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정상화, 종부세 상속세 토론으로 시작해보길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KBS에 출연해 종합부동산세는 초고가 1주택자와 집값 총액이 높은 다주택자에게만 부과하고, 상속세는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감안해 최고 30% 수준까지 인하한 뒤 유산 취득세 같은 다른 세금 형태로 개편하자고 주장했다. 성 실장은 종부세에 대해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금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돼 폐지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속세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 상속세 최고 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최고 60%, 대주주 할증을 제외해도 50%로 외국에 비해 높다”며 “일단 30% 내외까지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속세의 일괄 공제금액은 28년째 5억원에 묶여 물가와 부동산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은 상속세로 인한 가업승계 어려움을 고려해, 기업 상속의 경우 상속 시점이 아니라 기업을 팔아 현금화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 이득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했던 종부세 폐지와 개편 의제를 먼저 꺼낸 건 더불어민주당이다. 5년 만에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준 핵심적인 이유가 부동산 정책 실패였고, 그 중심에 종부세가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찬대 원내대표와 일부 지도부에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언급했지만 이 대표 수사와 재판 문제로 잠시 논의가 밀려나 있다. 그러나 이 대표와 가까운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종부세는 폐지보다는 완화에 공감대가 있다. 세수 결손 문제가 있다면 정부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문을 열어뒀다. 상속세에 대해서도 임광현 원내부대표가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미세 조정하자”며 물꼬를 텄다. 민주당으로선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과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개원 후 3주 동안 상임위 배분 문제로 싸움만 했다.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실제는 민생을 외면하고 정치투쟁만 했다. 모처럼 동시에 의제를 제시한 종부세와 상속세 같은 민생문제 토론으로 국회 정상화의 문을 여는 것이 여야 모두에 현명한 정치적 선택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함께해야 재정 건전성 훼손이나 ‘부자 감세’ 논란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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