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리듬 찾는 시간이 곧 평화”

김진형 2024. 6. 1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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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고석정 일원 1만 1000명 운집
국내외 24팀 록·일렉·힙합 등
접경지 장소성에 안정성 더해 오물 풍선 우려 속 관리 강화
▲ 그룹 바밍타이거가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열기를 달구고 있다.

음악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멀어진 구성원의 거리를 좁힐 수는 있다. 평화는 각자의 리듬을 존중하고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틀간 철원 고석정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 약 1만 1000명의 관객이 방문한 가운데 16일 폐막했다. ‘춤을 추고 바라만 봐도’(Dance on, Gaze on)라는 주제 아래 열린 올해 페스티벌은 1세대 인디 뮤지션 ‘어어부 프로젝트’부터 ‘작은 거인’ 김수철 등 국내외 24팀이 고석정 메인 무대에 올라 경계 없는 음악의 순수함을 선보였다. 철원 주민을 무료 초청하고 DMZ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등 정체성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 철원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 16일 철원 고석정에서 폐막했다. 영국 밴드 옐로우 데이즈의 공연 모습.

■ 나부끼는 깃발 속 뜨거운 무대

음악 페스티벌의 상징인 깃발 부대와 많은 외국인 관객들이 눈길을 끌었으며 무료 디제이 부스에서는 철원 주민과 관객들이 분수대에서 몸을 적시며 리듬에 몸을 맡겼다.

이날 고석정 일대 공연장에는 ‘지속가능한 덕질’, ‘퇴사’, ‘우상향’, ‘통일’ 등 다양한 문구의 깃발이 나부꼈다.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단 깃발을 시종일관 흔드는 관객도 보였다.

첫날 공연에서 어어부프로젝트의 백현진은 ‘문제적 아티스트’로서의 강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백현진은 유행에 편승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예술적 감각을 표출했다. 베이스 장영규, 드럼 신석철, 기타 김나은과의 호흡은 몰입도를 더했다. 시각예술가에 이어 배우로서도 존재감을 굳히고 있는 그는 이날 무대 위 보컬로서의 강렬한 정체성을 관객에게 각인시켰다.

▲ 철원 고석정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는 관객들. 분수대에 마련된 무료 DJ부스에서 춤을 추고 있다.

바밍타이거는 중독성 강한 춤과 강렬한 랩이 결합한 무대로 젊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고, 이어진 이센스도 한국 힙합의 매력을 유감없이 내보였다.

▲ 철원 고석정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는 관객들.

알렉스 패터슨과 핑크 플로이드 출신 데이비드 길모어로 구성된 영국 일렉 그룹 더 오브(The Orb)는 참신한 일렉 사운드와 화려한 화면이 결합한 무대로 영국만의 감성을 더했다.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부산출신 포스트 록그룹 ‘미역수염’의 무대에서는 잠시 쏟아진 빗속에서도 관객들이 열광했다. 아티스트들은 “관객이 최고라고 들었던 무대인데 정말 그렇다. 각자의 리듬 속에 평화를 찾자”고 했다. 밴드 ‘9와 숫자들’의 보컬 송재경은 “항상 와 보고 싶던 페스티벌이었는데 처음 오게 돼 기쁘다.앞으로 더 많은 페스티벌 무대에서 뵙고 싶다”고 말했다.

▲ 철원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한 관객들이 분수대 무대에서 DJ 공연을 즐기고 있다.

■ 수도국터 공연도… 안전관리 강화

이어 16일 공연에서는 거장 기타리스트이자 국악인인 김수철이 세대와 장르를 아우른 열정 넘치는 무대를 보여줬으며 실리카겔은 차세대 밴드 음악의 주인공으로 입지를 다졌다.

▲ 철원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공연 모습. 가수 윤지영이 무대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틀간 고석정 앞 분수대에서는 디제잉 파티가 계속 진행돼 메인 무대에서 잠시 벗어나도 언제든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 즐길 수 있게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DMZ의 장소성을 살린 수도국터 스페셜 스테이지는 의미를 더했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철원 수도국터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들이 정치범과 반공인사 300여 명을 총살하거나 생매장시킨 역사적 현장이다. ‘해소되지 않는 침묵’을 주제로 이민휘, 씨피카, 김도언, 낸시보이가 선보인 공연은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번 축제는 고석정 꽃축제 기간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했다.

▲ 철원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특히 DMZ와 닿은 철원의 지역적 특성은 한국전쟁의 아픔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 영국 일렉트로닉 그룹 디 오브의 공연 모습.

최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로 화재와 파손, 부상 등이 우려된데 따라 지역축제장 안전관리도 한층 강화됐다. 행정안전부가 강원특별자치도를 비롯한 각 시·도에 공문을 보낸 가운데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현장을 포함한 접경지역 축제장에 대한 순찰이 강화됐다. 이날 축제 현장에서도 소방과 경찰 등이 수시로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현종 철원군수도 축제장을 방문, 현장을 점검하고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 했다.

▲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2024 공연 현장. ‘락페가면 무병장수 슬램하면 세계평화’라는 문구의 깃발을 든 관객이 눈에 띈다.

관객들은 “처음 무대로 접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아 예습을 하고 왔는데 기대 이상의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며 “수도권과 가까우면서도 군사지역 특유의 분위기가 강한 철원 고석정이라는 공간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관객 이승범(경기 포천) 씨는 “2년 전에도 왔었는데 전반적으로 쾌적하게 즐겼다”며 “다음에는 더 다양한 아티스트 섭외 등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여진·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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