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던 빌라 경매시장 깜짝 반등

낙찰가율 연초보다 10%p 올라
HUG ‘셀프 낙찰’ 늘어난 영향

2022년 하반기부터 전세 사기와 역전세 여파로 빌라 기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바닥 없이 추락하던 빌라 경매 시장의 지표들이 최근 깜짝 반등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빌라 낙찰률(전체 물건 대비 낙찰 물건 비율)이 2022년 상반기 수준으로 회복됐고, 낙찰가율(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 비율)도 연초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전세금 반환 보증 사업자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 보증금을 갚아주고 소유권을 확보한 집을 경매로 처분하기 어려워지자 직접 낙찰받아 다시 전세로 주는 ‘셀프 낙찰’이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그래픽=양인성

16일 HUG에 따르면, 지난 4월 HUG는 총 302건의 빌라와 오피스텔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았다. HUG가 낙찰받은 부동산은 대부분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등 전세 사기 피해가 많았던 지역에 있다. HUG의 셀프 낙찰 영향으로 4월 서울의 빌라 낙찰률은 27.8%로 전월(15%)보다 12.8%포인트 급등했다. 2022년 4월(31.3%) 이후 2년 만에 최고다. 경기도 역시 3월 19.5%에서 4월 28%로, 인천은 16.1%에서 29.2%로 빌라 경매 낙찰률이 올랐다. 낙찰률이 오르면서 전국 빌라 경매 낙찰가율도 2월 66.2%에서 5월 77.3%로 올랐다.

HUG가 낙찰받은 빌라는 전세금 반환 보증에 가입된 상태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신 돌려주고 경매에 부친 집이다. 통상 HUG는 경매로 집을 처분해 대신 돌려준 보증금을 회수하는데, 최근 빌라 수요가 급감한 탓에 처분이 쉽지 않았다. 매각 대금에 대한 구상권을 포기하는 대신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HUG가 셀프 낙찰을 받아도 임대 사업자가 아니었던 탓에 그 집을 활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 4월 정부가 관련 지침을 개정하면서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HUG 입장에서 미반환 보증금이 회계상 손실로 잡히지만 다른 전세 세입자를 들임으로써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어 현금 흐름에 도움이 된다. 정부는 이렇게 셀프 낙찰로 확보한 빌라·오피스텔을 활용해 내년까지 총 1만가구의 전세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서민이나 청년층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료는 시세보다 10% 정도 저렴하게 책정한다.

다만, HUG의 셀프 낙찰로 인한 시장 착시 효과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HUG의 재무 부담 완화와 공공 임대주택 확보 측면에서 셀프 낙찰이 긍정적인 것은 맞지만, 셀프 낙찰 때문에 개선된 경매 지표를 시장 회복으로 착각하고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