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벽 설치? 휴전선 248km 달해 물리적 불가능···“내부 단속용 vs 상징적 설치”[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단순히 일부 경계·방호 시설 작업일 수도
대통령실 “장벽 보다는 대전차 방벽 유사”
유엔사, 北MDL 침범 정전협정 위반 조사
지난 14일 저녁 북한이 휴전선(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장벽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서치하는 정황이 우리 군의 감자산에 포착됐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국민적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른바 ‘DMZ 베를린 장벽’을 연상케 하는 국경선을 긋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통일’과 ‘동족’ 개념을 지우고 남북관계 단절에 주력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아니냐는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MDL과 비무장지대(DMZ) 북방한계선(군사분계선 북쪽 2㎞ 선상) 여러 지점에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장벽 형태의 시설물 설치 작업을 하는 모습이 우리 측 감시자산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장벽과 북한 내부를 잇는 자체 전술도로를 건설하는 모습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분계선 북측에는 지뢰도 추가 매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삽과 곡괭이를 든 북한군 10여명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모종의 작업을 하다가 MDL을 단순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방송 및 경고사격에 북상한 것이 일련의 공사 작업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과연 북한군이 북한판 ‘DMZ 베를린 장벽’ 설치하려는 것일까.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안에 장벽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건설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곳은 어디고, 얼마나 세우는 지를 정확히 파악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군사분계선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작업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공사는 아니라는 해석은 가능하다. 다만 현재로서는 서부·동부·중부전선에 부분 부분 흔적이 보이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0개 미만 지점에서 작업 중으로, 이 길이를 모두 합쳐도 1km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극히 초기 단계의 구조물 건설하고 있어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군 당국의 입장이다.
현재까지 기초적인 터를 다지는 수준으로 전방에 있는 우리 군도 육안으로 포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에 군은 정찰자산 등 복합적인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진의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개된 위성에 찍힌 사진으로는 북한군 초소 근처 터를 다지기 위한 작업이 한창 중이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가 지난 5일 보도한 위성 사진인 4월 16일과 6월 4일의 위성사진을 비교해보면 초목으로 뒤덮였던 곳에 길이 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비무장지대 안에서 땅을 개간하고 있다는 의미다.
장벽을 건설하기 위한 인력이나 장비가 드나들 수 있도록 도로를 내고 있다고 추정하는 것은 이 같은 까닭이다. 최근에 북한군이 곡괭이 등을 들고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돌아간 일이 있었는데, 이 상황을 두고 장벽 쌓기에 나선 작업 병력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올해 들어 남북의 군사적 긴장감이 커지면서 비무장지대 내 북한군의 활동이 매우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9·19군사합의 파기 선언 이후 북한군의 지뢰 설치나 도로 개설 같은 여러 활동이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탓에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의 움직임이 분주한 것은 특이한 동향은 아니다.
따라서 당시 북한군의 침범에 대해 섣부른 판단보다는, 정확히 어떤 작업 중 발생한 건지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동독과 서독을 완전히 단절시킨 베를린 장벽이 연상되는, 북한판 베를린 장벽을 북한이 쌓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 일단은 가능성이 낮다는 게 우리 군 당국의 판단이다.
휴전선 전역은 약 248km에 달한다. 여기에 장벽을 다 세운다는 건데 북한의 경제적 상황을 물론 물리적으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체에 장벽을 세우기 위해선 공사 시간도 최소 몇 년을 잡아야 하고 무엇보다 강원도 같은 동부 지역은 산세가 매우 험해서 설치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단순히 일부 지점에 경계·방호 시설을 건설 중인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대통령실도 북한의 구조물은 장벽 보다는 대전차 방벽에 유사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6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최근 북한이 군사분계선(MDL)과 DMZ 북방한계선 사이 일부 지역에서 설치 중인 구조물에 대해 “현재까지 식별되는 건 장벽이라기보다는 대전차 장애물 비슷한 방벽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는 구조물의 길이에 대해서도 “아직 굉장히 짧다”며 “더 지켜본 후에 장벽 여부나 대남 절연과 연계성 문제를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구조물 설치 의도는 무엇일까. 먼저 김정은이 강조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려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우리 국민들도 볼 수 있는 곳에 장벽 구조물을 상징적으로 설치해서 이제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됐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북한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단속용이란 관측이다. 북한 내부 동요가 심각한 만큼 국경을 완전히 봉쇄해 탈북하는 군인이나 주민들을 최대한 막기 위한 용도라는 평가다.
주목해야 할 대목으로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북한 MZ 세대는 기존 세대와 다르다. 노동당이 아닌 장마당이 먹여 살려준다는 걸 체험한 세대다. 지금 휴전선에는 북한 MZ 세대 50만~60만명이 복무 중으로 김정은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는다.
만약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최전방 북한군부터 한류와 외부 정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북 체제 특성상 미국 미사일보다 자유세계의 정보가 훨씬 더 위협적이라 휴전선 장벽 구조물은 일차적으로 ‘MZ 북한군’의 탈북을 막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한편 주한유엔군사령부는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에 대한 정전협정 위반 조사에 최근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엔군사령부는 일련의 북한 도발과 관련해선 “북한이 군사력 증강을 위해 땅을 개간할 경우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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