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24년 만에 평양으로... 시진핑 넘어서는 北 '역대급' 환대
회담 장소, 숙소 등 시진핑 전례 따른 듯
"북러 관계 '격상'에 군사·경제 협력 논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직 공식 일정이 나오진 않았지만 이르면 18일부터 1박 2일 정도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나는 건 2000년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그만큼 북한으로서는 '역대급 환대'로 푸틴 대통령을 맞이할 명분은 충분하다. 5년 전인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의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베트남 방문 일정 고려 18일 평양행 유력
외신과 국내 대북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 방북은 대체로 '18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관측된다. 19일부터 베트남 방문이 예상되는 만큼, 그 직전 평양을 방문해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베트남까지 5시간 정도 비행 거리를 감안하면, 18일 정오쯤 평양에 도착해 회담 등을 진행하고, 이튿날 오전 떠나는 게 '동선'상 가장 효율적이기도 하다. 2000년 당시에도 푸틴은 1박 2일 일정으로 19시간 정도를 체류했다.
푸틴, 시진핑과 같은 금수산 영빈관 쓸까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하면 김 위원장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직접 마중을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딸 주애와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순안공항과 평양 도심을 잇는 평양-희천고속도로를 통해 정상회담 장소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십수만 명의 평양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대도 받을 전망이다. 대북 전문매체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이 13일 오후 7시부터 평양과 국경 지역에 특별경비주간을 선포했다"며 "순안공항에서 평양 도심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 출입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묵을 숙소로는 5년 전 시 주석이 처음 활용했던 금수산 영빈관이 유력하다. 금수산 영빈관 개소 이전까지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묵었던 백화원 영빈관이 1순위 외빈 숙소였지만, 시 주석은 당시 최신 시설을 갖춘 금수산 영빈관을 이용했다.
회담 장소는 그대로 백화원 영빈관이 될 공산이 크다. 미국 위성서비스 업체는 최근 북한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체불명의 '붉은 물체'를 포착했다. 회담은 백화원, 숙박은 금수산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다만 러시아가 보안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백화원 영빈관을 숙소로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굳이 숙소와 회담장을 분리하지 않고 (백화원 또는 금수산) 한곳에서 모두 치를 수도 있다"고 봤다.
김일성광장에서의 초대형 이벤트도 예상된다. 시 주석 방북 때는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집단체조 공연 등이 있었을 뿐, 김일성광장에서의 환영행사는 없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차별화된 열병예식이나 카드섹션 등으로 대대적 환영행사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러시아는 군사, 북한은 경제 협력 요구할 듯
최고 수준의 환대와 별개로 양국 정상은 현재도 의제 조율을 진행 중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전날 내놓은 '푸틴 방북 의미 및 전략적 고려사항' 보고서에서 두 정상이 "가장 높은 수준의 양자 관계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한러관계와 국제 정세 파장 등을 고려해 북한이 원하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한 상호방위 조약 체결 가능성은 낮게 봤다. 한반도 평화 등 폭넓은 의제를 다뤘던 시 주석 방북 때와 달리, 동맹관계 재설정과 군사·경제협력 등 두 나라 편익에 치중된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러시아는 무기 공급 등 군사협력을, 북한은 외화벌이와 식량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약 12만 명의 근로자를 받아달라고 부탁할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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