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서 살인 혐의 피고로…변호인 “주취 심신미약”

“당일도 3시간여 가혹행위” 주장
재판부 “관련 서류 제출 등 고려”
폭행 혐의 신고자도 검찰 송치

▲ 일러스트/한규빛

속보=삼척에서 발생한 10대 살인사건(본지 5월 27일자 5면 등)으로 체포된 A(18)씨가 당시 “나는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 검찰 등 수사기관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A씨는 고교 졸업 후에도 이어진 폭력을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 A씨의 아버지는 “온갖 가혹행위를 당하다 결국 범죄자가 됐다”고 했다.

■ “벌은 받아야겠지만”…재판부도

“안타까운 사건”

지난 13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부장판사 권상표)는 이 사건 살인 혐의를 받는 A(18)씨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 4월 14일 삼척의 자택에서 피해자 B(18)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검찰 측은 피고인 A씨가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에 덧붙여 “피해자 B씨에게 아무런 이유없이 괴롭힘을 당해왔고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A씨 측 변호인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3시간 동안 가혹행위를 당했고, 그 동안 800㎖ 이상의 소주를 마신 상태였다”며 심신미약 취지의 의견을 보였다.

사건을 살핀 재판부는 “안타까운 사건”이라면서도 심신미약 관련 서류 제출과 합의 기간을 고려해 다음 기일을 정했다.

첫 공판 후 본지와 만난 A씨의 부친은 “살인이라는 잘못을 했으니 형량 등은 나중에 정해지겠지만 아들이 그렇게 당한 걸 생각하니 속이 뒤집힌다”며 “온갖 가혹행위를 당하다 결국 범죄자가 됐으니 심정을 뭐라고 말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 고교 졸업 후에도 이어진 학폭

A씨는 중학교 3학년 재학 당시 대전에서 삼척으로 전학을 왔다. A씨는 경계선 단계의 인지능력을 갖고 있어 학교 특수반에 재학하는 학생이었다. 이런 이유로 학교생활이 원활하지 않았다는게 A씨 아버지의 설명이다. 괴롭힘은 고교 재학시절부터 성인까지 지속됐다.

사건 발생 전날부터 괴롭힘은 이어졌다. 검찰 등 수사기관에 따르면 지난 4월 13일 쯤 피고인 A씨의 주거지에 피해자 B씨, 그리고 C씨가 찾아왔다. 이들의 가혹행위는 A씨의 자택에서 이뤄졌다.

A씨의 아버지가 업무로 집을 비웠다는 것을 알고 주거지에 찾아온 B씨는 술 판을 벌이고, 실내에서 흡연도 하며 더럽혔다. 또 가위와 면도칼로 머리카락과 체모를 강제로 깎고, 신체에 성적 모멸감이 드는 글씨를 적는 등 고통을 가했다.

결국 다음날 오전 2시 30분쯤 괴롭힘을 참지 못한 A씨는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당시 신고는 함께 있었던 C씨가 했다.

한편 C씨 역시 이 사건과 관련해 A씨를 폭행한 혐의로 검찰송치 된 상태로, 다음 기일은 내달 25일 열린다.

신재훈 eric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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