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환자에 등 돌린 의사들…의료계 집단휴진 강행

김규빈 기자 2024. 6. 1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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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17일부터 '무기한 휴진'…18일 의협 주도 '집단휴진'
의협 '대정부 요구안', 정부 '거부'…의료공백 악화, 환자 불안 가중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환자가 오가고 있다. 2024.6.1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증원 재논의 등 '대정부 요구안'을 집단 휴진 철회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정부가 곧바로 '거부' 의사를 표명하면서 의료계 집단행동을 막을 마지막 기회마저 놓치고 말았다. 이에 따라 17일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18일엔 의협 차원의 집단행동이 실행에 옮겨지면서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산하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 외래진료와 수술을 멈춘 서울의대 교수들은 이날 비대위가 준비한 '전문가 집단의 죽음'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의대 비대위에 따르면 이날부터 22일까지 외래 휴진 또는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에 나선 교수는 전체 967명 중 529명(54.7%)으로 조사됐다. 이중 수술장을 둔 3개 병원의 합계 수술장 예상 가동률도 33.5%로 낮아질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서울의대는 중증·희귀환자 등의 진료를 집단 휴진 기간에도 이어갈 계획이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전날(16일) 서울대병원 교수와 서울대병원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번 전면 휴진은 정책결정자들을 향한 외침이지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목적은 아니다"며 "교수들의 판단에 따라 환자의 진료 일정을 조절한 경우 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의협도 18일 집단휴진에 돌입해, 같은날 오후 2시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집단휴진에는 개원의, 40개 의과대학이 포함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전의교협 조사 결과, 지난 14일 기준으로 이번 휴진에 참여하는 의과대학은 35곳, 병원은 50곳 이상이다.

앞서 의협 총파업 투표 결과 90.6%가 의협의 투쟁을 지지했고, 73.5%는 휴진을 포함한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집단 휴진에 참여하는 의사 수가 적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앞서 휴진을 계획 중인 의료기관에 지난 13일까지 사전신고를 하도록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3만6371개 의료기관 중 휴진 신고를 한 의료기관은 1463개(4.02%)에 불과했다.

일부 의사들은 집단 휴진 불참을 선언했다. 마취통증의학회,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 거점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 등은 의협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최근 의료계 단일 창구를 주장하는 의협의 행보를 비판하면서, 전공의들의 참여율이 낮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파업결의 규탄' 대자보가 게시돼 있는 모습. 2024.6.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의협은 전날(16일) 오후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3대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에는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 및 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 처리 위협 중단 등이 담겼다.

하지만 정부는 의협의 '3대 요구안'을 거절했다. 보건복지부는 같은날 오후 5시쯤 참고자료를 통해 "의대 정원과 전공의 처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미 여러차례 설명했고,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게 정책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비대위 소속 교수들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의 긴급회동도 양측이 의료 사태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한 채,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복지위, 서울대 비대위, 서울대병원 집행부 모두가 공감한 것은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논의를 계속해서 이어가기로 했고, 필요시 또다시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일 의료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를 조치를 아예 없던 일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의료계가 무리한 요구를 거두어 의료개혁에 동참하여 의료개혁의 주체이자 브레인이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중대본은 우선 각 대학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교수들의 진료거부 장기화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구상권 청구 검토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집단 진료거부 상황을 방치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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