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6세대 전투기’ 개발 각축전... 그 선두는? [밀리터리 월드]
-주요국가들 합종연횡 6세대 개발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
-FCAS, 독일·프랑스·스페인 주도 2050년경 실전배치 목표
-GCAP, 영국·이탈리아·일본 2035년까지 시험비행 완료 계획
-NGAD, 미 공군과 해군 가장 빠른 2030년대 실전배치 전망
-美 차세대 ACE 엔진...연료소모 25% 감소, 작전 반경 35% 확대
-적응형 사이클 엔진, 최고의 성능과 연료 효율 이뤄낸 결정체
-KF-21 블록1은 4·5세대로 분류, 확장성 커...6세대로 발전 가능
전투기에 '세대(generation)' 개념이 부여된 것은 2차대전 말부터 미국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의 독자적 전투기 개발과 제트엔진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미국 록히드 마틴사가 F-22형과 F-35형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이를 '제5세대 전투기'라고 명명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전투기의 세대는 일반적으로 개발 시기, 화력통제장비, 무장운용능력, 기타 첨단기술의 적용 수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구분된다.
1세대 전투기는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독일의 Me 262, 한국전쟁에서 사용된 미국의 F-86 세이버와 소련의 MiG-15와 같은 1940~1950년대 등장한 기종이 해당한다.
프로펠러기에서 주로 사용하던 왕복운동을 하는 피스톤엔진(piston engine)에서 속도가 빨라진 것 외에 무장이나 운용 면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대표적인 2세대 전투기는 소련의 MiG-15와 MiG-21, 미국의 F-104, 프랑스의 미라주 III와 같이 1950~1960년대 등장한 기종이 해당한다. 이들 전투기는 대출력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해 마하 1.2~2.2의 초음속 속도를 가지며, 적외선 유도미사일과 레이더 탑재로 제한적인 전천후 요격성능을 갖게 된 것이 특징이다.
3세대 전투기는 대표적 기종은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 초에 등장한 미국의 F-4과 F-111, 소련의 MiG-23과 MiG-25, Su-15, Su-21, 프랑스의 미라주 F1 등이 있다. 해당 전투기들은 플라이바이와이어(FBW) 비행 제어 시스템과 레이더 유도미사일 운용을 통한 시계외(BVR : Beyond Visual Range) 교전능력을 특징으로 공중전 전술의 큰 변화를 가져왔고, 제한적이나마 다목적 전투기 개념이 시작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까지 등장한 4세대 제트전투기는 미국 F-14, F-15, F-16, F-20, F/A-18, 소련의 MiG-29, Su-27, 프랑스의 미라주2000과 라팔, 유럽이 공동개발한 유로파이터 등이 있다. 완전한 BVR 능력과 지상 공격능력이 강화된 화력통제장비를 탑재해 전천후 다목적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또한 4세대 전투기들은 제한된 스텔스 설계와 센서통합개념 등이 등장해 4.5세대로 진화하기도 했다.
5세대 전투기는 2000년대부터 등장한 차세대 전투기들로 스텔스 설계와 통합된 항공전자장비, 초음속 순항능력과 추력편향기술을 결합한 초기동성을 특징으로 한다. 개념설계부터 스텔스 기술을 적용해 동체 내부에 공대공, 공대지 미사일 등을 탑재하고 있으며, 항공전자장비와 센서, 무장이 완전히 통합돼 운영된다.
기동성 면에서도 후기 연소기(After Burner)를 사용하지 않고 초음속으로 순항비행이 가능하며, 엔진의 추력 방향을 제어해 저속에서도 급격한 선회 기동이 가능하다. 미국의 F-22, F-35, 러시아의 PAK FA, 중국의 J-20이 5세대 전투기에 해당한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 주요 국가와 중국, 러시아, 일본이 제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을 치열하게 추진하고 있다. 주요 특징은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적용과 신소재에 의한 동체 제작, 유무인기 복합전(MUM-T) 등의 부가적(additive) 임무 부여, 인공지능(AI)에 의한 자율화 등 차세대 전투기 운영 개념들이 총 집약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영국 제인스 국방주간(JDW)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스페인이 주도해 '미래 전투 공중 시스템(FCAS : Future Combat Air System)'으로 불리는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 제1단계는 2029년까지 완료하고, 제2단계는 2040년에서 2045년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실전배치는 2050년 경으로 보고 있다. 독일 주도로 차세대 전투 임무 체계(FCMS)를 정립하고 차세대 전투기의 동체(NGF)와 전투기 무기체계(NGWS), 원격 무인기 통제(RC), 항공 전투 클라우드(ACC)를 개발하면서 별도로 유럽형 항공엔진 연구 개발팀을 구성해 신형 엔진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영국, 이탈리아, 일본은 6세대용 전투기 '글로벌 전투 공중 프로그램(GCAP : Global Combat Air Program)'을 개발 중이다. 일본 미쓰비시가 개발 중인 F-X형 전투기와 영국과 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하고 있는 템페스트(Tempest) 전투기를 융합하는 개념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2025년까지 약 24억 달러를 투자하고, 일본도 거의 같은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2025년까지 기본설계를 마치고, 2029년부터 2035년간에 시제기를 시험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GCAP는 탑재된 각종 엔진, 센서, 무장 그리고 동체를 일체화시키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이를 위해 모듈과 시스템을 통합하며 공중에서의 다영역을 다루는 "거미망과 같은 웹(Seder's Web)"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 공군과 해군은 6세대 전투기로 '차세대 공중 우세기(NGAD : Next Generation Air Dominanc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고효율성 엔진 탑재와 약 1000㎞ 수준의 작전반경, 스텔스 효과 증강, 공중 전자전 대응 능력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와 일본이 개발하는 FCAS와 GCAP가 주로 차세대 우주항공 기술을 먼저 고려한 개념이라면, 미국의 NGAD는 태평양에서 미래 중국의 공중 위협과 대응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개발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NGAD는 6세대 전투기로써는 가장 빠른 2030년대엔 미 공군의 현존 최강 F-22 스텔스기와 미 해군 F/A-18E/F 슈퍼 호넷트 함재기 등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5세대 전투기가 이제 실전에 배치되고 있는 상황하에 미국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이 미래 전투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도 비공식적으로 개발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은 NGAD 하위 프로젝트로 차세대 적응형 엔진 개발 프로젝트인 NGAP(Next-Generation Adaptive Propulsion)를 진행 중이다.
여객기는 크고 효율이 높은 '고-바이패스' 터보팬 제트 엔진을 사용한다. 속도가 전투기에 비해 한참 느리지만 효율이 높다. 반면 전투기는 엄청난 추력을 필요로 하기에, 날렵하고 폭이 좁은 '저-바이패스' 터보팬 방식의 초음속 엔진을 사용한다. 대신 이 엔진에는 많은 양의 연료가 필요하다.
GE와 P&W, 미 공군연구소 엔지니어들은 여객기와 전투기 엔진의 장점을 결합, 최대화된 성능과 연료효율을 이뤄내는 적응형 사이클 엔진(ACE : Adaptive Cycle Engine)을 개발하고 있다.
GE의 엔진 개발 프로그램 매니저는 이전까지 개발된 제트엔진에 비해 "속도와 성능 목표를 모두를 잡으면서, 동시에 연료 소모가 25% 줄어든 엔진으로 전투기의 작전 반경도 35% 확대된 막대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새로운 엔진은 ACE라고 불리며, 고성능이나 고효율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을 이용하면 한 방울의 제트엔진 연료도 남김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엔진은 코어에 더 많은 공기를 흘리면 더 큰 추력과 속도를 얻을 수 있고, 공기를 적게 흘리면 연료를 아끼는 두 모드를 자동으로 전환, 엔진의 성능을 조절하는 비교적 간단한 원리다.
실제 엔진의 개발은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수십년이 걸렸으며 미국은 그동안 군과 민간 연구소에서 적응형 사이클 엔진 연구 개발에 매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재부터 혁신적인 구조 변경까지 이뤄내 코어, 메인 바이패스, 써드 스트림의 공기 흐름을 바꾸고 최고의 추력·최적 최대화된 성능·최고의 연료 효율을 이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엔진에는 GE의 첨단소재인 다층 세라믹 매트릭스 복합소재(CMC)와 첨단 제조기술로 탄생한 3D 프린팅 부품이 쓰인다. CMC는 파이버(fiber)와 얇은 탄소 시트, 플라스틱 또는 세라믹을 서로 엇갈려 층층이 쌓은 구조로 티타늄이나 강철, 금속 소재보다 무게는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가볍고 2배 더 강하다고 전해졌다.
엔진 전체의 무게를 줄이고 코어 내부 온도를 목표보다 섭씨 55도나 높여도 견디는 성능을 달성했다. 이는 역사상 엔진 내부에서 기록된 최고온이며 더 강력한 힘과 더 큰 연료 효율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엔지니어들은 "탄소섬유 블레이드가 혹독한 기후와 환경 속에서 엔진 내부의 엄청난 압력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전혀 알수 없어 처음엔 무에서 시작해야 했다"고 개발과정의 어려움을 털어 놓기도 했다.
복합소재 CMC나 3D 프린팅 부품을 이용한 차세대 적응형 사이클 엔진 개발은 NGAD 개발의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도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더 높다는 전투기 개발에 뛰어들어 전 세계에서 8번째로 첨단 초음속 전투기 개발에 성공했다. 많은 기술 장벽 등의 허들을 극복하고 최근 양산에 돌입한 KF-21 블록Ⅰ은 4·5세대로 분류되며, 현재 65% 수준의 국산화율을 보이고 있는 엔진의 개발을 비롯해 선진 항공 강국에 비해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하지만 설계·개발 단계부터 확장성을 고려해 개발된 기체인 만큼 성능을 보강해 블록Ⅱ에선 5세대인 스텔스 전투기로, 이후 레이저 무기, 유무인 복합체계, AI 기반 기술이 구현된 6세대로까지 발전 가능할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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