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라면’ 전성시대
올해1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K-푸드 세계화 성공 과정’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설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저명한 포레스트 라인하르트 교수는 설명을 통해 한국의 K-컬처는 국경이 없는 ‘문화 현상’이 되었고, K-푸드는 새로운 글로벌 수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의 ‘2023년 해외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 메뉴는 1위가 한국식 치킨이고, 2위는 라면, 3위가 김치, 4위가 비빔밥, 5위는 불고기였다.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인스턴트 라면이 한식의 종류에 들어가고 더욱이 외국인 선호도 2위의 결과는 대단히 새롭다. 관련된 관세청 자료를 보면 2023년 라면 수출액이 9억5200만 달러였다고 한다. 한화로 약 1조2000억 원이다. 9년 동안 계속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2024년 1월 수출이 전년 같은 시기보다 약 40% 증가한 8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2024년 수출액은 약 10억 달러 이상이며 10년 연속 수출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문화 전문가들은 한국 라면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이렇게 높아진 원인은 K-문화에 라면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망하는 아이돌과 돈 많은 인기 스타가 라면을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세계적인 관심과 호기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유튜브 먹방을 선도하는 라면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동일 시대 유행이 되어 세계인의 공감을 만들고 있다.
본디 가난과 배고픔을 달래어 준 값싼 라면이 이제는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 세계인의 마음을 채워주는 값진 스타가 되었다. 자수성가한 라면은 어떤 출생의 역사가 있는 것일까?
인스턴트 라면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심각한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가 만들었다. 당시 미군 구호품 밀가루가 많았다. 이를 활용해 간편한 즉석식품을 만들게 되었다. 최초 라면의 모습은 양념이 들어간 밀가루 국수를 기름에 튀기고 말린 면 덩어리였다.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먹고 싶을 때 뜨거운 물로 간단히 끓이면 맛있는 국수가 되는 신기한 발명품이었다. 이후 마법의 맛이라 할 수 있는 분말 수프를 만들어 라면에 첨부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라면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후 기술을 배운 한국의 삼양식품은 1963년 9월 15일 당시 짜장면이 25원 일 때 10원 가격의 ‘삼양라면’을 시장에 출시했다.
이제 라면도 환갑을 지나 진갑의 나이가 되었다. 가난하고 식량이 부족했던 1960, 70년대 한국은 정부 주도의 혼분식 장려정책을 강력히 시행했는데 이것이 라면 보급에 많은 역할을 했다. 1982년 11월 17일 농심 육개장사발면을 시작으로 포장 용기에 직접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컵라면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이후 여러 제조사에서 짬뽕 비빔 쌀라면 라볶이 등 다양한 종류의 라면이 생산되었다. 가히 ‘라면 춘추전국시대’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국 라면은 매운맛을 은연중 맛의 기준으로 여긴다. 1986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부동의 1등 라면인 ‘농심 신라면’ 또한 매울 신(辛)을 쓰는 매운 라면이다. 최근 온라인에서 매운 라면에 열광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SNS를 중심으로 ‘매운 라면 먹기’ 도전이 유행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땀 흘리며 맛있게 먹는 모습이 해외 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 영상이 되고,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Cardi B)는 자신의 틱톡에 올린 불닭볶음면 먹는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 수 3200만 회를 기록했다. 불닭볶음면은 극한 매운맛에 도전하고 즐기는 새로운 글로벌 식문화를 만들었다. 한국 라면의 매운맛은 기분 나쁜 괴로움이 아니라 재미있고 즐거운 K-문화로 세계인을 한국의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라면을 다시 생각해 보자.
과거 일본에서 기술을 배우고, 배고픔 달래는 간식으로 먹던 인스턴트 음식이었지만, 한국민의 뛰어난 창의력과 유쾌한 역발상으로 세계인이 열광하는 음식 패션을 만들었다. 매운 라면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는 에너지가 된 것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