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상권, ‘병원>쇼핑’ 역전… 日 MZ ‘피부미용 관광’ 몰려
10∼30대, 피부과 시술관광 인기
강남대로 병원 524개, 소매점 제쳐
홍대 주변 병원 18%↑, 명동 진출도
일본인 쇼코 씨(29)는 최근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피부과를 찾아 얼굴에 있는 점 2개를 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이 종료된 후 해외여행을 계획하던 중 한국 피부과가 일본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얘기에 ‘의료 관광’을 온 것. 쇼코 씨는 “자주 보던 한국 드라마 배우들이 피부가 좋아 부러웠는데 마침 시술 가격도 저렴하다고 해 (병원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외국인들의 이른바 ‘미용 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 홍대, 명동 등의 인기 상권에서는 병원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만을 전문으로 받는 글로벌센터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 강남에서 ‘쇼핑’ 넘어선 ‘병원’

같은 기간 상품 소매점은 450개에서 393개로 줄었다. 병원이 소매점을 제치고 음식점·주점(작년 말 805개)에 이어 상권 내 점포 수 2위로 올라선 것이다. 매출 상위 20개 점포 중 16곳이 병원이었다. 특히 상위 10곳 중에는 병원이 9개다.
젊은 외국인이 많은 홍대 상권 역시 병원이 늘어나는 중이다. 지난해 말 홍대 상권(홍대입구역∼KT&G 상상마당 주변) 내 병원 개수는 77개에서 91개로 14개(18.2%) 늘었다. 같은 기간 상권 내 소매점이 623개에서 536개로 87개(14.0%)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매출 상위 20개 점포 중 병원은 2019년 2개(10%)에서 지난해 6개(30%)로 늘었다.
외국인들이 먹거리나 쇼핑을 위해 찾던 명동에도 피부과가 진출하고 있다. 2021년 9월 준공 후 다수가 공실로 비어 있던 명동 하이드파크빌딩은 최근 피부과 3곳과 새롭게 임대 계약을 맺었다. 한 곳은 건물 연면적 8분의 1에 달하는 3300㎡(약 1000평)를 한 번에 임차한 대형 병원이다.
권인중 쿠시먼 이사는 “지금껏 명동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는 ‘안쪽 상권’이어서 병원이 들어오긴 힘들었다”며 “피부과들이 명동까지 들어오는 것이 한국 피부과의 인기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시술 관광’ 오는 해외 MZ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방문객 중 일본인은 230만5000명으로 전체 비중에서 18.6%를 차지해 1위를 달성했다. 중국이 176만7000명(14.3%)으로 2위였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중국이 495만3000명(30.1%), 일본이 324만 명(19.7%)으로 2위였는데 순서가 바뀌었다.
일본인 관광객 중에는 특히 미용에 관심이 많은 1030 세대 비중이 높다. 2019년 전체 일본인 관광객의 40.8%였던 10∼30대 비중은 지난해 42.5%까지 더 높아졌다. 쿠시먼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일본보다 피부과 시술 비용이 4분의 1가량에 불과한데 효과도 좋아 일본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시술 호황’이 이어지자 피부과들도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모객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강남, 홍대, 명동에 외국인 대상 글로벌센터를 운영하는 한 피부과는 최근 글로벌센터 명동 2호점 출점을 결정했다. 일부 피부과들은 아예 일본에 지점을 내고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K팝, K드라마 등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외국에 관심을 끌었기 때문에 등장한 현상”이라며 “이러한 매력이 의료 관광뿐만 아니라 한국의 또 다른 산업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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