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과 옛것의 공존이라는 가치[EDITOR's LETTER]

2024. 6.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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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였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 종로3가로 향했습니다. 오래전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던 것을 기억하고, 그 시절 감성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포차거리로 들어선 순간, 나이든 감성이 발붙일 공간은 없었습니다. 도로 양쪽에 수십 개의 가게가 인도에 테이블을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들로 빼곡했습니다. 장관이었습니다. 포차거리는 어느 순간 젊은이들이 ‘야장’을 즐기는 핫한 거리가 돼 있었던 겁니다. 

 올해도 5월 말까지 유난히 좋은 날이 많았습니다. 낮에는 하늘이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고, 밤에는 몸을 감싸는 바람이 어딘가를 걸으라고 속삭였습니다.

그래서일까. 한 트렌드 전문가는 올해의 키워드는 ‘야장’이라고 했습니다. 종로3가 포차거리뿐 아니라 어디를 가도 야외에서 먹고 마시는 젊은이들로 가득했습니다. 성수동, 홍대, 이태원, 한남동, 용리단길, 연남동, 상수, 합정, 망리단길, 을지로 등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아파트와 고층 빌딩숲이 만들어낸 반작용인 듯합니다. 젊은이들은 공장이 있던, 또는 낮은 건물만 있는 낯선 골목에서 새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실제 젊은이들이 ‘힙’하다고 하는 길거리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자란 아파트 공간과 다릅니다. 낯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1960~70년대 태어난 사람들에게 핫플은 코엑스 같은 복합몰이었던 것도 아파트가 흔치 않던 시절 낯설다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또 하나 그 길거리의 공통점은 주변 건물의 층고가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높은 빌딩과 함께 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은 도시에 살다 낮은 건물들만 있는 곳에 가면 심리적 안정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인류가 오랜 기간 살아온 환경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은 꼬리를 물다 핫플레이스로 옮겨 갔습니다. 한국에서 힙하다고 말하는 동네의 시작인 홍대 그리고 합정, 연남동, 상수, 망리단길, 경의선 숲길 등이 한 지역에 몰려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행정구역으로 보면 마포구였습니다. 지도를 들여다봤습니다. 홍대에서 퍼져 나간 상권은 광범위하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상권은 마포구가 유일합니다.

 그렇다면 아파트 가격은 어떨까 들여다봤습니다. 올해 서울 25개구 가운데 지난 5월까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이 마포구였습니다. 신축 아파트 비율이 서울 주요구 가운데 가장 높고 지하철, 도로 등 교통여건도 탁월해 여의도, 광화문 등 업무지역 접근성도 뛰어난 게 마포구입니다. 한강변을 끼고 있는 면적이 가장 넓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 그리고 합정, 상수, 망리단길, 경의선 숲길 등 오래된 동네와 시설들. 새것과 옛것이 공존하는 ‘낯선 익숙함’이 마포의 매력을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낯선 익숙함은 많은 히트 상품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마포의 역사와 아파트 및 상권의 변화를 다뤘습니다.

 마포에서 빠뜨린 곳이 하나 있습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 독립운동을 함께했던 호머 헐버트 박사가 잠들어 있는 곳도 마포에 있습니다. 절두산 성지에 붙어 있는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역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일제 경찰에 붙잡혀 “호머 헐버트를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는 “한국인이라면 그 이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도시는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입니다. 어느 도시에는 시간의 흔적이 여전히 짙게 배어 있고, 어느 도시는 그 흔적이 흐릿해지기도 합니다. 서울은 급속한 발전 과정에서 수많은 흔적들을 지워왔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 흔적을 찾아 다니기도 하고, 많은 이들은 그 흔적에 열광합니다.

이제 서울의 추가적 개발은 시간의 흔적을 남기는 것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새것과 옛것의 공존을 위하여.

김용준 한경비즈니스편집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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