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휴진 '의정갈등' 해소 시급한데…與野 또 '따로국밥'
여야정 협의체 합의 가능한데…원 구성 때문에 기싸움만
野, 의석수 앞세워 협의체 못 만들고
與, 상임위 보이콧 하다 '장관만 다칠라' 우려
여야가 원(院)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의정 갈등과 같은 국민적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소모적인 '기 싸움'만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단독으로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을 만나 무기한 휴진을 풀려고 나섰고 국민의힘 역시 그 전날인 15일 당내 상임위 격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만났지만 양측 모두 뾰족한 수를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17일부터 서울대학교병원이 집단 휴진에 들어가는 가운데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대응을 촉구하지 못하면서 양측 모두 국민들의 불편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국회 상임위를 보이콧 중인 여당은 '원 구성 협상이 먼저'라는 입장만 반복하면서 정부가 띄운 의대 정원 증원 이슈에 있어 민주당이 '나홀로 플레이'를 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집권 야당' 민주당에 조건 제시…與 "실효성 없다"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16일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집행부와 긴급회동을 가졌다. 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강선우 의원에 따르면 비대위는 △전공의에 관한 행정조치의 취소 △상설 의정 협의체 구성 △의대 정원 조정 시 의료계와 논의할 것 등 3가지를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민주당 소속인 박주민 복지위원장은 의정 협의체 구성과 향후 의대 증원 조정 논의에 의료계가 참여하도록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이뿐 아니라 이번 의대증원 결정 과정에 대한 검증 또한 약속했다. 강 의원은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과정에서 절차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반드시 국회에서 빠짐없이 짚어달라는 비대위의 요구가 있었다"며 박 위원장이 이에 대해서도 응답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전국 의대 모집 인원을 확정했음에도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면서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민주당은 19일 예정된 복지위 전체회의에 의대 증원 과정에서의 문제점, 집단 휴진 사태 대책 등을 질의하기 위해 복지부 장관 등에게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서울대병원 비대위가 요구한 3가지 조건을 단독으로 현실화할 방법은 없다.
우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과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정치권이 손을 댈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의료계가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가 이미 서울고법에서까지 기각된 만큼 현실적으로 정부 방침을 뒤집을 방법은 딱히 없는 실정이다. 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다수당이라고 하지만 사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의·정 협의체 역시 야당 단독 구성은 큰 의미가 없다. 현재 꾸려져 있는 의료개혁특위에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사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지 않은 만큼 당사자들이 참여한 여야정 협의체를 다시 꾸리지 않는 이상 정부와 여당을 향한 공세를 펴는 '정쟁용'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향후 의대 정원 조정 시 관련 논의에 의료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약속은 물론 전공의에 대한 행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요청 역시 결국 여당이 주도해 풀어야 할 숙제다. 교육부 등 관계부처가 해당 방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야당이 이를 질타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으로서는 여당이 현안에 대응하고 있는 내용을 두고 정부를 압박하는 해야 하는데, 여당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내년 정원을 어떻게 2천명으로 결정했는지의 과정과 내용을 살펴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원 구성 먼저'라는 與…일각선 "장관 혼자 싸우냐"
국민의힘 역시 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등 의개특위 재정비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야 협의 없이 원 구성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아무 일 없다는 듯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 수는 없는 데다 민주당이 주요 상임위를 완력으로 차지하면서 여야정 협의체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압박'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전날 서울대병원을 찾은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실효성 있는 행동이 아니다"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정치적 행보로 (실효성 없는 행보를) 하는 것에 대해 각자의 판단 있을 것"이라며 "시급한 의료계 정상화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행보가 실효성도 없지만 앞선 원 구성을 놓고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이를 풀지 않고서는 '협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속내이기도 하다.
또 다른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료계 7개 단체의 주장이 다 다르니 단일화된 협상 창구를 만들어 달라고 이미 요청 드리고 있지만, '원 보이스'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그 전에 여야라도 입장을 맞추면 좋은데 (상임위 독식으로) 국회를 파탄 내고 '국민의힘이 들어오지 않으니까 우리끼리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원 구성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여야정 활동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민주당 단독으로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임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상임위 배분에 반발해 나머지 7개 상임위를 포함해 모든 상임위에 소속 의원들을 배치하지 않고 당내 특위를 만들어 당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석 수를 앞세워 복지위원장을 차지한 만큼 복지위 차원에서의 의정 활동을 저지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민주당은 오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복지부 장·차관 등 관계자를 불러 관련 내용을 살펴볼 계획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복지부가 여당의 눈치를 살피며 응하지 않는 상황도 가정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내심 다른 고민을 하고 있기도 하다. 부처 장관이 국회의 질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이를 빌미 삼아 탄핵 등 극단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다.
뿐만 아니라 의대 정원 이슈처럼 현안이 있는 상임위마다 여당이 마냥 보이콧해 정부 방어에 나서지 않기도 난감하다. 당내에서는 "복지위 뿐만 아니라 당장 쟁점 법안들이 몰려있는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나 법사위에서도 장관 혼자 싸우게 둘 것이냐"는 푸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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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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