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정원] 바이오필리아 ‘귀거래(歸去來)’

관리자 2024. 6.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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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과 숲이 있는 전원(田園)은 인간의 고향이었다.

'돌아가리라(歸去來兮·귀거래혜). 내 고향 논과 밭이 장차 황폐해지려 하니(田園將蕪·전원장무)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胡不歸·호불귀).'

도연명은 귀거래사 첫 구절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고향 마을 전원의 황폐라고 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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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과 숲이 있는 전원(田園)은 인간의 고향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원시 시대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한 서식지는 풀과 나무와 강이 있는 사바나 초원 지역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늘 숲과 강이 있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회귀 본능을 가지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은 이것을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정의한다. 생명(bio)과 자연에 대한 사랑(philia)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비싼 돈을 치르고 골프장에 가고, 주말에 식구들 눈치 보면서 낚시를 떠나는 것도 자연에 대한 사랑, 바이오필리아의 회귀 본능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 농촌이나 어촌에 귀향해 여생을 보내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의 자연사랑 본능을 기반으로 한 회귀 본능이다.

퇴직 후 농촌에서 텃밭을 가꾸며 남은 인생을 보내는 꿈은 직장인의 로망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당이 있는 시골 마을에도 도시에서 낙향한 사람들이 골짜기마다 집을 짓고 저마다 바이오필리아의 본능을 실천하고 있다. 전원으로의 회귀 본능은 동양 사회의 오래된 전통이다. 관직에 나아가 높은 지위에 오르고 세상을 위해 큰일을 했던 인물들도 결국 전원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는 것을 아름다운 퇴장으로 생각했다.

진(晋)나라 도연명은 정년퇴직이 되기 전에 현령 자리를 버리고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며 고향으로 돌아갔다. 자기 생각과 부합되지 않는 관직 생활이 견디기 어렵기도 했거니와 떠나온 고향에 대한 열망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도연명이 바이오필리아를 실천하면서 쓴 글이 ‘귀거래사(歸去來辭)’다. ‘돌아가리라(歸去來兮·귀거래혜). 내 고향 논과 밭이 장차 황폐해지려 하니(田園將蕪·전원장무)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胡不歸·호불귀).’

도연명은 귀거래사 첫 구절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고향 마을 전원의 황폐라고 읊고 있다. 그러나 관직에 있으면서 부조리한 세상을 만나 마음고생으로 황폐해지고 피폐해진 삶이 더 큰 이유였을 것이다. 세상에 나가 몸뚱이 하나 잘 보존하겠다고 마음 저당 잡히고 산 인생, 이제 그렇게는 안 살겠다는 도연명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다가오는 남은 내 인생은 정말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 보겠다는 굳은 결심도 느껴진다. 벼슬길에 나가 넓은 집에 살고 맛있는 것 먹고, 편한 것 타고 다녔지만 남의 눈치 보느라 발 한번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인생, 고향에 돌아오니 비록 관직에 있을 때만큼은 못하지만 남 눈치 안 보고 얼마나 편안한가를 도연명은 그의 ‘귀거래사’에서 읊고 있다.

현직에서 가족과 회사를 위해 일하다가 어느 날 귀거래사를 읊으며 바이오필리아를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귀거래사는 현직에서 열정과 정성을 다하여 사신 사람만이 읊으며 낙향할 수 있는 귀향의 노래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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