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님도 신도 안닿는 곳, 영험한 소녀의 위로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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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스런 아이가 점지됐구나. 영험한 아이가 태어난다. 남들 못 보는 걸 보고 남들 못 듣는 걸 듣는 아이다."
1막에서는 남들과 다른 운명을 타고난 소녀 실이 내림굿을 받아 강신무(신병이라 불리는 종교체험을 거쳐 입무한 무당)가 되기까지를 다룬다.
2막은 인류 역사가 남긴 아픔에 대한 일종의 '씻김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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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 연출 첫 창극 도전 눈길
'예민한 존재' 무당의 성장 과정
철저한 고증으로 굿 장면 묘사
"샤먼 통해 지구의 문제 풀고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신비스런 아이가 점지됐구나. 영험한 아이가 태어난다. 남들 못 보는 걸 보고 남들 못 듣는 걸 듣는 아이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실. 국립창극단 ‘만신: 페이퍼 샤먼’의 연습이 한창이다. 한 여성이 아이를 갖고자 무당을 찾아온 장면. 무당은 여성에게 아이를 점지해주면서 남들과 다른 신명(神明)한 아이가 태어날 것을 예감한다.
개막까지 10여 일을 남겨둔 ‘만신: 페이퍼 샤먼’을 이날 연습을 통해 미리 만나봤다. 뮤지컬 음악감독 겸 연출가 박칼린이 처음 도전하는 창극으로 궁금증을 낳고 있는 작품이다. 박칼린이 오랜 창작 파트너인 전수양과 함께 극본을 쓰고 직접 연출을 맡았고, 명창 안숙선과 창극단 단원 유태평양이 각각 작창과 작창보로 참여한다. 최근 영화 ‘파묘’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무속신앙과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다.
작품은 영험한 힘을 지닌 주인공 실(김우정·박경민 분)을 통해 만신(萬神, 무녀를 높여 이르는 말)의 특별한 삶과 그들의 소명의식을 다룬다. 1막에서는 남들과 다른 운명을 타고난 소녀 실이 내림굿을 받아 강신무(신병이라 불리는 종교체험을 거쳐 입무한 무당)가 되기까지를 다룬다. 2막은 실이 다른 대륙의 샤먼 이렌(김금미 분), 바바카(김수인 분), 아이야나(민은경 분), 이카로(최용석 분) 등과 함께하는 각 대륙의 비극과 고통을 다양한 형태의 굿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막 하이라이트는 단연 실의 내림굿 장면이다. 천진난만한 소녀 같았던 실은 내림굿을 받으며 여러 차례 신에 빙의된다. 20분 가까이 펼쳐지는 이 장면은 실제 굿을 보는 것처럼 엄숙하기까지 하다. 내림굿 외에도 작품에선 여러 종류의 굿이 펼쳐진다. 실제 무당인 이해경 만신의 고증을 받은 장면이다. 박칼린 연출은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굿과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2막은 인류 역사가 남긴 아픔에 대한 일종의 ‘씻김굿’이다. 대서양 노예무역의 고통을 겪은 아프리카 흑인 노예부터 서부 개척 시대에 희생당한 미국 원주민, 한국전쟁이 남긴 비무장지대(DMZ)에 0서식하는 동물, 열대우림 파괴로 사라져가는 아마존 원주민 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다른 볼거리는 국립창극단 단원들의 색다른 변신이다. 주인공 실 역의 단원 김우정, 박경민은 순수한 소녀부터 만신이 된 뒤 세상의 모든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까지 팔색조 매력을 펼쳐 보인다. DMZ 에피소드에선 국립창극단 간판 김준수의 ‘감초 연기’가 웃음을 전한다. 창극단 단원들이 직접 표현하는 동물 소리도 흥미롭다. 박칼린 연출은 “판소리에서도 소리꾼이 여러 동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창극단 단원이라면 동물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칼린 연출은 “지구온난화, 전쟁, 그리고 경제 위기 등 지구는 엉망진창이 돼가고 있지만 정치도 종교도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예술작품을 통해 샤머니즘으로라도 지구의 문제를 풀어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신: 페이퍼 샤먼’은 오는 26~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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