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휴전선 장벽으로 北 청년들 韓 동경 못 막아

조선일보 2024. 6. 1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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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서 장벽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동부·중부전선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1km쯤 올라간 지점을 따라 장벽 공사로 보이는 작업 모습이 우리 군 감시 자산에 포착됐다. 최근 북한군 10여 명이 중부전선 군사분계선을 50m 넘어 우리 측으로 침범한 사건도 장벽 공사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장벽과 최전방 부대를 잇는 전술 도로도 깔고 있으며 군사분계선 북측에는 지뢰도 추가 매설 중이라고 한다. 휴전선 철조망에 장벽과 지뢰까지 더해지면 남북은 완전히 분리된다.

김정은은 작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지금 북한은 ‘통일’ 관련 용어와 조직, 조형물까지 전부 없애고 있다. 김정은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만 해도 ‘통일 노력’ ‘적대 관계 종식’ ‘교류 증대’ ‘서울 답방’ 등을 약속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평양 연설에서 “얼마나 민족 화해를 갈망하고 있는지 확인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비핵화 쇼’로 대북 제재를 풀려던 계획이 틀어지고, 코로나와 경제난 등으로 북한 내부가 흔들리자 본색을 드러냈다. 김씨 왕조에 최대 위협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잘사는 대한민국이라고 본다.

김정은은 2020년 말 한류(韓流)를 막으려고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었다.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퍼뜨리면 죽인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척추를 꺾어 죽이라’고 한다. 한국에 대한 동경이 김씨 세습 독재의 근간을 허물까 봐 두려워한다. 북송된 탈북민 중에도 한국행을 시도했거나 한국인·교회 등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거나 즉결 처형할 정도로 민감해한다. 김정은은 북 주민의 탈출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 1400km를 전부 철조망으로 봉쇄하기도 했다.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북한 MZ 세대는 기존 세대와 다르다. 노동당이 아닌 장마당이 먹여 살려준다는 걸 체험한 세대이기 때문에 김정은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는다. 지금 휴전선에는 북한 MZ 세대 50만~60만명이 복무 중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최전방 북한군부터 한류와 외부 정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북 체제 특성상 미국 미사일보다 자유세계의 정보가 훨씬 더 위협적이다. 휴전선 장벽은 일차적으로 ‘MZ 북한군’의 탈북을 막으려는 것이다.

동독은 1961년 베를린 장벽을 쌓았지만 자유세계의 정보 유입까지는 막지 못했다. 내부 불만과 모순이 폭발하자 장벽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북한도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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