 집을 급매로 처분할 때 받을 수 있는 최저 가격이다. 그래서 PBR이 1 정도면 적정가격, PBR이 1이하면 가치보다 낮게 주식 가격이 평가 받는 상황이다. 대한제분의 경우 5년 전에도 현재도 PBR이 0.24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대한제분의 시가총액이 2500억원이 안 되는데 대한제분을 오늘 당장 문 닫고 공장과 자산을 처분해도 1조원 가량은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1300억원 정도를 확보해 오늘 당장 대한 제분의 주식 50% 이상을 확보한 뒤, 대한제분을 폐업해도 1조원을 벌 수 있는 장사다. 물론 대한제분을 인수하기 위해 돈을 투입하면 주가가 오르긴 하겠지만 그 만큼 대한제분의 주가는 저평가 됐다는 의미다.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제2, 제3의 대한제분 같은 회사가 널리고 널렸다. '이환주의 개미지옥'에 단골로 등장하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역시 한 때 대한제분의 주주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상속 이슈 등으로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의도적으로 막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주식을 2세 혹은 3세에게 상속해야 하는데 주식 가격이 비싸면 그만큼 양도세(혹은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주식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도 이런 한국 주식의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하기 위한 일이다. 주식의 가격은 기업의 내제 가치에 수렴한다는 말은 경제학 책속에나 등장하는 이상론일 뿐 킹왕짱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어림도 없는 말이다. 주식 투자의 수익률을 경정하는 결정적인 멘탈 요소는 '인내심'이지만 이 인내심도 올바른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 세상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도 있고, '존버'해도 안 오르는 종목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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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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