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세금’ 된 상속세, 20년새 납부인원 10배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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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박모 씨(64)는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서울 양천구 목동의 74㎡(약 22평) 아파트 때문에 상속세 약 1억7000만 원을 내게 됐다.
박 씨는 "세금을 내기 위해 자녀 결혼자금으로 모으던 적금을 깼다"며 "다른 재산 없이 어머니가 30년 넘게 살던 소형 아파트 1채를 물려받았을 뿐인데 억대 상속세를 내게 돼 황당했다"고 했다.
상속세를 내는 인원도 최근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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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상속세, 24년째 그대로
평균 총액 20년새 20배로 증가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박모 씨(64)는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서울 양천구 목동의 74㎡(약 22평) 아파트 때문에 상속세 약 1억7000만 원을 내게 됐다. 박 씨는 “세금을 내기 위해 자녀 결혼자금으로 모으던 적금을 깼다”며 “다른 재산 없이 어머니가 30년 넘게 살던 소형 아파트 1채를 물려받았을 뿐인데 억대 상속세를 내게 돼 황당했다”고 했다.
현행 상속세 제도가 20년 넘게 큰 변화 없이 유지됨에 따라 박 씨처럼 예상치 못하게 상속세를 냈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상속세는 2000년에 최고 세율을 기존의 45%에서 50%로 5%포인트 높이고 최고 세율 적용 과세표준을 5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낮춘 이후 24년째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이 기간 국민들의 소득과 자산은 대폭 늘었다. 1인당 국민총소득(명목 기준)은 1997년 1173만1000원에서 지난해 4405만1000원으로 3.8배 늘었다.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0억5375만 원으로 10억 원을 넘겼다. 세무업계에선 통상 배우자 최소공제액 5억 원과 일괄공제 5억 원을 더한 10억 원을 넘어서는 상속재산은 상속세 납부 대상으로 본다. 이제는 서울에서 빚 없이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해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상속세를 내는 인원도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상속세 과세 인원은 1만5760명으로 2002년(1661명)보다 약 9.5배 늘었다. 상속세 총액도 늘고 있다. 2000∼2002년 3개년 평균 4630억 원이던 상속세는 2020∼2022년 평균 9조4680억 원으로 20.4배로 늘었다. 상위 10% 피상속인을 제외한 상속세 총액도 2018년 6550억 원에서 2022년 1조4890억 원으로 최근 4년새 2.3배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해 도입된 상속세가 중산층을 대상으로 걷는 세금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상속세 공제 한도는 1290만 달러(약 179억 원)다. 부부 합산 358억 원까지는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는 셈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최고 세율과 낮은 과세표준으로 인해 상속세가 ‘자산가 세금’에서 ‘중산층 세금’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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