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북핵 위협, 바이든의 오판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공개된 타임지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과거와 동일한 수준으로 위협적”이라고 했다. 한국인 입장에선 동의하기 어렵고 다소 무책임한 말로도 들린다. 북한은 바이든 정부 2년 차인 2022년에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해 역대 최다인 65차례 미사일 도발을 했다. 정찰 위성, 극초음속 무기 등 김정은이 제시한 ‘5대 과업’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진일보하고 있고 최근엔 러시아라는 우군(友軍)까지 생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24년 만의 방북이 임박했다.
지난해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온도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 “바위처럼 굳건한 기반 위에 계속 성과를 쌓아나가자”는 수사(修辭)들이 넘쳐흐른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결의를 다지고, 양국 고위급들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무력 충돌을 억제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게 상책이다. 그러지 못하고 이젠 저급하고 엽기적인 ‘오물 풍선’까지 겪게 됐으니, 지독한 자기도취에 빠진 독재자의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 국민들은 계속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정말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워싱턴에서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방식의 핵 공유, 나아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이제 주기적으로 소환돼 우리를 희망 고문하는 주제가 됐다. 얼마 전엔 상원 국방위·외교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이 잇따라 관련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런데 미 조야(朝野)의 의사 결정자들 사이에선 이해를 못 하겠다는 답답함을 넘어 지겹다는 반응까지 감지된다. 한국 내 여론을 들먹이는 이들도 있다. 국방부 부차관보는 “한국의 최고위 인사들이 핵무기 획득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했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 전문가는 ‘전략 전문가’ 1000명에게 친히 여론조사를 돌려 “34%만 핵 보유를 찬성한다” “한국 내 핵 보유 여론은 부풀려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확장 억제(핵우산)를 강화한 워싱턴 선언은 분명한 성과다. 동시에 NPT(핵 확산 금지 조약) 회원국 의무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명시해 우리 스스로가 ‘핵 족쇄’를 채운 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워싱턴 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미국의 선의(善意)에 의지하는 구조다. 유사시 미국 대통령이 자국민이 희생될 가능성을 감수해 가며 서울을 보호해 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유의미한 득점을 했다고는 할 수 있어도 이게 한 나라의 전략이 될 수는 없다. 자체 핵 보유 옵션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채 미국 내 정치 풍향에 촉수를 들이대 우리 몫을 극대화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다른 우방국들은 핵도 개발해 용인을 받았고, 핵잠수함도 갖는다는데 “인도·태평양의 린치핀(핵심 축)”이라는 한국이 못 할 것이 없지 않을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